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선의 무장애 여행] 휠체어 타고 우도 한 바퀴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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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전윤선
▲우도 ⓒ전윤선

[더인디고=전윤선 집필위원]

더인디고 전윤선 집필위원
▲더인디고 전윤선 집필위원

성산항에서 우도행 배를 탔다. 우도로 입도 하는 곳은 하우목동항과 천진항 두 곳이다. 교통약자 차량이나 우도 주민 차량은 여객선을 타고 입도 가능하지만 나머지 차량은 성산항에 주차하고 사람만 배를 타야 한다.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휠체어 탄 여행객은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여객선 앞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십 분쯤 지나자 하우목동항에 도착했다. 우도 둘레는 17킬로 정도로 짧은 거리는 아니다. 항구 입구에는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게 전기자전거, 오토바이 등 이동 수단이 즐비하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굳이 다른 이동 수단을 대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걸어야 하는 동행인은 이동 수단을 대여해야 우도 한 바퀴 도는 데 용이하다. 우도 순환 버스도 있지만 저상버스가 아니어서 휠체어 탄 여행객은 이용할 수 없다. 우도 여행은 천천히 걸으며 자세히 보고 오래 보는 여행이 제격이다. 햇살과 바람과 바다와 하늘과 돌담을 깊이 이해하며 느끼고 해풍과 맞서며 곱게 핀 꽃들과 눈 맞춤 할 수 있는 느린 여행이 최적화된 섬이 우도이기도 하다.

▲해녀의 물질 ⓒ전윤선
▲해녀의 물질 ⓒ전윤선

우도 여행 시작 전에 화장실을 들러 볼일부터 해결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우도 한 바퀴 여행을 시작했다. 느리게 걷기로 채워지는 여행은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제주를 제주답게 놀멍, 쉬멍, 걸으멍으로 여행한다. 코발트 빛 바다는 하늘과 똑 닮아 반짝이는 윤슬이 경이롭다. 우도를 여행하는 여행객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 여행은 바로 이런 거지. 여행이 주는 행복은 지친 일상의 순간순간을 꽃처럼 피어나게 하는 기적이 찾아오지. 휘몰아치는 감동의 순간은 감전된 듯 짜릿하고 한참 동안 삶의 에너지가 되어준다.

▲소소한 카페 ⓒ전윤선
▲소소한 카페 ⓒ전윤선

마음의 허기가 우도 여행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채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뱃속에서도 허기를 채우라고 아우성이다. 얼마 가지 않아 야외에 테이블이 있는 해녀식당을 발견했다. 주인장은 휠체어 탄 여행객에게 테이블을 세팅해 주었다. 우도에 왔으니 바다가 내어준 식재료로 만든 문어숙회와 보말 칼국수, 성게미역국을 주문했다. 해녀가 방금 잡아 온 해산물은 그 자체가 천연 조미료다. 문어숙회와 함께 나온 생미역과 톳은 바다를 그대로 흡수하는 맛이다. 우도에서 잊지 못할 인생 음식이 추가됐다. 바다를 몸 안으로 가득 저장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곳곳에 예쁜 카페가 눈길을 붙잡는다. 검은 돌로 담장을 두르고 색색깔로 덧칠한 돌을 모자이크처럼 군데군데 담장에 넣어 곱다. 뿔소라 껍데기도 예쁜 색깔의 옷을 입어 근사한 소품이 된다. 숭숭 뚫린 담장 구멍에 소라를 끼워 넣거나 담장 위에 예쁘게 얹어 우도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카페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몇 발자국 걷다 보니 주흥동 ‘돈짓당’이다. 돈짓당은 마을 지키는 신이 거처하는 곳으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제를 지내기도 하고 여성들의 공동체 참여 공간으로 사용되던 문화유적지이다.

돈짓당을 둘러보고 곳곳의 좋은 풍경을 카메라 속에 밀어 넣으며 걸음을 옮기는데 슬럼프 차량이 지나간다. 우도에도 장애인이 사나 싶어 반가웠다. 휠체어 차량은 바로 백여미터 앞에서 정차하더니 한 무리의 장애인을 내려놓는다. 그들은 근방으로 흩어져 사진을 찍는다. 가까이에 다가가 우도 주민인지 물어보니 서귀포에 있는 장애인 기관의 자조모임에서 출사 나왔다고 한다. 그들과 사진도 찍으며 만남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우도 풍경 ⓒ전윤선
▲우도 풍경 ⓒ전윤선

다시 하고수동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고수동 해변은 동쪽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하고수동 해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해변 앞에는 카페와 식당, 게스트 하우스가 많아졌고 샤워 시설과 화장실, 장애인 화장실도 넓혔다. 하고수동 해변에서 바다멍을 하고 있자니 오월의 햇볕이 제법 날카롭게 꽂혀 에너지를 증발시킨다. 카페인 충전이 시급해 salle 카페로 향했다. 자외선 공격이 심할 때는 몸의 수분이 증발해 쩍쩍 갈라지는 목마름을 달래고 당 충전도 할 겸 커피와 케이크, 땅콩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우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호강은 카페앞 하고수동 해변에 장애인화장실이 있기 때문이다. 커피와 케이크, 땅콩 아이스크림은 바닥난 체력을 충전하기에 충분했다.

