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배의 환승센터] 송파구 마을버스에 투입한 저상버스 감차,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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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에 최초로 마을버스가 신설됐다는 것을 알리는 현수막을 단 마을버스 송파01번 마을버스©김훈배
▲송파구에 최초로 마을버스가 신설됐다는 것을 알리는 현수막을 단 마을버스 송파01번 마을버스©김훈배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

지난 2022년 12월 15일부로 마을버스 노선이 없었던 송파구에 최초로 마을버스가 신설됐다. 송파01번 4대, 송파02번 3대, 송파03번 2대까지 세 개 노선에 총 9대가 운행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의 공약이었고,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서울IL)는 ‘마을버스에 저상버스를 투입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송파구 마을버스 노선을 입찰받아 운수업체로 선정된 ‘(주)여진운수(현, (주)송파마을버스)’에선 차량을 출고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저상버스 5대를 출고했고, 송파01번 전체 4대 중 2대, 송파02번 전체 3대를 저상버스로 배정했다.

그런데 구청장의 공약과 장애 당사자들의 교통권 보장을 위해 투입된 저상버스 3대가 송파구 마을버스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 즉, 마을버스에 투입된 저상버스 5대 중 3대가 보이지 않고 대신 다른 회사에서 사용하다 넘어온 중고 고상버스 3대가 약 두 달 전인 1월 29일부터 저상버스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경위가 무엇인지 송파구에 질의를 넣었는데 약 일주일 후 결과를 통해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사유를 보는 순간 키보드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송파구 마을버스를 담당할 운수업체 선정부터 문제의 시작이었다.

저상버스 감차를 언급하기에 앞서 마을버스 운행업체 선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송파구는 중구와 더불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마을버스 노선이 없었다. 초록색 지선버스 노선들이 마을버스 역할을 하듯이 동네 구석구석을 운행하고 있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민선 8기에 접어들면서 송파구 관내 대중교통 소외지역에 해당하는 오금동, 가락동, 장지동, 삼전동 지역의 마을버스 신설이 논의되었고, 입찰에 참여한 운송사업자는 4개 업체였다.

그중 금천구에서 금천11번 마을버스를 운행하던 ‘이삭운수’가 총점 81.22점으로 1위를 받아 최종업체로 선정되었고, 2022년 12월 15일 개통식을 시작으로 송파구 마을버스 3개 노선이 운행을 시작했다. 운행 시작과 동시에 법인명을 ‘(주)여진운수’로 변경했다. 이 업체는 금천구에서 운행하는 마을버스의 적자가 심하고 2011년 1월 이후에 개통된 노선들은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서울시 조례가 존재하는데, 이로 인해 대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채 파행을 일삼아 이미 금천구 지역 주민들로부터 민원과 항의가 끊이지 않는 회사였다. 이런 회사가 송파구의 신규 마을버스를 운행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문제였고, 이미 금천구에서 파행을 일삼는 회사가 송파구에서 제대로 운행할 리가 만무했다.

또한, 송파구 마을버스에 투입한 저상버스들 역시 이미 다른 업체가 구매를 취소한 재고분 차량이다. 물론 재고분이라도 신차는 맞지만, 재고분인 만큼 본래 가격보다 비용을 적게 들여 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저상버스를 출고하면 일정 부분 재정지원을 받는다. 그렇기에 실제 저상버스를 투입한 것도 놀라웠지만 과연 지역의 요청대로 문제없이 제대로 운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걱정과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이에 이번 문제를 주시하고 있던 상황에서 송파구청에 저상버스 5대 중 3대를 타 운수업체에 중고로 매각한 사유와 관련하여 질의를 넣었는데, 답변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중략] 마을버스 개통 당시 민간 운수업체 측은 우리 구 마을버스 사업에 대한 기대와 의욕을 갖고 CNG 저상버스 5대를 신차로 구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하였으나, 적자 운영이 지속되고 있고 CNG 저상버스의 특성상 정비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부득이 당분간 CNG 고상버스로 대차 운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운수업체가 구와 사전협의 후 마을버스 조합에 대차 신고를 통해 진행한 사항이며, 다만 주민 불편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정비 및 운용이 용이한 저상버스(전기차량)로 단계적으로 교체해 나가기로 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답변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데, 먼저 운수업체 입찰 과정에서 차고지 및 정비시설 항목이 기본적으로 포함된 상태서 저상버스를 운행하더라도 원활한 정비가 되기에 선정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저상버스 특성상 정비에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은 결국 보여주기식에서 끝나는, 애초에 교통약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에 하나 저상버스가 주행하기 어려운 구간이라면 노선을 바꿔서라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송파구는 단순 운수업체 주장만 중요시했다. 이는 민선 8기 구청장의 공약을 송파구 스스로 파기한 셈이며, 이런 결정으로 송파구 마을버스에서 저상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애 당사자들의 희망이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른 업체로 팔린 저상버스 3대 행방은 어디에

