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당사자,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 “유감”… 인권위에 재발행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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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정신건강제도와 인권, 정신건강법률 국제심포지움’에서 권오용 사무총장이 발제하고 있는 장면 ⓒ권오용 사무총장
▲2018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정신건강제도와 인권, 정신건강법률 국제심포지움’에서 권오용 사무총장이 발제하고 있는 장면 ⓒ권오용 사무총장
  • 카미, 보고서에 CRPD 정신 충분히 담지 못해
  • 인권위 “협약 원칙과 배치된 내용 없다”

[더인디고 조성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 4월 발행한 정신장애인의 인권상황 및 개선방안을 담은 「2021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2021 인권보고서)」에 대해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국정신장애인연대(카미, KAMI)는 14일 인권위의 ‘2021 인권보고서’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취지에 반한다며 재발행을 촉구했다.

카미는 “인권위가 지난 「2009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2009 인권보고서)」를 통해 정신병원과 시설에 비자의, 장기입원 된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증진하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면서도 “12년만에 발간한 이번 ‘2021 인권보고서’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권리협약)의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강제치료 및 입원을 금지에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2009 인권보고서는 ‘유엔의 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UN 원칙(MI원칙, 1991)’을 기초로 작성됐지만, 이번 보고서는 권리협약의 새로운 기준을 반영했어야 함에도 기존 MI원칙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이유다.

권오용 카미 사무총장은 그 이유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낮은 인권 인식과 국제흐름을 잘못 해석한 관련 분야 학계, 의료계, 현장 전문가들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권리협약 자체와 한국정부에 대한 유엔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의료적 관점의 MI원칙을 근간으로 작성된 점, 그리고 2021 인권보고서 제2부 ‘정신장애인 인권 관련 국제기준 및 해외 사례’는 2009 인권보고서의 제2부 “정신장애인 인권 관련 국제동향 및 해외 사례”의 내용과 인용된 문서들이 거의 흡사하다”고 반박했다.

권 총장은 또 “정신장애인에 대한 자기결정권 존중과 비자발적인 입원 및 치료의 금지, 성년후견제도 등 대리의사 결정제도의 폐지와 지원 의사결정제도를 마련하라는 유엔 권고가 있었고, 인권위도 그동안 토론회와 연구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인권위 스스로 국제법 원칙을 왜곡하고 있다”며 “현 인권위 집행부의 인권 의식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인권위는 ‘2021 인권보고서’를 기초로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책과 제도개선, 법령정비를 권고까지 했다”며 “결국, 기존 반인권적인 체제를 유지하려는 시설과 의료기관들로 인해 정신장애인의 인권 수준은 권리협약 이전의 상황에 머무르게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카미는 인권위의 ‘2021 인권보고서’의 왜곡에 대한 사과와 시정을 요구하며 ▲발간 취소와 ▲권리협약 원칙에 따른 재발간 및 이를 기초한 정부에 대한 정책과 제도개선 재권고 ▲향후 연구나 권고 결정 시 해당 장애인 인권을 대변하는 단체 및 인권 전문가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의 수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장에 본 보고서에 대한 설명과 개선 조치 등을 보고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인권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정신장애인 단체 및 당사자들과 세 차례 의견을 수렴했다”며, “인권위는 권리협약을 모니터링하는 기구로서, 이번 인권보고서를 통해 국가가 권리협약의 모든 원칙을 당장 실현하라고 권고하지는 못했지만, 성년후견제를 비롯해 협약의 정신을 배치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2021 인권보고서는 인권위 홈페이지(humanrights.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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