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드림팀]① 농인을 위한 학교, 워싱턴 DC ‘갤러댓 대학교’에 가다

0
341
▲지난 8월 11일부터 22일까지 ‘디지털IT, 고용의 다양성’을 주제로 미국 뉴욕, 워싱턴D.C. 연수를 다녀온 임프티팀. 사진은 갤러댓 대학 연수를 마치고 임프티 팀원 10명과 이주영(수어로 인사하는 사진 뒷줄 두 번째) 갤러댓 대학 교목, 김대건(사진 뒷줄 네 번째) 갤러댓 대학 영어 부교수와 류시윤(사진 맨 우측) 청년 등이 함께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지난 8월 11일부터 22일까지 ‘디지털IT, 고용의 다양성’을 주제로 미국 뉴욕, 워싱턴D.C. 연수를 다녀온 임프티팀. 사진은 갤러댓 대학 연수를 마치고 임프티 팀원 10명과 이주영(수어로 인사하는 사진 뒷줄 두 번째) 갤러댓 대학 교목, 김대건(사진 뒷줄 네 번째) 갤러댓 대학 영어 부교수와 류시윤(사진 맨 우측) 청년 등이 함께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는 신한금융그룹과 한국장애재활협회가 함께하는 국내 유일, 장애청년 중심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이다. 2005년부터 매년 장애·비장애청년이 팀을 이루어 자신들이 선택한 국가에서 연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긴 코로나19로 연수 역시 중단됐고 4년 만에야 재개됐다.
<더인디고>는 ‘Digital IT for Humanity’라는 주제로 미국의 IT와 고용 정책 및 현장 등을 살피고 돌아온 3개 팀 청년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EMFT(미국1)팀 / 류시윤]

나는 대학 캠퍼스에 발을 디딘 순간 눈을 연거푸 깜빡였다. 학교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수어로 대화하며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청소노동자, 교직원 등 마주하는 이들과 수어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학교가 고요하고 정적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혹은 내가 미국이 아닌 또 다른 세상으로 간 듯했다.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곳은 워싱턴 DC 중심부에 있는 농인 중심의 고등교육기관인 ‘갤러댓 대학교(Gallaudet University)’이다.

나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임프티(EMFT)팀에 소속되어 갤러댓 대학교를 방문할 수 있게 됐다. 많은 연수 일정 중 학교 방문을 가장 기대했던 이유는 이 대학의 역사 때문이다.

갤러댓 대학교는 1864년에 청각 장애인을 위한 문법 학교로 설립되어 고등 교육을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학교이다. 학교 내 프로그램과 서비스는 청각 장애인과 난청 학생을 위해 특별히 고안되어 학생들에게 제공하며, 이중언어로 미국 수화(ASL)와 필기 영어를 교육 및 대학 커뮤니티에 사용되고 있다.

대학교에서는 귀중한 두 분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한 분은 갤러뎃 대학교 교목으로 일하며, 국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하는 이주영(강남대 사회복지 학사 졸업) 목사님이셨다. 다른 한 분은 우리 임프티 팀원 중 한 명과 제주도의 세계 농아인대회 행사에서 만나 연이 닿았던 김대건(갤러댓 대학교 영어 부교수) 교수님이셨다.

# 장애운동
이주영 목사님은 갤러뎃 대학교의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장애 운동에 빠질 수 없는 사건 하나를 말씀해 주셨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갤러댓 대학교는 농인 중심의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초대부터 무려 124년 동안 청인이 총장으로 선출됐다. 학생들은 이러한 모순적인 역사를 멈추고자 투쟁을 시작하였다. “농인 총장 즉시 임용(Deaf President Now, DPN)”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크게 목소리를 내고 점거 농성을 하였다. 그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1988년, 처음으로 농인인 킹 조던(I. King Jordan)이 총장으로 임명되었다. 이후로 총장직은 계속 농인이 맡았으며, 현재는 로베르타 코르다노라는 첫 여성 농인 총장이 임명됐다. 그는 2016년도부터 총장직을 담당하고 있다.

이후 갤러댓 대학교 안에 있는 ‘National Deaf Life’ 박물관 관람을 시작으로 김대건 교수님과 동행하며 토크 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 갤러뎃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의 비율
현재 갤러뎃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의 비율에 대해 질문하였다. 한국계 미국인은 많으나 한국 유학생은 별로 없다. 현재 한국인은 3명 정도 있고, 이는 국제학생 비율 중 약 10퍼센트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이후로 많이 줄었다고 한다.

