꿈쩍않던 경찰병원 장례식장…단체들 나서자 ‘2년 안에’ ‘편의시설’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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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시설’ 지적, 꿈쩍않던 경찰병원 장례식장...단체들 나서자 ‘2년 안에’ 개선
▲서울IL센터 등이 오늘 오후 경찰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내 장례식장에 대한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시설 개선을 촉구했다. 경찰병원 측은 2년 안에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장애계 관계자는 추후 논의를 거쳐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 서울IL센터 제공
  • 장례식장 편의시설 미비에 애타는 장애당사자 유가족들
  • 경찰병원, 약속하고도 ‘예산’ 핑계로 수년 동안 미뤄
  • 서울IL센터, 항의 기자회견과 인권위 차별진정 추진
  • 그제야 ‘2년 안에 시설 개선’ 마지못해 약속… 장애계 끝까지 지켜볼 것

[더인디고 조성민]

지역사회 장애인단체들이 수년간 국립경찰병원 장례식장 엘리베이터 설치 등 정당한 시설 편의를 요구했지만, 전혀 개선이 이루어지질 않자 직접 행동에 나섰다. 경찰병원 장례식장은 경찰 가족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성격이 강한 시설이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남윤지 씨는 지난 4월 23일 부친상으로 황망한 데다, 접근가능한 장례식장을 찾느라 마음을 조아려야 했다. 남 씨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다.

남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에서 가까운 경찰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면서, “하지만 장례식장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수소문 끝에 다른 구의 대학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례식장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장례를 치르는 곳인데, 휠체어 타는 상주는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기도 정말 어려웠다”며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센터장 박찬오, 이하 서울센터)는 송파 지역 장애인·시민단체들과 함께 19일 오후 2시, 경찰병원 앞에서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한 장례식장을 비판하며, 엘리베이터 설치 등 차별 시정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단순히 경찰병원 장례식장은 이번 엘리베이터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과 장애인화장실 등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센터는 지난 2019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을 기준으로 지역 공공시설의 장애인편의시설 모니터링에 나섰다고 한다. 경찰병원 장례식장도 이에 포함됐다.

▲경찰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 사용 장애당사자들은 차량들이 이용해야 하는 지하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주차장 규격도 비좁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화장실 문도 미닫이문이며 특히, 내부는 청소도구로 가득해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 서울IL센터 제공

서울센터가 당시 작성한 종합의견서에서 ‘장례식장의 모든 빈소가 지하 1층에 있음에도 승강기가 없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조문하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차량이 드나드는 지하 주차장 진입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식별하기 쉬운 색상과 안내표지가 없고, 장애인화장실은 남녀 구분 없이 하나’이며 ‘그나마 청소 도구로 가득해 문을 닫을 수 없어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경찰병원도 2019년 12월 회신서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서울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경찰병원은 ‘가장 시급한 승강기 설치는 2021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못했다’면서 ‘예산 확보가 곤란할 경우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박찬오 서울센터장은 “경찰병원의 약속에도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변한 것은 없다”며 “이는 ‘장애인등편의법’의 광범위한 위반과 ‘장애인차별금지법’ 18조 시설물 접근·이용을 제한, 배제하는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관련해 경찰병원 측은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건물이 오래돼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하 주차장을 통해 빈소에 접근할 수 있고, 장애인주차구역도 규격에 맞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안전 문제 등 주차장을 이용한 접근이 정당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지속해서 예산을 신청하고 있지만,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센터 등 지역장애인 단체들은 국립 경찰병원을 향해 ▲장애인도 안전하게 빈소를 찾을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즉각 설치하고 ▲장례식장 안에 장애인화장실을 법적 규격에 맞게 정비하고 관리할 것 ▲장례식장 주변에 있는 장애인 주차구역을 법적 기준에 맞춰 보완할 것을 촉구했다.

그제야 경찰병원 측은 관계자들이 나와 지역장애인 단체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고 향후 2년 안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예산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서울IL센터의 김정훈 대외협력리더는 “일단, 경찰병원 측이 편의시설 개선 기간을 2년으로 정해 약속했으니 추후 구체적인 논의를 거치겠다”면서도, “국립기관인 경찰병원이 관리하는 장례식장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지 않아 일어난 명백한 차별인 만큼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진정도 검토하겠다”면서 압박 수위를 늦추지 않았다.

한편, 비단 경찰병원 장례식장의 사례처럼 편의시설 설치 여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4월, 대구지역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4년이나 됐지만, 생활 곳곳에서 차별과 마주한다며 장례식장 등 지역사회 차별 사례 등을 인권위에 진정한 바 있다.

진정에 참여한 한 당사자는 대구의료원 장례식장 조문 과정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신청 절차와 목록을 확인할 수 없어 이용에 불편을 겪는 등 정당한 편의를 받지 못했다. 또 따른 당사자도 대구 특별교통수단인 나드리콜을 이용해 대구시립공원을 가고자 했지만, 접근 불가라는 이유로 이동권을 침해당하는 일을 겪어야 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는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는 장애인의 접근권과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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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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