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에 ‘병가’ 명시된 기업 절반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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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에 젊은이가 벤치에서 고독하게 앉아있다.
ⓒunsplash
  • 전국 493개 민간기업 취업 규칙 분석… 42%만 병가 명시, 유급병가 7.3%
  • “상병수당 도입 시 취약 집단 배려해야”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정부는 지난 7월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한국형 상병수당’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이 시행되고, 2022년부터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이 지난 11일 발간한 ‘보건·복지 이슈와 포커스’ 제391호 「누가 아파도 쉬지 못할까: 우리나라의 병가제도 및 프리젠티즘 현황과 상병수당 도입 논의에 주는 시사점」에 아파도 출근해서 일하는 노동자와 기업의 상병휴가제도 현황을 게재했다.

보사연에 따르면 상병수당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아파도 출근하는(프리젠티즘)’ 우리 사회 일 문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 방해 요소로 작용한 탓이 크다. 또한 하루 노동이 생계와 직결되는 일용직, 간접고용 노동자,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상병수당은 생계 걱정을 덜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어서다.

전국 493개 대·중소 민간기업의 취업규칙을 분석한 결과, 약 42%의 기업만이 취업규칙에 병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 유급병가를 명시한 곳은 7.3%였다.

보사연이 2016~2018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통합하여 분석한 결과 직장에서 병가를 제공하는 비율은 46.4%, 본인도 병가를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2.5%였다. 이 중 상용직은 59.6%, 임시직 19.3%, 일용직 3.5%였고, 정규직 63.8%, 비정규직 20.4%로 나타나 고용형태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영업과 임금근로자: 사업장 규모 및 직종별 아파서 쉰 비율, 아파도 출근한 비율
▲자영업과 임금근로자: 사업장 규모 및 직종별 아파서 쉰 비율, 아파도 출근한 비율/ⓒ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에서 아파도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의 비율(23.5%)은 아파서 쉰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9.9%)의 2.37배였다. 이 배율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평균(0.81배)보다 매우 높은 수준으로, 한국 노동자는 전반적으로 아파도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약 50%의 사업장에 병가제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파서 쉰 비율 대비 일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면서 “이는 유급병가제도 도입이 필요함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병가제도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고 기업 재량에 맡길 경우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패널 및 근로환경조사를 분석 결과, 임시직, 일용직, 비정규직 집단이 기업 상병휴가제도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았고 계약직, 일용직,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집단에서 실제로 아파서 병가를 낸 비율 대비 아파도 출근한 비율이 높았다.”면서 “상병수당 도입 시 이들이 제외되지 않도록 면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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