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센터 안정운영 vs 정체성… 맞불 집회 나선 한자연과 한자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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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연 소속 회원(사진 왼쪽)은 IL센터 법적지위를 통한 지역간 불균형 해소라고 적힌 피켓을, 한자협 회원(사진 오른쪽)들은 이종성 의원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개악이라며, 이를 저지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몸에 붙이며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더인디고
▲한자연 소속 회원(사진 왼쪽)은 IL센터 법적지위를 통한 지역간 불균형 해소라고 적힌 피켓을, 한자협 회원(사진 오른쪽)들은 이종성 의원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개악이라며, 이를 저지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몸에 붙이며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더인디고

  •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IL센터 법적 지위
  • 한자연 의사당대로’, 한자협 국회의사당역서 찬반 집회
  • 국회 논의 임박할수록 강대강예고
  • 21대 국회서 장애계 갈등 노골적, 장애인의원들 책임 커!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자립생할센터(IL센터)를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하는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상정되면서 진영 간의 갈등이 더 첨예화하는 모양새다.

19일 오후 2시,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찬성하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한자연)와 이를 반대하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 양측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집회를 개최했다.

한자연이 21대 국회 회기 중 장애인복지법 개정 통과를 촉구하며 전국 궐기대회에 나서겠다고 하자, 장애인복지법 개정은 개악이라며 한 달여간 국회의사당역에서 기자회견과 천막 농성을 이어오던 한자협도 같은 시간대에 집회로 맞섰다. 다만 한자연 소속 IL센터 활동가들은 이룸센터 앞 의사당대로를 차지했고, 한자협 등의 활동가들은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지하 1층 4·5번 출구 쪽을 가득 메웠다.

▲IL센터를 장애인복지법상 시설로 포함하는 내용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놓고 한자연(좌)과 한자협(우) 간의 집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리고 있다. ⓒ더인디고
▲IL센터를 장애인복지법상 시설로 포함하는 내용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놓고 한자연(좌)과 한자협(우) 간의 집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리고 있다. ⓒ더인디고

특히, 19일과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예정돼 있어 긴장감마저 돌았지만,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는 않았다. 확인 결과 이번 상임위는 지난 3월까지 법사위에 올라온 안건 중심의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음 달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늘과 같은 집회는 언제든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한자연, 20년간 현 장애인복지법상 법적 지위가 오히려 IL센터 족쇄논란 종식하고 시행령 등으로 구체화해야!

한자연 진형식 상임대표는 “투쟁의 방식만 다를 뿐 그 목적은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것으로써 지역사회 안착을 위해 IL센터는 20년간 그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법적 지위, 법적 제도가 족쇄가 되어 IL센터의 권한과 지위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면서,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이제 법적 지위를 위한 개정안이 법사위원회와 본회의 상정되어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만큼 시행령, 시행규칙에 관련 내용을 담기 위해 집중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은 지난 1월 26일 장애인복지법 제58조의 ‘장애인복지시설’의 한 종류로 IL센터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자립생활시설을 ‘장애인 자립생활 역량 강화 및 동료상담, 지역사회의 물리적‧사회적 환경개선 사업, 장애인 인권의 옹호‧증진, 장애인 적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이를 동 법 제58조 제1항 2호의 2로 신설했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도 개정안에 이름을 올리면서, 개정안은 4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 법안소위와 27일 전체 회의서 무난히 통과됐다.

▲한자연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IL센터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나아가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며 법 개정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더인디고
▲한자연은 19일 오후 국회의사당로에서 집회를 열고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IL센터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나아가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며 법 개정 통과를 촉구했다. ⓒ더인디고

한자연 소속 회원들은 이날 폭염의 날씨에도 “자립생활전환 정책 확대의 핵심 역할은 법적 지위”라며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IL센터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나아가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IL센터의 장애인복지시설 전환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IL센터 또한 법상 시설로 편입해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로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성은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법적 지위를 받으면 IL센터들의 운동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IL운동은 대정부투쟁 일변도의 운동이 아닌, 그 근본 취지는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대중교통의 접근성운동, 편의시설 개선운동, 지역 장애인지원조례 제정 운동 등의 권익옹호운동이 진정한 IL운동이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운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IL센터가 국가에 귀속되는 거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국비, 시비를 받으며 평가와 점검을 받고 있음에도 법적 지위가 없어 주민세 폭탄에 흔들리고,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임대료, 운영비 삭감에 고생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오히려 과감히 법적 지위를 받아서 행정·예산상으로 안정된 지원구조를 만들어야, 당사자에게도 더 안정적이고 질적인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자협, IL은 비장애인 주도 서비스에 대한 저항운동임을 잊었나?… 시설 전환한다고 국가가 동일하게 지원하지 않아!

