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의 ‘불법 집회 엄단’에 검경, 장애인에 과잉대응 “유감”

0
128
▲정부와 여당의 불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엄단 방침에 따라 장애인 집회나 형사 사건 등에서 검찰이나 경찰의 공권력 집행 역시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더인디고 편집
▲정부와 여당의 불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엄단 방침에 따라 장애인 집회나 형사 사건 등에서 검찰이나 경찰의 공권력 집행 역시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더인디고 편집

  • 휠체어 당사자 잇단 강제 연행·중형 구형
  • 헌법 보장한 집회·시위 자유도 줄곧 강경 기조
  • 전장연·한뇌협 등 권리 무시한 채 권력 칼질비판
  • 장애운동에서도 법원 판단 의존 시대 안타까워

[더인디고]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집회 엄단’ 방침에 형사사법기관이 이를 무리하게 적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그 대상을 장애계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에서 차별받는 장애당사자, 특히 휠체어 등 보조기기 사용 장애인들에 대한 강제 연행과 중형 구형 등이 잇따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7월 한 달 동안만 해도 장애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집회‧시위에서 검찰과 경찰의 공권력 행사 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났다. 당시 경찰은 박 대표가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가로막고 운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박 대표 등 전장연 활동가들이 여러 차례 버스 운행을 방해해 충분히 경고했음에도 방해를 지속했기에 체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15일 논평을 통해 여의도 한복판에서 게릴라 시위를 벌인 전장연, 시민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출근길 테러를 즉각 중단하라“‘약자성이 불법행위까지 정당화해 줄 수 없다”고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경찰의 체포 조치는 불법·과잉이라며 연행과정도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집회와 시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는 주장이다. 연행 당시 사법기관이 법(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콜택시가 아닌 일반 차량으로 휠체어 사용자인 박 대표를 연행한 데다, 조사를 진행한 남대문경찰서는 화장실 편의시설과 경사로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7일에는 전장연 유진우 활동가가 현장에서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뇌병변장애인인 유 활동가는 서울 혜화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면담을 촉구하는 ‘비폭력·불복종 버스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당시 경찰은 유 활동가가 버스 탑승 시위 중 경찰의 팔을 깨물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고, 검찰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0일 밤 유진우(사진 왼쪽) 전장연 활동가가가 남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두부를 먹고 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캡처
▲지난 20일 밤 유진우(사진 왼쪽) 전장연 활동가가가 남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두부를 먹고 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유 활동가는 20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 데다 도망가고 싶어도 갈 수단이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검찰과 경찰의 무리한 영장 신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구속영장 발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한 권력남용”이라며 “권력기관(검찰, 경찰)의 극단적 탄압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뿐 아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한뇌협)20일 성명을 통해 최근 검찰이 형사재판에서 뇌병변장애인에 대해 잇단 중형을 구형하고 있다윤석열 정부의 강경 기조가 한몫한다고 비판했다.

한뇌협에 따르면 지난 7월 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지하철역에서 시위 중이던 뇌병변장애인 A씨가 역장을 다치게 한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철도안전법 위반, 상해죄 등을 적용해 A씨에게 1년 6개월 실형을 구형했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A씨는 지난 1월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역장을 들이받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역장은 왼쪽 발목을 다쳤다며 A씨를 고소한 상태다. 오는 8월 9일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어 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전장연 회원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삼각지역에서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캡처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전장연 회원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삼각지역에서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캡처

또한 파킨슨병이 있는 60대 뇌병변장애인 B씨가 횡단보도에서 마주 오던 70대 보행자와 충돌한 사건에 대해, 최근 검찰은 과실치상의 최고 형량인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상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일반 보행자와 지위가 똑같다는 점에서 검찰의 구형 수준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뇌협은 검찰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 “그 배경엔 전장연 등의 지하철타기 투쟁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는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통상 두 사건 등의 경우 장애 특성을 고려해 처벌하지 않거나 벌금 30만 원 이하의 약식기소로 결정함에도, 검찰은 휠체어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뇌병변장애인들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중형 구형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검찰이 피고인들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가 신체 일부로 인식하기보다는 사람을 상해할 수 있는 위험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권력기관을 향한 장애계 비판이 억지만은 아니라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강경 기조에서도 확인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숙 집회를 벌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를 겨냥해 ‘엄정한 법 집행’을 예고했다. 이어 당정은 윤 대통령의 발언 하루만인 24일,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나 출퇴근 시간대의 집회 제한을 검토하겠다며 불법집회·시위 근절을 위한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 태스크포스(TF)’ 운영을 밝힌 바 있다.

이달 4일에도 윤 대통령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행사에서 민주노총을 겨냥해 “국민과 국민경제를 인질로 삼고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혹시라도 불법시위나 파업을 통해 무엇인가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런 기대를 깨끗이 접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당정 기조와 검경의 태도에 대해 법조계나 법원 등에선 무리라는 판단이 나온다.

우선 유 활동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에 이어 신임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된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집회와 시위를 일률적으로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전동휠체어는 아니지만, 유모차를 끌다가 보행자를 넘어뜨린 C씨에 대해 지난 2019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1심은 C씨에게 50만 원을 선고한 반면, 2심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은 유모차를 차마(車馬)가 아닌 보행자로 보는데 이는 홀로 걷기 힘든 유아의 보행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며 “유모차와 보행자는 서로 정상적인 보행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장애시민은 헌법이 보장한 이동과 교육, 노동권 등을 침해받아 온 것이 오래”라고 전제한 뒤, “문제는 국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장애시민들의 다양한 형태의 몸부림마저 강제 연행과 예상 밖의 구형으로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권력을 최소한이 아닌 최대치로 사용하며 겁박하는 것 같다장애인 운동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라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 관련 기사

체포 하루 만에 박경석 석방…‘또 연행되더라도 행동할 것’

thevom@naver.com'
더인디고는 80대 20이 서로 포용하며 보듬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인터넷 저널입니다. 20%의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쪽빛 바닷속 살피듯 들여다보며 80%의 다수가 편견과 차별 없이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할 수  있게 편견의 잣대를 줄여나가겠습니다.
승인
알림
662e2b0f49634@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