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55] 정미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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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열린 제55차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경기지부 고양지회 문용선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10월 10일 열린 제55차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경기지부 고양지회 문용선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안녕하십니까. 동지, 그리고 도반님들 저는 일산에서 온 정미경입니다. 제 아이는 올해 25세, 홀트학교를 12년간 다니고 주간보호센터에 5년간 다니고 있습니다. 90년도 신입생으로 입학해서 동지니. 투쟁이니 교정에서 들어보고 제가 자발적으로 이런 말을 써보는 게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저도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성향이었는데요. 고양시 특수학교인 홀트 학교에 입학하는 날, 교사와 부모 회의에서 서로 다투는 것을 보고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아서 학부모 활동도 안 하고, 내 아이와 담임선생님께만 충실한 일종의 ‘아싸’로 살았습니다. 제 아이가 장애라는 사실만으로도 버거운데 싸움터 분위기에 들어가기가 두려웠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살아보니 장애인이나 소수자, 소외된 이들에게 세상의 햇살은 자발적으로 들어오지 않더군요. 장애인을 둘러싼 여러 가지 법안, 정책 지원 등등이 모두 한계가 있었고 저절로 되는 게 없었어요. 엄마로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도, 아무리 슈퍼 울트라캡짱 엄마라고 해도 다 해낼 수 없더라고요. 부모인 우리가 세상에 끊임없이 요구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어요. 제가 죽은 후에도 우리 아이들은 또 그 세상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에 남겨진 아이에겐 부모나 가족만이 울타리가 아니기에 그저 아이를 마주하는 주변인만의 관점 변화가 아니라 세상의 정책과 지원체계를 갖추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절감했습니다. 그 지점에 부모연대가 있었고 선두에서 일해 주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부채감을 느꼈기에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여기 오신 모든 분도 각자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주변과 부딪히며 혹은 맞춰오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오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처럼 뒤편에서 지지만 하던 분들도, 앞에 나서서 일하신 분들도 다 커다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 모아 가기를 바라는 한사람입니다.

그때그때 부모연대가 중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일들이 저의 경우와 다른 것도 있었고 모두의 필요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요구, 다양한 제도,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심을 세우고 곁가지를 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특히나 제가 곁가지를 외치던 사람이라 이런 의견을 내면서 힘을 모아 드리고 싶습니다. 부모연대를 중심으로 정책 골자를 이루어 가되 아이들 특성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가 있는 그런 세상을 바랍니다. 언제나 저도 한걸음 동참하겠습니다.

-2023년 10월 10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55회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thevom@naver.com'
더인디고는 80대 20이 서로 포용하며 보듬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인터넷 저널입니다. 20%의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쪽빛 바닷속 살피듯 들여다보며 80%의 다수가 편견과 차별 없이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할 수  있게 편견의 잣대를 줄여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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