다시 길을 나서 비양도로 발길을 이어갔다. 제주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양쪽 날개를 뜻하는 두 개의 비양도가 있다. 우도의 비양도는 ‘볕양(陽)’을 뜻하고, 한림의 비양도는 ‘떠오를 양(揚)’으로 두 개의 날개를 뜻한다. 한림의 비양도는 휠체어 탄 여행객은 여객선 접근이 안 돼 갈 수 없지만 우도의 비양도는 다리로 연결돼 누구나 갈 수 있는 섬 속의 섬이다. 비양도는 최근 캠핑의 성지로 각광받고 있어 캠핑족이 몰려든다. 비양도의 일출은 전국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해가 뜰 때 비양도 소원성취 의자에 앉아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해 뜨는 섬 비양도 등대도 근사하긴 마찬가지다. 노란색과 검은색 줄무늬로 꿀벌이 생각나게 하는 등대다. 썰물 때는 등대까지 들어갈 수 있어 비양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비양도는 작은 섬이지만 펜션과 해녀식당, 공중화장실까지 세 개의 건물이 있다. 공중화장실 중간에는 장애인 화장실도 있어 작은 섬 비양도가 더 근사해 보인다.

▲보리밭 사잇길 ⓒ전윤선
▲보리밭 사잇길 ⓒ전윤선

자유 여행을 만끽하며 비양도를 나와 면사무소 쪽으로 갔다. 면사무소는 우도 내륙에 있다. 내륙으로 가는 길은 노랗게 익은 보리가 황금 들녁으로 변했다. 그 길 끝 바다에는 일출봉이 풍경의 멋을 더한다. 내륙의 한가운데는 학교와 우체국 박물관도 있어 소소한 볼거리를 보태고 있다. 우도 내륙으로 통하는 길은 동서남북 어디든 다양하게 이어져 있다. 마을은 조용하고 관광객은 보이지 않아 한가롭고 평화롭다. 수확을 기다리는 노란 보리는 바람과 함께 춤춘다. 보리밭 사이 길로 휠체어를 탄 여행자의 뒤태가 풍경과 어우러져 수채화 같다.

▲황금 보리밭 ⓒ전윤선
▲황금 보리밭 ⓒ전윤선

느릿느릿 걷다 보니 어느새 산호해변까지 왔다. 산호해변은 여행객으로 붐볐다. 우도의 핫플 여행지 산호해변(서빈백사)은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홍조단괴 백사장이다. 수심에 따라 바다 빛깔이 달라지는 남태평양이나 지중해 여느 바다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해변이다. 산호해변에는 음식점과 카페 숙박시설까지 있어 우도에서 읍내 같은 곳이다. 하루 만에 우도 한 바퀴를 돌기엔 볼거리가 너무 많아 반 바퀴씩 이틀에 나눠 돌기로 했다. 우도에서 하룻밤 묵어가도 좋지만 편의객실이 없어 나머지 우도 반바퀴는 다음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다음 편에…….

▲산호해변 해안길 ⓒ전윤선
▲산호해변 해안길 ⓒ전윤선
▲우도행 여객선 ⓒ전윤선
▲우도행 여객선 ⓒ전윤선

무장애 여행 팁

  • 가는 길: 제주장콜(전화: 1899-6884/성산항에서 우도행 여객선 이용)
  • 제주 특장차 렌터카: 특별한 렌트카, 특장차량 스타랙스(리프트)(전화: 064-805-8005)
  • 제주 아산렌트카: 특장차량 카니발(경사로) (전화 064-743-9991)
  • 한라산 렌터카: 특장차량 카니발(경사로) (전화 064-748-8222)
  • 접근가능한 식당: 우도 섬 다수
  • 접근가능한 화장실: 천진항, 하우목동항, 하고수동해변, 비양도, 산호해변
  • 접근가능한 호텔: 코업시티호텔 성산(전화: 064-780-9800/ www.coopcityhotel-seongsan.co.kr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등용로 28)

[더인디고 THE INDIGO]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무장애관광인식개선교육 강사. 무장애 여행가로 글을 쓰며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활동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접근 가능한 여행은 모두를 위한 평등한 여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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