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가해자에 ‘지하실 근무 조치’는 기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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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전경(사진=더인디고)
▲국가인권위원회 전경(사진=더인디고)
  • 가해자 근무 장소 분리하되 과도한 기본권 제한은 안 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피해자와 분리한다는 목적으로 근무공간을 지하실 등 열악한 장소로 지정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로 진정인(가해자)의 근무 장소를 변경하더라도, 가해자의 인격권과 건강권을 고려할 것을 피진정학교 이사장에게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권위는 괴롭힘 가해자라 하더라도 인격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은 헌법 상 기본권 침해에 해당 한다고 판단한 것.

모 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했던 A씨는 지난해 3월 20일 피진정인 이사장 B씨로부터 지하공간에서 근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근무 장소로 적합하지 않은 지하공간으로 근무 장소를 옮긴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앞서 B씨는 같은 달 10일 오전 A씨가 다른 직원에게 언성을 높이고, 폭언 및 삿대질을 했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 조사를 진행한 뒤 A씨에게 근무 공간 이전과 시말서 제출을 명했다.

B씨의 주장은 해당 장소는 다른 직원들의 휴게실로 쓰인 적이 있고, 해당 장소 외에 A씨가 단독으로 사용할 만한 공간이 없었으며,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사용하는 장소를 진정인의 근무장소로 제공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한 A씨는 근무 장소가 변경된 이후 수차례 연가와 병가 등을 신청하여 변경된 근무 장소에서 제대로 근무를 하지 않았으므로 지하실에 방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진정인의 근무장소로 지정된 장소는 지하 1층에 위치하여 자연 채광이 되지 않았고, 공기순환에도 어려움이 있다. 근처에 기름이 담긴 제초기를 보관한 창고가 있어 심한 기름 냄새도 났다. 또한 피진정학교의 감독기관 교육감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작년 5월 18일 피진정학교에 A씨의 근무 장소 재지정을 검토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B씨가 A씨에게 제공한 장소는 사무환경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무공간이 지상층에 배치된 것과 달리 지하 1층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진정인에게 심리적인 모멸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A씨는 근무 장소 변경 조치 이후부터 해임 시까지 약 3개월 간 두통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병가 및 병조퇴를 지속적으로 신청했지만, 관리자가 A씨의 근무상황을 확인하고 결재하는 과정에서 진정인의 건강상 고충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으로 봤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확인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와 함께 행위자에 대한 징계, 근무 장소 변경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의 근무 장소를 변경하더라도, 해당 조치가 피해자 보호 취지를 벗어나 징벌에 준하는 조치 또는 행위자에게 모멸감을 줄 목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B씨가 A씨의 근무 장소를 근무환경이 열악한 지하실로 지정한 행위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진정인의 인격권 및 건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 향후 유사한 사안을 처리할 때 피분리자의 인격권 및 건강권을 고려하여 분리조치를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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