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단차소송 항소 이어, 법원의 전향적 판결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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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서울지하철 승강장 단차 차별구제소송 관련 기자회견
23일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서울지하철 승강장 단차 차별구제소송 관련 기자회견/ⓒ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 차별구제 및 편의지원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은 ‘부당’
  • “장애인차별 구제에 면죄부 주는 선례 남기지 않겠다”

지하철 단차소송에서 ‘현저한 곤란’과 ‘과도한 부담’의 이유를 들어 장애인 차별구제의 길을 1심에서부터 막아버린 법원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예지 국회의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1심 판결의 부당함과 항소 사실을 알리고 법원의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한 전향적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원고 및 지원 단체들은 1심 판결이 나오자마자 지난 7월 27일 항소를 한 상태다.

지난해 7월 ‘장00 씨와 전00씨(이하 원고)’는, 지하철 차량과 승강단 연단 ‘간격’ 및 ‘단차’ 등으로 인한 피해를 알리고, 휠체어 이용자 안전에 무관심한 교통사업자에 경종을 울리고자 ‘교통공사’를 대상으로 장애인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 제48조 ‘법원의 구제조치’ 제2항에 의거, 장애인 승객의 사고를 방지하고 안전 발판 등 정당한 이동편의 지원을 위한 장비 설치와 동법 제46조 ‘손해배상’ 제1항에 의거, 원고에게 각 500만 원씩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도 제기했다.

원고 측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3호선 충무로역의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연단 간격이 10센티미터가 넘고, 연단의 높이(단차) 또한 1.5센티미터를 초과했고, 실제 해당 신촌역 3-2(홍대입구 방면)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은 12센티미터, 3호선 충무로역은 6-1번(대화 방면) 또한 12센티미터였다.

1심에서 해당 법원(서울동부지방법원)은 “도시철도법 제 18조에 따른 도시철도건설규칙의 위반 여부에 대하여 ‘오래된 역사’들은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며 설계지침 시행 이후 개량 사실 주장에 대해서도 증명이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장차법은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2를 준용하여 교통사업자가 제공해야 하는 편의의 내용을 규정하면서도 원고들이 적극적 시정조치로 구하는 안전발판 등의 설비는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정당한 편의제공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본지 7월 28일자 기사 ‘서울지하철 승강장 단차 차별구제 소송 1심 패소… 죽어야 바뀌나!’ 참조

현행 장차법은 ‘현저히 곤란한 사정’과 ‘과도한 부담’이란 이중적 사유로, 장애인차별구제의 면죄부를 마련(동법 제4조제3항제1호)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은 충무로역에서 시행 중인 원스탑케어 서비스와 교통공사가 시행 중인 안전 승강장 위치안내 앱, 이동식 안전발판서비스 등을 들며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국장은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안전할 권리와 차별구제 및 편의지원에 대해 법원은 편협하게 해석했다”며 “우선 지난 7월 이에 대한 의의 제기와 함께 장차법의 차별의 사유, 즉 현저히 곤란한 사정, 과도한 부담에 대한 좋지 않은 판례를 남길 수 있기에 1심 판결이 나자마자 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알리고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해 현재 피고(서울교통공사)측의 인식 수준과 개선 중요성을 알리고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는 항소 취지를 크게 세 가지로 언급했다.

23일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서울지하철 승강장 단차 차별구제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항소 취지를 설명하는 조미연 변호사
23일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서울지하철 승강장 단차 차별구제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항소 취지를 설명하는 조미연 변호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도시철도 관계법령이 제·개정되기 전에 건설된 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조 변호사는 도시철도건설규칙 제30조의2 제3항은 승강장 간격이 10cm를 넘어가는 경우 안전설비 설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원심은 이 도시철도건설규칙이 만들어질 당시 부칙으로 이미 건설되었거나 건설 중인 역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에 의한다고 경과규정을 두었던 것에 주목하였고 관련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여 이 사건도 도시철도 관계법령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시철도 관계법령은 안전설비 설치의무 등을 규정하여 지하철 승객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개정된 것이므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에서 해석돼야 한다.”며 “현재 대부분의 서울지하철은 2010년 이전에 지어졌다. 원심 논리에 따르면, 교통사업자가 도시철도관계법령을 준수하지 않고 그로 인해 지하철 안전사고나 차별이 반복되어도 의무위반을 합리화하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비판했다.

“‘정당한 편의제공’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이용”

이어 “원심은 현재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300개가 넘는 지하철 중 단차가 큰 3분의1 역사에서 이동식발판 서비스를 운영하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단차 현황을 알리고 있는 점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동식발판서비스 제공자는 전담인력이 아니며 전화 연결을 통해서만 제공받을 수 있고 지하철역마다 단차가 달라 예상치 못하게 하차하면서 단차를 발견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면서 “장차법상 정당한 편의제공은 관계법령을 위반하는 승강장에 고정식 또는 자동식 안전발판 등 안전설비를 통해 장애인의 승하차를 지원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예산이나 시혜적 관점이 차별구제 판단의 기준 되어서는 안돼”

조 변호사는 “원심은 이 사건에서 장애인 차별이 존재하더라도 지하철 역사의 구조와 안전발판설치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설치하지 못했다는 피고의 주장을 근거로 차별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았다.”며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2014년 스스로 자동식안전발판 설치계획까지 공표하였고 자동식안전발판은 이미 일부 서울지하철, 지방지하철에서 설치·운영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청구는 관계법령에 위배되는 승강장에 고정식이든 자동식이든 적절한 안전발판 등 안전설비를 설치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장애인 차별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충분히 입증되고 엄격한 판단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권리협약 제20조는, 장애인의 최대한 독립적인 개인적 이동성 보장을 위해 효과적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지 않은 방식으로 제공 ▲장애인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도 이용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이 우선 고려 ▲가능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미연 변호사는 “지하철을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지체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거나, 이용하려면 안전을 위협받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게 최선이라는 시선 안에서는 지금의 장애인 차별을 바꿀 수 없다.”면서 “항소심에서 위 세 가지를 비롯하여 비장애인 중심의 지하철, 장애인의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가 무시되는 차별적 현실에 대해 법정에서 다퉈나갈 것이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항소심 준비서면에 따르면 원심 재판부가 ‘원고가 안전발판 등의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차별행위를 당하였을 뿐 아니라 지하철에서 하차 시에 실제 사고를 당하였다’고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사고로 인한 불법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누를 범하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고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외에도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구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판단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본 항소심은 현재 변론일을 조율하기 위해 오는 30일 2차 변론준비기일을 가질 예정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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