송파구 마을버스가 개통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전체 9대 차량에 대한 면허 및 변경 현황을 파악한 결과 매각된 저상버스 3대 중 1대는 경기도 광명시 소재 업체로, 나머지 2대는 관악구 소재 운수업체의 예비 차량으로 매각되었다. 아울러, 저상버스 빈자리를 채운 고상버스는 2018년식으로 금천구 시흥동에 연고를 둔 운수업체 소속의 마을버스에서 사용하던 차량을 중고로 구매하여 투입하였다. 이로 인하여 송파구 마을버스에 있는 저상버스는 송파02번 노선에 단 두 대만 남아있다.

▲송파구 마을버스 전체 노선 운행차량 면허현황 ©김훈배
▲송파구 마을버스 전체 노선 운행차량 면허현황 ©김훈배
▲송파구 마을버스 저상버스 중고 매각현황 ©김훈배
▲송파구 마을버스 저상버스 중고 매각현황 ©김훈배
▲고상버스로 대차 된 차량번호들이 아직도 앱에서는 '저상'으로 표시되어 있다. ©김훈배

문제는 운수업체가 아직 차량 정보를 수정하지 않은 탓에 버스 앱에선 고상버스로 대차 된 차량번호들이 아직도 ‘저상’으로 표시되는 상황인데, 만약 장애 당사자들 누구라도 저상버스가 운행하는 줄 알고 기다렸다가 고상 버스가 오게 되면 탈 수가 없으며 그냥 보내야 한다. 그것도 한 개 노선 전체에 저상버스가 없다면 이동에 불편과 어려움은 배로 늘어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작년 10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에서 발행한 ‘2023년 전국 시·도별 장애인 복지·교육 비교조사 자료집’에 나온 내용 중 저상버스 확보 수치 항목에 서울시의 경우 63.39%로 1위를 차지했으며, 전년 대비 약 6%가 상승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노선버스의 구형 차량 대차 후 신규 차량 출고 시 저상버스로만 출고하도록 조례를 규정한 덕분이지만, 이는 시내버스에만 해당할 뿐 좁은 골목길을 누비고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마을버스에는 도입률이 현저히 낮다.

그나마 다행으로 상용차 ‘현대자동차’에서 일부 내연기관 고상 버스 차종의 단종과 더불어 단산조치. 생산을 중단하겠단 발표와 함께 전기, 저상버스 위주로 제작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여 장기적으로 마을버스에도 저상버스가 확대될 가능성은 일부 열렸다. 그러나 이번 송파구의 저상버스 철수 및 중고매각 사례처럼 투입했다가 다시 없애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아무리 법이나 조례가 있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으며 장애 당사자들은 또 한 번 이동에 차별과 어려움을 경험한다.

무엇보다 교통약자와 장애인에게 버스란 단순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넘어 생존과도 직결된 인권 이슈로 바라봐야 하는 만큼 마을버스 저상버스가 다시 도로를 누빌 날을 간절히 기원하면서 송파구에선 장애 감수성 확대는 물론, 해당 운수업체에 대해 저상버스를 철수한 부분을 강력하게 지적하여 교통약자와 장애인들이 차별없이 교통권과 이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과 집중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버스와 이동권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고자 합니다. 현장 속에 정답이 있는 만큼 이용자, 종사자가 함께 공존하는 순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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