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드림팀] ⑯ 우리나라 접근성이 나아가야 할 길, Access-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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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위원회(Access-Board)에서의 엑세블팀 단체사진. 정승원 청년은 가장 우측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접근성 위원회(Access-Board)에서의 엑세블팀 단체사진. 정승원 청년은 가장 우측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엑세블팀 /정승원]

난생처음 간 미국, 모든 것이 새로웠고 워싱턴 D.C.에서 일정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날이었다. 고작 워싱턴 D.C.에서 이틀을 보냈을 뿐인데, 이제는 가는 길이 마치 원래 내가 살았던 곳 인양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는 분명 1일 차에 FCC 방문 이후 땡볕에서 의회를 40분가량 걷게 되면서 워싱턴의 공기에 완벽히 적응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에 일이 있을 때마다 향했던 여의도에서 나던 풀냄새와 서울이면서도 눈앞의 넓은 광장은 모든 정부 청사의 특징인가를 의심케 하는 점이었다. 나는 시각장애가 있어서 그날의 냄새와 분위기를 기억해 두고 내가 느꼈던 감각과 일치되는 감각을 남아있는 시력과 합쳐 묘사하고 말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간혹 보이느냐고 의심받는 적도 있지만 눈이 처리하지 못하는 일을 뇌의 기술로 접근하고 있어 내 뇌의 ‘Access-ability’는 나름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하며 오늘의 일정을 향해 우버 택시에 올라탔다.

먼저 도착하여 도보로 걸어오고 있는 팀원들을 기다렸다. 이 더운 날 걸어올 팀원들을 생각하며 나는 편히 왔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특히나 팀장님을 통해 접근성 위원회(Access-Board)가 우리 연수의 방문 핵심기구라는 이야기를 너무나도 많이 들어왔던 터라 기대가 크기도 했다. 한국에서 사전 조사를 할 때도 이곳을 내가 담당하여 발제했던 터라 나름대로 애정 있게 바라보던 기관이었다. 팀원들이 모두 모였고 우리는 꽤 넓은 회의실로 향했다. 연수 기간에 나의 눈이 되어준 윤수 형은 회의실의 형태가 마치 자신이 카투사를 했을 때의 회의실 같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오늘 통역 담당이 윤수 형이었고 팀장님의 기대가 큰 곳인 만큼 형의 부담감이 컸을 테니 카투사 했을 때처럼 자신 있게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이틀간 많은 피드백을 거쳐서인지 나를 포함한 팀원들의 자기소개는 한결 가벼웠다. 또한 통역을 맡은 세 명의 친구는 서로를 보충하며 원활하게 통역을 이어나갔다.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이날은 특별히 제임스 씨도 동행하고 있었기에 우리의 지원군이 많기도 했다. 각자 소개하고 나서 먼저 접근성 위원회의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접근성 위원회는 연방 기구이며 대통령이 임명한 인원과 장애 당사자 기술자 등으로 구성된다고 했다. 더불어 물리적 접근성인 ‘건축에서의 배리어프리’에 대한 기준에서부터 ‘웹 및 새로운 기술에 따른 키오스크’ 등의 접근성 기준을 만들고 있고 그것을 규정으로 다듬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부분까지는 내가 발제를 준비하던 당시, Chat-GPT에 접근성 위원회의 역할이 뭐니? 라고 물었을 때 나온 내용과 아주 똑같은 내용이라 굉장히 놀라워하고 있었다. 건축법을 통한 건축 및 교통수단의 장벽을 없애기 위한 위원회를 시작으로 재활법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의무화하고 ADA(미국의 장애인복지법)로 이것들이 강화되며 미국의 접근성 위원회는 점점 그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의료시설까지로 범위를 넓히고 WCAG2.2버전을 받아들여 AA 단계로 접근성 표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 이후 질문이 오가기 시작했고 우리가 사전에 가져간 모든 질문을 하는 것은 시간상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몇 가지 질문을 선별하여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키오스크는 24년부터 공공시설의 키오스크는 모두 접근성이 보장된 키오스크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법이 결국 통과가 되었다. 이에 첫 번째 질문은 미국의 키오스크 현황에 대한 접근성 위원회의 의견이었다.

