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 장애학생에 의료지원 부정적”… 교육권 침해로 인권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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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11일 인권위 광주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교육청이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11일 인권위 광주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교육청이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 부모연대 등 전북교육청 상대 인권위 진정
  • 전북 지역, 가래 흡인 등 의료지원 가능 학급 전무
  • 초등학교 입학 앞둔 장애학생에 또 재택순회교육
  • 인권위·교육부 권고에도 전북교육청 “기다려 달라”
  • 전북교육청, 의료지원 골자 ‘교육기본법’ 개정안에 ‘반대’
  • 6개월 전 윤 대통령 지시 검토는 말뿐비판도

[더인디고]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학교마다 전문인력을 배치한다고 한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 전라북도 교육청은 간호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채 왜 집과 병원 등에 갇혀 순회교육을 받으라고 강요합니까?”

대통령까지 나서 의료기기를 착용한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교육받을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결국 말뿐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 하는 어린이를 만난 후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지시가 마치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20176, ‘가래 흡인과 같은 의료 조치에 대한 편의를 지원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2019년엔 교육부도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 지원계획을 수립해 각 시도교육청에도 전달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북교육청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한 중증 장애아동이 초등학교 문턱에서 교육권 침해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에 따르면 해당 학생은 전주에 사는 오 모 군으로 올해 7살의 중도·중복(지체·청각) 장애아동이다. 내년에 또래 친구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진학해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싶어 하지만, 재택순회교육을 권유받았다고 한다.

오 군의 부모는 지난달, 자녀의 2024학년도 초등학교 입학을 알아보기 위해 전북전주교육지원청 전주특수교육지원센터가 주최한 입학설명회 자리에서 진학 상담 했고, 이어 전북교육청 관계자와도 문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교육 관계자들은 ‘전북 지역에선 의료적 지원이 가능한 학교가 없다’ ‘집에서 순회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안내만 했다는 것.

이에 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 군의 부모와 함께 11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를 찾았다. 이들은 광주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 장애학생에게 이를 지원하지 않아 학교 진학이 어려운 것은 교육 차별이라며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11일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오 군의 어머니와 부모연대 관계자 등이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더인디고
▲11일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오 군의 어머니와 부모연대 관계자 등이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더인디고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순회교육은 학교에 나가기 어려운 학생을 위한 또 하나의 교육 방식이긴 하지만 교육청이 할 이야기는 아니다”며 “인권위는 학생의 요청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이른 시일에 권고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의료적 지원이 제공되면 오 군 역시 학교에 다닐 수 있음에도 전북 지역 의료적 지원이 가능한 학교가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은 전북교육청이 명백히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모든 지역이 전북과 같지는 않다. 교육청과 학교가 마음만 먹으면 장애학생을 위한 의료적 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신애 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오 군과 유사한 의료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 딸을 둔 부모다. 그의 딸은 현재 27살이지만, 지난 2005년 초등학교를 입학해 고등학교까지 줄곧 통합교육을 받고 졸업했다고 한다. 당시 교감과 장학사 모두 당황했지만, 학교는 교실과 매트리스를 준비했고,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오 군처럼 특별한 집중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학교에서 교육받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학교와 교사가 이 아이를 환영하고 귀한 존재로 여기는 마음’, 그리고 적절한 조치에 맞는 전문적 지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오 군이 2024년 입학 대상이니 지금 예산을 확보하고 의료기관과 연계하거나 간호 인력을 채용하면 될 일”이라며, “전북의 학교와 교사, 그리고 전북 교육감 모두 오 군을 학교 현장에서 밀어내며 포기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온 오 군의 어머니 역시 전북교육청 등 도내 모든 교육 관계자를 향해 “타지역과 달리 전북교육청은 병원과의 협약도 체결하지 못했고, 도 내에서 학교로부터 공식적인 의료적 지원을 받으며 통학하는 학생은 단 1명도 없다”며, “당신들이 내게 요구한 그 기다려 달라는 시간은 왜 이렇게 더디기만 한 채, 되려 너무나도 쉽게 재택교육을 권유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 아이를 비롯한 중도·중복 장애학생에게 필요한 의료적 지원은 학생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그 당연한 권리를 위해 전북교육청이 즉각적인 행동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작년 기준 가래 흡인, 경관영양 등의 집중 의료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전국 특수·일반 학교에 488명 정도로 알려졌다.

앞서 2017년 인권위 권고에 이어 교육부의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 지원계획 등에 따라 2018년 인천을 시작으로, 청주, 대전, 강원, 부산 등 각 교육청은 병원과의 협약 등을 통해 의료지원에 나서는 상황이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후속 법안으로 지난 3월 9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특수교육대상자의 의료지원을 위한 전문인력 배치’를 골자로 한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대표발의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되기도 했다.

조경미 부모연대 국장은 더인디고와 전화 통화에서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학교 측간의 협력이 중요한데, 현재 학교와 병원 간 MOU 과정에서 협의가 어려운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심지어 전북교육청은 김성원 의원 발의 법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낼 만큼 전북 지역에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되기도 쉽지 않겠지만, 실제 법이 통과돼 간호사가 배치된다 치더라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현행 의료법으로 인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제한 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형식적인 말과 법안으로 희망 고문만 이어가고 있다”며 “대통령의 지시가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검토가 되는지는 이번 인권위 진정 사건을 계기로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북교육청은 김 의원의 교육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학습권 보장의 방안으로 의료 지원인력을 배치한다는 것은 목적과 방법이 맞지 않으며,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병원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검토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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