# 중도·중복장애 학생에 대한 지원
요즘 늘어나고 있는 중도·중복장애를 갖진 사람 중에는 수어 사용이 어려울 텐데 어떤 식의 지원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질문하였다. 중복장애를 가진 재학생이 늘고 있으며 지체장애와 농, 발달장애와 농 등 여러 유형이 있다. 하지만 현재 재학생 중 4명에 해당하며 전체 재학생에는 1% 정도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 졸업 후 삶
졸업 후에는 주어지는 환경은 학교와 많이 다른 데, 졸업 이후에 삶이 어떠한지 질문하였다. 갤러뎃의 모든 근로자는 청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수어를 한다. 예를 들면 수업을 가르치는 교수, 청소를 하시는 분,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있다. 넓게는 학교 주변에 있는 유니온 마켓의 근로자분들도 커뮤니티에서 웬만한 간단한 수어를 사용할 줄 안다. 하지만 졸업 이후에 청각장애인이 건청인이 주류인 세상으로 나아갈 때 어려움이 생겨나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 수어통역사의 부재
이어 이주영 목사님에 따르면 교회 행사를 통해 만나는 갤러뎃 대학교의 졸업생 중 3분의 2가 정부 업무를 한다. 1990년 미국장애인법(ADA) 제정 이후 청각장애인이 고위직 공직에 많이 진출하고 있으며, 공무원 14급이 제일 높은 수치이다. 의사소통은 대부분 이메일로 이뤄지거나 수어통역사를 배치받지만, 수가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 민간기업의 경우 수어통역사를 배치받으려면 회사의 지원을 받아야 하며 이는 개인의 능력을 인정받아야만 가능하다. (민간기업의 경우 수어통역사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음.) 반면 공기업은 ADA에 의해서 공무원의 편의 지원에 10% 예산을 사용해야 하기에 비교적 처우가 좋은 편이다.

우리는 끝으로 아프리카의 농아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앤드류 포스터 기념관도 둘러본 뒤 교 투어를 마쳤다. 앤드류 포스터는 갤러뎃 대학의 첫 흑인 졸업생이고, 아프리카에 32개 교회와 많은 나라에 농학교를 세워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향의 농인들을 위해 열악한 환경을 바꾸고자 노력했고, 그 많은 결실에 대해서 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는 강남대학교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연수 전 해외봉사를 통해 농학교(초등), 농교회 등 농인들이 주류인 곳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작은 농 공동체를 마주한 것이었다면 갤러뎃 대학교는 거대한 규모이자, 더욱 체계화되고 발전한 농 사회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농사회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나는 3학년 1학기 과목이었던 ‘청각장애학생교육’ 수업 교재<한국농사회의이해: 한국수어교원양성용교재-농문화와농사회>의 한 부분이 생각났다. “인간은 한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배운다. 언어가 없으면 소통의 장애로 인하여 원만한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인간은 한 사회에 소속된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동의된 언어를 통하여 사회생활을 하며 여러 가지 필요한 지식을 얻는다. 즉, 약속한 언어로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사회의 질서와 규칙, 역사,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를 배워 나가게 되고 자기 삶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다른 나라, 사회를 알고 싶을 때 ‘언어’를 배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위 인용문에서 볼 수 있듯, 언어는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한 개인과 사회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준다. 농 사회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똑같이 드러나 농교육, 농문화, 농정체성 등 독자적인 용어가 생겨나는 것도 이에 대한 반증이다. 그런 의미에서 갤러뎃 대학교는 농인을 위한 학교로써 수어 사용이 보편적이기에 농사회 안에 여러 가지 것을 만들어가는 요람이라고 생각했다.

연수를 모두 끝마친 후, 나는 한국에 돌아와 곧장 수어 스터디에 가입하였다. 농사회에 대해 느낀 많은 것이 분명 뜻깊고 매력적으로 다가왔기에 할 수 있었던 행동이었다. 단순히 경험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스스로를 보면서, 농문화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배우며, 열의를 느끼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기고 글에 농사회에 대한 내 서툴고 어린 시각이 담겨있어 혹여나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러나 내가 느끼고, 배웠던 것이 어떤 것이며, 농문화에 대한 내 애정이 무엇인지는 분명히 전달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글은 한 학생이 농에 관해 관심을 두며 들여다보는 과정을 담았음을 밝힌다.

[더인디고 THE INDIGO]

thevom@naver.com'
더인디고는 80대 20이 서로 포용하며 보듬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인터넷 저널입니다. 20%의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쪽빛 바닷속 살피듯 들여다보며 80%의 다수가 편견과 차별 없이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할 수  있게 편견의 잣대를 줄여나가겠습니다.
승인
알림
662cc31b9be9b@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