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운영 등 학대 사각지대 ‘장애인 표준사업장’…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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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판교에 소재한 장애인 표준사업장 사내카페 실내 전경 ⓒ더인디고
경기도 판교에 소재한 장애인 표준사업장 사내카페 실내 전경 ⓒ더인디고
  • 고용부담금감면, 고용장려금과 각종 세재 혜택 지원
  • 473개 표준사업장, 1만1천명 근로 장애인의 인권대책 ‘부재’
  • ‘학대신고’나 ‘외부 평가’ 의무 없어… 인권침해 확인 ‘한계’
  •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 국회와 고용노동부에 대책 촉구

[더인디고 조성민]

발달장애인 A씨를 비롯한 9명의 근로장애인 등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B카페에서 일하면서 관리직원들로부터 B카페는 ‘레시피 테스트’를 한다는 이유로 주 5일 시험을 냈고, 못 풀면 표준사업장 관리팀장과 매니저들은 고압적인 말투로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또 연차를 쓰려고 할 때 모욕적 표현을 쓰거나 근무 시간 이외에도 어디를 가는지 보고토록 했다. A씨는 아버지와 병원을 가던 길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모욕적 문자를 받았고, 아버지가 문자를 확인하게 되면서 학대 사실이 알려졌다. 사내관리자들의 막말 모욕 등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1년이 넘어서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폐쇄적 운영방식으로 학대가 발생해도 외부로 알려지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지만,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15개 장애인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학대신고 의무자에 표준사업장 사업주와 근로지원인 등을 포함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관련 법 개정뿐 아니라 고용노동부에 인권보호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고 29일 밝혔다.

표준사업장은 경쟁 노동시장에서 직업 활동이 곤란한 중증장애인에게 안정된 일자리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 제 22조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 표준사업장 매년 급증… 최근 3년간 70% 증가

고용노동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20년 기준으로 총 473개의 표준사업장이 설립, 현재 11,115명(중증 8,643명 포함)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2007년 국내 첫 설립을 시작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총331개소의 7,955명의 근로 장애인에 비하면 3년 만에 70%의 성장을 보인 셈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조치도 한몫한다.
기업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의 장애인 고용인원을 산입하여 고용부담금 감면을 받고, 자회사는 고용의무 초과 인원에 대해 고용장려금지원을 받는다. 게다가 조세특례제한법(제85조의 6)에 의해 내년 말까지 인증받은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최초 3년간 법인세와 소득세 100%, 그다음 2년간은 50%의 세액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적용은 물론이다.

하지만 국민 세금 투입 등 이중 삼중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인권침해나 학대가 발생할 경우 외부로 알려지기가 쉽지 않다.

‘최저임금법’과 ‘장애인등편의법’에만 적용을 받는 일반사업장으로 분류되다 보니 임금이나 편의시설 등 근로환경에 집중할 뿐 근로자의 인권 문제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 고용부담금 감면, 고용장려금 지원 등에도 정부는 근로 장애인 인권 대책 ‘무관심’

특히, 인권침해나 학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의무 조치가 없다는 것. 학대 발생 시 사업주나 종사자가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명시한 장애인복지법과 발달장애인법에는 표준사업장이 포함되어있지 않다. 설령 자발적으로 신고를 하더라도 소극적 대응에서 끝나기 일쑤다.

본지(더인디고)가 작년 8월부터 취재결과 앞서 발달장애인 A씨가 근무하는 사내카페의 경우 초기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근로지원인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고용공단)에 조심스럽게 알렸다. 하지만 간단히 인식개선 교육만 진행할 뿐 적절한 조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더인디고) 기사 참조
직장 내 괴롭힘당하는 2·30대 발달장애인… 장애인 사업장 인권침해 심각
장애인 고용이 홍보수단? 발달장애인들 괴롭힌 표준사업장’ … 인권위 진정
‘선택적 권고’ 내린 인권위 결정… 표준사업장 장애인 인권침해는 숙제로 남아

또한 표준사업장은 운영이나 평가 등에서도 자유롭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포함한 사회복지시설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3년마다 한 번씩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에는 인권침해 규정 마련, 인권교육 계획 및 실시 등 학대 예방 관련 지표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표준사업장은 사회복지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평가의무가 없다. 표준사업장을 관리하는 고용공단은 공단 내 지침에 따라 분기마다 사후관리를 진행해 학대 예방을 챙기는 정도에서 그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표준사업장 근로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학대 피해 사실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혹시 알게 되더라도 친밀감을 이용해 회유나 압박을 통해 침묵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취재결과 고용공단도 이 사안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법적 시스템뿐 아니라 자체적인 인권대책 미비, 그리고 고용 실적 등의 문제로 소극적인 대응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학대 사후 조치를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종성 의원실)에 장애인복지법과 발달장애인법 내 신고의무자 조항에 표준사업장 사업주와 종사자, 근로지원인을 포함하도록 개정을 요청했다.
사전 예방을 위해서는 노동부가 부처 차원의 인권 보호 대책을 마련할 것과 산하기관인 고용공단이 인권침해 실태를 점검하도록 요구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진행 경과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홈페이지(http://kodaf.or.kr/) 제도개선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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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f9e9032b1a@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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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think@gmail.com'
유명현
2 years ago

장애인의 취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취업유지입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만들어 장애인을 취업시켰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취업된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사업장환경을 만들어주셔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고용공단도 ‘표준사업장 만들었다’, ‘몇명취업시켰다’ 등 실적에 급급하지 말고 근로감독 및 적응지도 등을 통해 표준사업장이 모기업이나 장애인에게 적합한 모델로 정착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와 모니터링을 성실히 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