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그들이 목숨걸고 행동한다는 것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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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2일 오전 8시 혜화역 5-4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하철 출근길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사진©더인디고
지난 1월 12일 오전 8시 혜화역 5-4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하철 출근길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사진. ©더인디고
  • 전장연 출근길 선전전에 대한 고찰 필요
  • 20년 넘는 시간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기자의 활동지원사는 작년 2월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런데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로 가는 길에 봉변(?)을 당했다고 한다. 하필 그날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로 곳곳에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활동지원사는 발을 동동 구르며 자신이 졸업식에 지각할 수도 있게 원인을 제공한 전장연에 많은 화가 났다.

서울 지역에서 활동지원사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아니, 활동지원사보다 더 심한 경험을 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본인의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이 지연되는 바람에 예상치 못하게 회사에 지각하거나 예약된 병원 진료 시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약속된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했을 것이다.

지난 1월 12일 금요일 오전 8시, 종로구에 있는 혜화역 4호선 승강장 5-4(동대문 방면)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 권리중심일자리 최중증장애인노동자 400명 해고 철회 촉구!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508일차”에 다녀왔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이 주제였지만, 현재까지 장애인예산 확보부터 장애인노동자 해고 철회 등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젠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처럼 활동가들이 지하철을 타며 지하철 운영이 지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숫자의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제지하고 있고, 현장에서 퇴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혜화역장은 빨리 퇴거하라며 크게 고함을 쳤다고 한다.

너무 많은 수의 경찰 인력들이 시위 현장을 애워싸고 있어서 경찰들 틈바구니를 파고들어가지 않는 이상 기자의 눈에는 시위 현장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또 혜화역장의 고함소리는 물론 시민들이 어떤 불평을 하는지, 활동가들이 무슨 구호를 외치는지, 경찰들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뭐라고 하는지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차가운 분위기.

한겨울의 아침 시간이라서 승강장 내부가 차갑고 쌀쌀한 건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눈을 감고 서 있으면 느껴지는 분위기는 한겨울의 그것과는 다른 차가운 분위기다. 살벌하고 외면 당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차갑고도 쓸쓸한 이 대한민국 사회의 분위기. 제대로 보고 듣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혜화역 승강장 분위기는 차가웠다.

현 시점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 이 출근길 선전전의 의미를. 장애인 활동가들이 추운 날씨에 왜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시위를 하는지. 이동권 보장해달라고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어도 되고, 장애인 예산을 확보해달라고 국회에 청원할 수도 있고, 최중증장애인노동자 해고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사람들은 생각하기는 걸까?

네이버나 다음 등 주류 포털사이트에 뜬 전장연의 출근길 선전전 관련기사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여전히 불만과 불평이 가득한 이야기가 절대 다수이며, 심지어 일부 언론의 기자들은 전장연의 정확한 이름조차 제대로 입력하지 못했다. 그저 독자들에게 전장연을 소위 ‘까는’ 내용의 자극적인 기사에 넣어 조회 수를 올리는 데 여념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이 시작되었던 20년 전, 리프트에서 장애인이 추락해서 사망하기도 하고 승강장에 추락하여 사망하기도 했다. ‘20년 전’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도 장애인이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고와 사건은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수 있는 20년 동안 장애인의 이동권은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장애인이 지하철을 탈 때 우스갯소리처럼 ‘목숨걸고 탄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에 대해 어떤 정치인이 “서울 지역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는 90%가 넘는다”고 한 적이 있다. 100%가 아닌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떤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휠체어 이용자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철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이 지하철을 타지 못한다면 아무리 90%가 넘는 수치라도 의미 없다.

사회적 약자도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예산을 아끼지 않고 투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법으로 정하고 있듯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켜서 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렇게 제도가 있어도 현실은 그렇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전장연 활동가들은 직접 몸으로 투쟁을 하며 시위한다.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비장애인 주류 사회에서 소수인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게 참 힘든 현실에 마음이 몹시 무겁다. 누구나 당연히 가질 수 있고 가져야 하는 권리를 ‘장애’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극단적으로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사망에까지 이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Leave no one behind(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면 말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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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ju@naver.com'
지나가는 행인
3 months ago

자기자신들의 권리를 갖기위해서 남의 권리를 박탈하는건 옳은일인가요? 시민들이 그동안 얼마나 그고통을 전담받아야 합니까? 기자면 기자답게 한쪽만 편협된 생각가지고 기사 쓰지말고 양쪽다 공론될수 있도록 써야하는게 기자의 할일 아닙니까? 이런기사쓰는 당신이나 당신이 소위 말하는 공격적으로 그들을 깍아내리는 기자들이나 똑같습니다.

rerju@naver.com'
지나가는 행인
3 months ago

댓글쓴거 사라졌네요.ㅋ 역시 당신네들도 똑같네. 뭐묻은 개가 겨묻은 개한테 뭐라하는것처럼 어의가 없네요.ㅋㅋㅋ이글 다시한번 지우면 당신네들도 그들 (전장연)과 같이 특정 정당과 밀접한 관계있다는것을 인정하는겁니다.당신이 진정한 양심있는 기자라면 파벌싸움에 껴있는 일반시민들 목소리까지 귀기울이겠지.안그래요? 박관찬기자님?
참고로 전장연이 어떠한 집단인지 그속내는 무엇인지 더 공부하고 오세요. 그들과 같은 편이라면 유구무언입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