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모든 영역에서 포괄적 접근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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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AI 기술을 활용한 장애인 보조공학 : 혁신과 도전을 향한 과제’에서 토론하고 있는 최보윤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 사진. ©최보윤 변호사
‘2023년 AI 기술을 활용한 장애인 보조공학 : 혁신과 도전을 향한 과제’에서 토론하고 있는 최보윤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 사진. ©최보윤 변호사
  • 기자가 만난 사람들 3_최보윤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
  • 의료·이동권 등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당사자 고려한 포괄적 접근 필요
  • 신기술이 가속화되는 흐름에서 배리어 프리도 반드시 고려해야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2022년 발목골절로 수술을 받고 사망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지난달 12일 시작됐다. 첫 변론기일에서 제기된 쟁점은 장애인에 대한 병원의 ‘설명의무’ 범위다. 이에 유족의 법률대리를 맡았으며, 본인 역시 지체장애가 있는 최보윤 변호사(법무법인 대륜)에게 사건의 핵심과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사건의 핵심은 ‘배리어 프리’

변론을 맡은 최 변호사는 소송 경과를 묻는 질문에 ‘배리어 프리’라는 장애계의 가장 큰 화두를 먼저 꺼냈다. 문자 그대로 의료에서도 장애에 대한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최보윤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 ©최보윤 변호사

그는 “사건의 핵심 중 하나가 의료진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후유증에 대한 설명을 누락한채 심각한 발달장애가 있는 환자 본인에게만 관련 사항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다는 것이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실제 사건 개요에 따르면 환자 A씨는 심각한 발달장애를 갖고 있어 통상적인 의사소통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수술을 담당한 의료진은 보호자가 아닌 A씨 본인에게만 발목 골절 수술에 대한 설명 후 동의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자, 수술 후유증인 ‘색전증’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최 변호사는 “의료법 제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에 근거해 의사는 의사능력이 없는 환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을 해야하지만, 의사능력이 부족하거나 환자에게 발달장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나와있지 않다”며 “설명의무가 명확하지 않으니 법원이 해당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변론기일에서 피해자의 사망에 의료상 과실이 있는지 법원에 감정이 채택되었고, (감정)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감정인의 감정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법의 모호한 부분이 있는 만큼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과 지식을 토대로 내려지는 감정결과를 확인하고, 의료진의 설명의무 이행과정의 문제점이나 기타 의료행위상 과실 등에 대한 변론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얘기다.

최 변호사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의료진의 부족한 설명이나 미진한 진료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판례가 앞으로 법적 기준으로 정립되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배리어 프리, 포괄적 접근 영역에서의 문제

최 변호사는 본인도 의료사고로 인해 장애를 가지게 되었고, 병원을 상대로 6년 간의 소송 끝에 승소판결을 이끌어 냈던 경험을 토대로 지금까지 다양한 손해배상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다양한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겪었고, 정책에도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장애 이슈와 최근 최 변호사가 짚어보는 우리 사회에서 관심가져볼 사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날 장애인 인구 중 90%가 후천적 장애인이라고 할 정도로 의료사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인으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흐름에서 최 변호사는 배리어 프리는 특히 ‘포괄적 접근권’ 영역에서 중요하다고 꼽았다.

최 변호사는 “저는 신기술이 앞으로 계속 발전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에게 개인의 욕구에 맞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본다”라며, “특히 기술의 개발 및 정책 도입의 초기에 체계를 확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장애에 대한 고려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국제 보조공학기기 심포지엄’에서 토론하고 있는 최보윤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 사진. ©최보윤 변호사

최 변호사는 ‘2023년 국제 보조공학기기 심포지엄’, ‘AI 기술을 활용한 장애인 보조공학: 혁신과 도전을 향한 과제’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바 있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장애인 이동 편의증진 특별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최 변호사는 이러한 활동에서 ‘포괄적 접근’을 강조한다. 장애인만을 위한 게 아니라 결국 모두를 위한 접근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접근성 하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떠올릴 수 있다. 최 변호사는 지하철의 경우에도 초기 설계를 하는 단계부터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개인형 이동장치),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자동차) 등 이동기기에 대한 신기술이 가속화되는 상황인데, 도시 중심으로 이동체계가 이뤄지면 안 되고 도시 이외의 지역 간 이동이 어려워지는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또한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을 비롯해 다양한 당사자들이 지닌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이동수단이 배치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결국 이동을 하려는 목적지의 정보가 꼭 필요한데, 정보 접근권 역시 AI 기술의 도입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이 부분 또한 그 초기 단계에서부터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당사자들의 특성과 욕구의 반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포괄적 접근권 기반한 권리보장 체계가 미흡한데, EU에서 접근성 센터가 설립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변화와 수준에 맞는 법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최 변호사는 “이제 100세 시대, 초고령화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가지거나 거동이 불편해지기도 하니까 접근성은 앞으로 늘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래서 앞으로 이동권을 비롯한 어떤 영역에서든 기술을 개발할 때 포괄적 접근성을 꼭 고려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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