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66] ➁ 장명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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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희 부모연대 경북지부 구미지회 회원이 1월 16일 열린 제66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명희 부모연대 경북지부 구미지회 회원이 1월 16일 열린 제66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경상북도 장애인부모회 구미시지부에서 올라온 장명희입니다. 날씨가 아주 차가운데도 여기의 열기는 참 뜨겁습니다. 전국의 동지들을 만나니 마음으로 흐르는 동료애를 느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 아이는 자폐성향이 아주 강한 올해 33세의 청년입니다. 기저귀를 찰 때부터 치료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좀 더 나아지기를 기대했지만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울고,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고 자기 몸을 때리고 정말 고민이 많고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하루는 이용시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 아이가 도전적 행동으로 사회복지사 발에 화분을 던졌다고 합니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까지 나왔다는 겁니다. 저는 센터에 가서 이제 네가 여기 있을 수 없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아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안 간다고 고집을 피우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컸으면 주변의 이웃이 장애인 학대하는 줄 알고 달려왔습니다.

그날 저는 무조건 센터에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센터를 나와 주변을 돌아보니 갑자기 눈물이 나왔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들이 연인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웃으며 지나갔습니다. 그때 저는 아, 내 아이가 여기서 행복하지 않았겠구나. 이 아이도 청춘인데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본인이 원치 않고, 또한 물어보지도 않고 엄마의 편의를 위해서, 케어라는 이름으로, 안전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이렇게 반강제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 결심했습니다. 어쨌든 설명하고 대화를 하자. 아이의 인격을 존중하자는… 그리고 그동안 어린이 대하듯 한 것에서 벗어나고자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벤티 사이즈로 냉커피를 한 잔 마시게 했습니다. 그러자 그 커피를 얼마나 맛있게 마시는지 상상초월이었고 지금도 그 소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어 제가 소속은 되었지만, 활동은 하지 않았던 부모회를 찾아갔습니다. 무언가 이 아이에게도 변화의 필요가 있겠구나, 그때 구미 부모회는 고구마밭을 가꾸고 있었는데 엄마랑 풀을 메는 작업을 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집중력은 대단했고 정말 잘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주간활동서비스 사업이 펼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외부 활동을 위주로 하는 의미 있는 낮 생활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그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와 많은 여행을 하고 잘 알아듣지 못해도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하고 노력했습니다. 또 함께 하다 보니 제 아이의 이웃과 네트워크는 어떻게 되는지 알았습니다. 구둣방아저씨, 슈퍼아주머니, 철물점 아저씨, 공원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나름대로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꼭 인사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들은 인사를 잘한다고 칭찬했습니다. 아이가 긍정적이고 나름대로 매력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타인들을 통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설득을 하면 알아듣는 듯 했고 사람과 눈을 맞추고 저에게도 밀당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회 활동을 하다 보니 1박2일, 2박3일 동안 제가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낮 시간 활동 이 후에는 활동지원사 선생님과 함께 하고 저녁 먹고 샤워하고 혼자 잠자고, 그다음 생활을 하는 긍정적인 루틴한 형성도 가능해졌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자립이 가능해지는 날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아이가 편안해하고 행복해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행복해지기를 소원합니다.

-2024년 1월 16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66회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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