나 또한 이 질문을 보며 뇌리에 강렬히 스치는 기억이 있다. 대학교에 다닐 때 친구가 많던 나였어도 간혹 혼자 남겨지는 식사 시간은 혼자 밥 먹기가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아니었다. 나에겐 말하지 않는 키오스크는 고철 덩어리에 불가했고 가까이에 있는 식당을 포기하여만 했다. 그리고 혼자 밥을 먹고 싶은 순간에도 혼자 센치해질 기회를 박탈당하고 결국 친구들을 동원해 식사 약속을 잡아야만 했던 과거? 아니 현재도 그렇다.

그래서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라는 조직에서 학교별 키오스크 현황을 조사한 적이 있다. 휠체어 높이로 손이 닿는지, 점자 키보드가 있고 음성기능이 있는지, 화면이 확대되는지, 자막이 제공되는지 등을 직접 학교의 키오스크를 검토해가며 자료를 만들고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했었다. 방금 말한 이 기준들은 결국 우리나라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되면서 시행령으로 더 자세하게 반영이 되었고 미국 또한 같은 것들을 고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도 지하철 티켓 발권기이냐 공항 티켓 발권기냐에 따라 다른 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를 한데 모아 종합적으로 법제화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번째 질문은 강제화된 접근성 기준 때문에 기업의 반발이 세지 않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당연히 반발이 세다는 예측 가능한 답변이 돌아왔으나 뒷부분에서 ‘아차!’ 싶은 대답이 돌아왔다. 기업도 또한 중요한 이해관계자라는 말이었다. 기업도 이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실행하는 주체가 될 것이고 그 기업만의 특성이 있을 것이다.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이윤 창출이겠으나 공공과 민간으로 이원화하여 재단하고 무조건 꾸짖는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닌 기업과 기술자 등 가이드라인이 잘 적용될 수 있는 방안들을 찾기 위해 함께 협력한다는 말이었다.

기업도 공유가치창출과 ESG 경영 등 많은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는 주체로서 접근성 영역에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고 함께 협력한다면 강제하고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과 법제가 아닌 인센티브 형식을 동원하며 공공과 민간이 상생할 수 있는 가이드들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은 우리나라에 조언해 줄 점을 광범위하게 물어봤다. 답변으로 캘리포니아에 콘퍼런스에 참여하라고 했는데 ‘나 좀 다시 미국 보내줘!’라는 말이 나올 뻔한 것을 참았다. 그러고 나서 장애인 단체, 국가의 협업과 비영리조직의 사회공헌으로서의 인센티브 지급, 그러면서도 강제할 부분에서 강력한 규제를 말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들일 것이다.

총체적으로 내 언어로 정리하면, 접근성 위원회가 강조한 점은 두 가지로 좁혀졌다. 어제 노동부에서도 느꼈듯 미국은 파트너십 시장, 즉 민간 영역, 비영리 영역, 공공 국가 영역에서 협력체계를 공고히 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접근성 위원회도 마찬가지이다. 법적 강제성을 띠고 있는 재활법과 ADA를 근간으로 하되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시정권한과 사법적 권한은 없다.

단지 한 단계 더 나아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규정을 만드는 데 주요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이다. 사실 연방국가라는 것이 중앙집권에서 어려운 구조라고 생각해 왔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부족국가들은 빠르게 중앙집권의 해체가 되며 안 좋은 결말을 맞아왔다. 하지만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른 연방정부의 체재를 잘 유지해 오고 있는 나라이고 그 근간에 접근성 위원회 같은 조직이 거버넌스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민간기업 및 시민단체 그리고 국회 등 여러 소통 채널을 두고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자유시장을 강조하는 미국일지라도 미국이 복지국가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이유는 민간에서의 복지지출이 보완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배운 적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로 민간에 위탁하거나 국가가 중심이 된 복지정책이 많다. 이렇게 각자의 경로가 다른 복지국가이지만 접근성 위원회처럼 우리의 국가인권위원회도 실질적 가이드를 구축하고 여러 협의체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마냥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권한까지 모두 가지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조금 변화한 생각을 갖게 된 계기였다.

둘째로는 의견 수렴 과정은 정말 본받을 만하다라는 점이다. 장애당사자의 의견뿐만 아니라 기술자와 건축업자들, 회사 의견을 모두 듣는 점에서 감명 깊었다.

형식적으로 의견 수렴 자리만 열어두고 사진 찍히기 용도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접근성 위원회의 말을 통해 그 의견 수렴의 자리가 어떤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진실성 있게 다가왔다.

접근성 위원회의 로고 앞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고 리더로서 내가 선물을 전달하고 방문을 무사히 마쳤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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