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자의 색연필] 소확행을 하고 싶다면 가치소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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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values(가치)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Pixabay

[더인디고=김민석・이수진] 

김민석
김민석 더인디고 집필위원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나타나는 표현으로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소확행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에 낸 수필집인 ‘랑켈한스섬의 오후’에 사용되면서 유명해진 단어로, 1980년대 일본의 경기 불황으로 노력하면 누구나 잘 살 수 있다는 과거의 암묵적인 약속이 무의미해지면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현대인들의 생활패턴을 일컬어 소확행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2010)’의 저자인 김난도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18’에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다시 언급하면서 대중화되었다.

오늘은 우리의 일상적인 단어로 자리 잡은 ‘소확행’을 시작으로 ‘가치’와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소확행을 많이 사용하는 상황은 주로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여행을 떠날 때, 그리고 평소 갖고 싶었던 것을 구매했을 때 등이다. 이중 구매 활동의 경우 가성비와 가심비가 좋은 조건으로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획득했을 때 특히 우리는 큰 만족감을 느끼곤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선택과 소비는 반드시 필요한데 이처럼 한정된 시간과 재화 속에서 ‘가치’ 있는 소비를 통해 소확행을 지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가치란 무엇일까? 그리고 소비가치는 무엇일까? 가치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고, 소비가치는 “기본적 욕구 표현으로서 자신의 가치 추구에 상응하는 서비스 상품에 대해 자연스럽게 가치 교감을 형성하며 소비에 대한 행동과 사고의 기준이 되는 것”을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가치는 감정적, 사회적, 기능적, 상황적, 진귀적 가치의 지각 정도가 높으면 구매의도 또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채우는 기준 중 하나가 상품구매라고 한다. 인간의 욕구를 이야기할 때면 가장 먼저 매슬로(Maslow)의 욕구 단계설이 떠오른다. 인간의 욕구 5단계에 따르면 각 단계가 채워질 때마다 인간은 행복감을 느끼는데, 그러면 제품 구매(소비)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몇 단계까지 채울 수 있을까?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

“나는 매주 일요일 아침 8시면 집 앞 빵집에서 우유식빵을 구매한다. 그 시간이면 따뜻한 식빵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갓 구운 빵의 식감이 좋고 무엇보다 국내산 쌀가루로 만들어졌으며 수익금 중 10%는 결식아동을 돕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그래서 빵이 필요할 때는 여기를 꼭 찾게 된다. 왜냐하면 이 집 빵을 구매할 때 왠지 조금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위 예시는 매우 단순하지만 소비를 통해서 인간이 기본적인 욕구를 채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식빵 하나를 사는 행위만으로도 무려 4단계의 욕구까지 채울 수 있다.

소비를 통한 욕구 충족, 소셜벤처・사회적기업이라면 가능하다

우리의 일상 소비를 통해 4단계 욕구까지 채울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최근에 종종 접할 수 있는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소셜벤처’는 사회문제 해결 등 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해 혁신적이고 체계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하고,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및 판매 등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따라서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은 환경, 장애, 복지 분야 등 특정한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은 이러한 기업의 제품 구매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여 구매하고 소비할까?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요인이 되는 시장의 가치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로스(Gross) 등의 학자들은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제품의 품질 기능 가격, 서비스 등과 같은 실용성 또는 물리적 기능과 관련된 기능적 가치(functional value)
-제품을 소비하는 사회계층 집단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제품의 소비에 의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정 등의 유발과 관련된 정서적 가치(emotional value)
-제품 소비의 특정 상황과 관련된 상황적 가치(conditional value)
-제품 소비를 자극하는 새로움 호기심 등과 관련된 인식적 가치(epistemic value)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치란 필요와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위에서 제시된 시장가치 다섯 가지 중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이 고객에게 선택되는 주된 이유는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는 사회적 가치’와 ‘긍정적인 정서적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외에도 제품 자체의 기능적인 가치와 상황적, 인식적 가치로 인해 구매로 연결되기도 한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이용하는 것은 다른 형태의 기부행위

작년에 아들과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고학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이때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인 아름다운커피의 초콜릿을 선물로 준비했다. 교육목적상 공정무역,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아름다운커피의 초콜릿은 여러모로 훌륭한 선물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이 기업에서 카카오 농장의 열악한 환경 등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아동의 삶에 대해 공감하고,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위해 교육키트를 제작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단순히 커피와 초콜릿 등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는 근본적인 취지를 적극적으로 사회와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적기업인 ‘아름다운커피’의 세계시민교육 키트/출처=아름다운커피 홈페이지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사회 발전을 위한 기부행위라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기부자는 자신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촉진하고 실현시킨다는 측면에서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기부행위를 하게 된다. 기부는 기부자가 좋은 느낌을 갖기 위해, 심리적인 갈등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또는 보람을 느끼기 위해 취하는 정서적 효용 행위로 해석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의 물품을 구매하는 것은 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자신을 밖으로 표출할 수 있으며 주변인들과 공감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매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제품의 구매는 다음과 같은 단순 기부와는 다른 가치와 정서적, 상황적 효용을 제공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기부는 재화를 전달한 이후에 피드백을 받기가 어렵고 기부 목적에 대해 연속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반면,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의 제품 구매를 통한 참여는 제품을 볼 때마다 내가 이 사회문제 중 무엇에 동참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지지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동일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부처가 있을 때 처음 선택한 기부처에서 다른 기부처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 반면, 제품 구매를 통한 기부는 다양하게 접해보고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의 가치소비가 곧 소확행

기부나 자원봉사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책임을 수행하고 정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의 고객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것이 곧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를 위해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은 고객의 소확행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의 가성비와 가심비를 높이는 노력과 함께 기업 스스로가 경제, 사회, 환경적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에게 고객이란 기업의 정체성(identity)을 공감하는 동지이고, 고객은 이들 기업과 함께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 소비의 주체이다. 올여름, 소비자가 행사할 수 있는 화폐 주권으로 우리 사회의 기업들을 평가해보고 소확행을 누려보면 어떨까.

이수진 (공동집필)
이화여자대학교 사회적경제통합과정 박사과정

[앙자의 색연필]은 7월 10일부터 김민석 교수의 지도와 감수를 거친 학생들의 글, 총 10편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인디고 The Indigo]

앙자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 대학에서 환경을, 대학원에서 마케팅과 CSR,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하고,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LG전자에서 일했다. 현재는 연구소와 대학교에서 ‘나은 삶을 함께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준법진흥원 원장으로 윤리경영, 준법, 컴플라이언스 등 ISO 인증 및 교육을 하고 있다. e-mail: lab.sustain@gmail.com / kazak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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