하지만 한자협은 “장애인복지법에도 IL센터의 법적 지위는 ‘별도의 장(4장 자립생활의 지원)’과 ‘조항(제54조)’에 있다”며 한자협의 ‘시설 편입을 통한 법적 지위’ 주장을 일축해 왔다.

최용기 한자협 회장은 “같은 조항에 예산의 책임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는 그 책임을 회피한 채 오히려 구걸하게 만들어 왔다”고 전제한 뒤, “상황이 이런데도 시설로 편입된다 해서 국가가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이종성 의원의 개정안은 IL운동의 정체성과 탈시설을 부정하는 개악”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한자협은 장애인복지법 개악을 저지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더인디고
▲한자협은 19일 오후 국회의사당역에서 집회를 열고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및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전국에 약 300개인 IL센터가 모두 국고를 지원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자협이 주장하는 ‘지역 불균형’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편차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자협은 그동안 IL센터의 과반수가 서울 등 수도권에 편중된 점에서 보듯 안정적 재정 확보 없이는 지방 거주 장애인들은 차별과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왔다.

앞서 전장연도 오전에 8시에 열린 지하철 선전전에서 “지금까지 복지관, 거주시설 등 법상 시설들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대상화해 서비스를 지원해 왔다”며, “이에 대한 저항운동이자 당사자가 주도하는 운동 차원에서 2001년 IL센터가 처음 설립됐음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미국 IL운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로버츠의 말을 빌려 “IL센터의 역할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권익옹호”라고 전제한 뒤, “돈 좀 준다고 정체성을 팔아먹은 채 복지관, 재활시설 등처럼 서비스기관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며 “또한 시설로 편입해서도 얼마든지 IL운동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복지관이 등이 언제 차별에 대해 저항의 목소리를 낸 적 있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한자협은 “더 이상 이종성 의원의 개정안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이에 따른 ‘장애인복지법’ 전부 개정안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의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IL지원센터’를 ‘IL센터’로 할 것과 권익옹호, 탈시설 자립지원 등 역할 수행 및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 책임 등을 명확히 했다.

▲19일 한자연, 한자협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그동안 전장연을 압박해 왔던 경찰들이 이날은 이룸센터 앞에 설치된 전장연 콘테이너를 에워싸며 보호하는 진풍경을 벌이기도 했다. ⓒ더인디고
▲19일 한자연, 한자협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그동안 전장연을 압박해 왔던 경찰들이 이날은 이룸센터 앞에 설치된 전장연 컨테이너를 에워싸며 보호하는 진풍경을 벌이기도 했다. ⓒ더인디고

25년 만에 법 개정 놓고 단체간 대립 격화갈등 부추긴 21대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들 향해 책임져야

법 개정만 놓고 보면, 장애인단체가 찬반 집회까지 하며 양분된 것은 25년 이후 처음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시 장애인고용공단의 보건복지부 이관 등 ‘장애인고용촉진법’의 한계를 넘어 포괄적 고용정책까지 다루는 직업재활법 제정안을 두고, 이를 주장하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반대하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크게 대립한 적이 있다.

이룸센터에 입주한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양대 IL 진영의 맞불집회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며 “이번 개정안 논의가 처음도 아닌데 어쩌다 상대방의 집회마저 인정하기 어려웠던 것인지, 몇 시간 동안의 주장이 서로의 스피커 소리에 가려, 소음만 가득했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IL센터 법적 지위뿐 아니라 최근 보조금 등을 놓고 장애인단체 간 갈등이 첨예화한 데에는 21대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장애인 비례대표들에도 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 지향적이어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문제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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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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