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사건으로 ‘악마화’ 되는 정신장애시민들…수면 위로 오른 ‘사법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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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동 사건으로 ‘악마화’되는 정신장애시민들...수면 위로 오른 ‘사법입원’
▲서현동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이 조현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신장애를 가진 시민들에 대한 과도한 위험성을 강조하는 언론의 기사들이 부쩍 늘자, 보건복지부와 법무부가 '사법입원'을 제도할 것임을 발표하고 나섰다. ⓒ 픽사베이
  • 서현동 흉기 난동 범인…조현성 성격장애, 언론들 정신질환 위험성 부각
  • 마인드포스트 등 정신장애 ‘악마화’ 여론 경계해야…
  • 복지부·법무부 등 ‘사법입원’ 통해 ‘강제입원’ 제도화 논의 시작
  • 정신장애시민들, 강제격리 아닌 지역사회 지원체계부터 마련해야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지난 3일 분당의 서현동 흉기 난동 사건이 터지자 언론들은 범인 최 아무개 씨가 조현성 성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진단을 받고도 치료를 받지 않아 이 같은 사건이 일으켰을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마인트포스트는 지난 4일 [주장]을 통해 이번 서현동 흉기 난동 사건이 범인의 정신질환 때문일 수도 있다는 추정보도를 삼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마인드포스트는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에 따르면 기사의 헤드라인에 범죄와 정신질환을 연관 짓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보도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는 대중들로 하여금 ”정신장애인을 ‘악마화’하는 프레임을 내면화해 정신질환자들이 도저히 공동체에 공존할 수 없는 이질적이고 불안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고, 결국 정신질환자의 격리 요구로 이어진다고 요즘 우리 사회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악마화’를 경계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법입원제’를 도입 추진을 알리는 법무부의 카드뉴스 ⓒ 법무부 트위터 계정에서 갈무리

그러나 법무부는 “법관의 결정으로 중증 정신 질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도 “최근 일련의 묻지마 폭력, 살인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최소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하여 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하여 제도개선 방안으로 정신질환자 입원제도 전반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참에 정부는 정신질환자 범죄의 대책을 이유로 ‘사법입원’ 제도화를 통해 강제입원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입원제도는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과도한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7년 마련된 정신건강복지법은 환자 자의입원이나 동의입원 외에 보호의무자에 의한 ‘보호입원’, 즉 강제입원을 할 경우엔 2명 이상의 보호의무자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가능하도록 강제입원 요건과 절차를 강화했다. 또한 강제입원이 적합성을 심사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절차도 도입되었다.

그 후 2018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망 사건과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10년간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사실, 이듬해인 2019년 4월 부산 친누나 살해사건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사건이 벌어졌다. 특히 정신질환을 겪던 안인득의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은 또다시 정신질환자들을 강제입원을 통해서라도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는 여론의 방아쇠가 되었고, 당시 국회에서는 강제입원의 일환으로 ‘사법입원제도’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4개나 발의되었던 관련법 개정안은 결국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 바 있다.

‘사법입원제도’는 입원 결정에 공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의사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대신 법원이 입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법적 절차에 따라 입원 여부를 정하면 그만큼 환자 인권도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사법입원제도’도 입원 여부 결정 주체만 다를 뿐 강제입원이며, 이는 헌법재판소의 강제입원 위헌판결과 배치되며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제도라는 것. 그러면서 사회적 지원은 외면한 채 사회로부터 격리나 배제 중심의 제도에만 관심을 두는 정부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들에게는 ▲비강제적, 인권적 입원 체계 확충 ▲병원 외에 심리적인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는 지역사회 서비스 마련 ▲같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동료가 함께하는 동료지원 서비스의 확충 ▲다양한 상황 속에서의 스트레스 및 심리적인 어려움 발생 시 머물러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동료지원 쉼터 마련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한 제도라고 제안했다.

한편, 경찰은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살인예고’와 관련해 4일부터 6일까지 거동수상자 등을 대상으로 442건의 불심검문을 벌여 흉기 소지자 등 14건을 검거하고, 통고 처분 7건, 경고 훈방 99건 처리했다. 또 같은 기간 고위험 정신질환자 107명을 응급입원 조처했다고 한겨레신문은 전했다. 응급입원이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며 자·타해 위험이 큰 사람을 발견한 사람이 의사·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제도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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