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수학여행은 겨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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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풍경 ©픽사베이
▲겨울 풍경 ©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많은 사람은 남들처럼 살기를 원한다. 다른 이들이 가는 학교에 가고 그들과 비슷한 직장을 얻고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기를 원한다. 자신의 꿈을 좇는다고 하지만 속내는 “남들처럼”의 추구이다. 전공을 고를 때도 진로를 정할 때도 취미를 정하고 배우자를 택할 때도 그 대상과 시기를 정하는 기준은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그들은 나를 어떻게 볼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많은 사람과 비슷한 길을 걷고 다수에 속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고 그 집단과 조금 다른 모양이 되었을 때 이유 없는 불안감을 느낀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구자들도 그렇지만 갑자기 장애를 얻게 될 때도 그렇다.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이들이 힘든 것은 장애 그 자체로 인한 것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치명적인 것은 남들과 같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는 데에 있다.

눈으로 보는 대신 손으로 만져야 하고 귀로 듣던 것을 눈으로만 파악해야 한다. 걷고 뛰는 대신 바퀴 달린 도구를 타고 다녀야 하고 조금 다른 옷이나 보장구도 지니고 다녀야 한다. 그 삶은 그 자체로는 단지 다른 것일 뿐이지만 다수와 같지 않다는 점에서 두렵고 불안하다.

분명 추워진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패딩점퍼를 입고 나온 길에서 다수의 반소매 티셔츠 차림들을 보았을 때와 유사하다. 내가 일기예보를 본 것은 정확한 사실임에 분명하고 두꺼운 옷을 입은 현재의 내 상태도 스스로 쾌적하다 느끼지만 다수의 다른 차림들에서 내 기억과 현재 상태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장애 있는 내 삶은 대체로 행복함을 유지하지만, 장애 없는 다수를 볼 때 그것들은 흔들린다. 언젠가 쪽지 시험을 보았을 때 다른 아이들과 다른 답을 적은 내 상태도 그랬다. 내 답에 대한 나의 확신과는 관계없이 다수의 결정과 다른 나의 답안은 불안함으로 이어졌다. 그런 이유로 어떤 소수들은 ‘우리도 그들과 다르지 않아요.’를 구호로 외치고 평범과 일반성을 삶의 목표로 가진다.

그러나 같아지는 것만이 좋은 모습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다수는 가장 복잡한 교통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같은 대학 같은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똑같은 곳에 가기 위해 가장 치열한 경쟁을 겪어야만 한다.

얼마 전 학생들과 다녀온 수학여행에서도 그랬다. 코로나가 끝나고 가장 적절한 시기로 정한 가을 어느 날은 많은 학교들이 여행을 떠나기로 한 바로 그 같은 날이었다. 비행기 티켓을 구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제주도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날짜도 시간도 같았지만 가려고 하는 곳도 비슷했다. 만났던 일행들과 장소를 바꿔가며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동안 여유로움은 느낄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의 선택과 나의 선택이 다르지 않았다는 것에서 약간의 안정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여행 그 자체로서의 만족감을 떨어뜨릴 만큼 섬 전체는 복잡했다.

따지고 보면 좋은 날씨라는 것도 적당한 장소라는 것도 남들과 비슷하게 특별히 튀지 않도록 서로서로 따라 정한 것이다. 우리는 추운 겨울날 제주도 아닌 다른 섬에 갈 수도 있었고 더운 여름날 한라산 아닌 다른 산에 갈 수도 있었다. 계절은 계절대로 여행지는 여행지대로 그때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우리가 좀 더 즐거울 방법은 남들이 생각할 땐 적당하지 않은 때 독특한 장소였을지 모른다.

모두 같은 시간 출근하고 퇴근하다 보니 나 같은 교사들은 은행 업무 보기가 너무나 힘들다. 서류의 마감 날짜도 월말과 학기 말에 몰려있다 보니 전자결재 시스템도 그때마다 붐빈다.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던 그때마다 우리는 힘들었고 불편하고 복잡했다.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교사가 있다면 여름이나 겨울을 한번 권하고 싶다.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원한다면 남들이 가는 방향과 다른 결정을 하기를 추천한다. 난 원하지 않은 다름으로 살아가지만, 그것은 때때로 다른 이들보다 큰 만족이나 성취로 작용하기도 한다. 내 장애가 불편해 보인다면 그것은 나를 바라보는 당신이 아직도 같음만이 옳다고 생각하며 복잡함을 쫓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분명 같음이 옳을 때도 있지만 항상 같을 필요는 없다. 조금만 생각을 돌리면 평일의 놀이동산처럼 당신의 삶도 색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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