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 소수의 소리 ⑥
[더인디고=김소영 집필위원]
가끔 해외 장애인단체에서 개최하는 행사에 온라인 참여를 신청할 때, 나는 성별을 묻는 문항을 유심히 본다. 언젠가 선택지의 구성이 ‘남성’, ‘여성’, 그리고 ‘기타’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난 이후부터이다. 눈여겨본 많은 신청서의 성별 구분 문항이 ‘기타’나 ‘정의할 수 없음’ 등의 세 번째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기도 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남성’, ‘여성’이 아니라, ‘남성으로 여김’, ‘여성으로 여김’ 등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했다. 성별을 구분할 때 ‘여성’ 혹은 ‘남성’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일종의 성소수자 지우기를 한 우리나라와 상당히 대조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 미국에 소재한 세계 장애여성 단체인 ‘Women Enabled International(WEI)’은 ‘Women and girls with disabilities(장애여성 및 소녀)’ 뿐 아니라 ‘gender non-conforming persons with disabilities(성별에 따르지 않는 장애인)’라는 문구를 항상 공식 보고서에 추가함으로써 또 다른 성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했던 고용에 관한 일반논평 의견 제안서에서도 그랬고, 2021년 7월 14일에는 코로나19 상황에 ‘Women, girls, nonbinary, trans, and gender non-conforming persons with disabilities(장애여성, 소녀, 논바이너리, 트렌스젠더, 젠더 비순응 장애인)’의 성적 권리와 폭력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 모두가 코로나19 대응에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https://womenenabled.org/blog/covid-19/) 성을 이분법적으로만 규정하는 틀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며 나아가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있었다.
사회는 ‘정상적’이라 여기는 것에 민감하다. ‘정상적’인 것에 강박이 있는 사람들은 성소수자가 서울시청광장에서 축제를 여는 것에 반대한다. 사람은 남성이거나 여성이어야 하고, 남성은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좋아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편견 때문에, 그 범주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비장애인을 ‘정상’인이라 부르는 것도, 한민족이 아닌 다른 민족, 특히 유색인종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일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비혼모인 연예인 사유리 가족의 모습이 ‘정상’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되는 것에 심한 반대가 있었다. 누가, 언제 정의했는지도 모르는 ‘정상적’이라 여기는 범주에 갇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상에 스며든 폭력을 범하고 있다. 오랫동안 공고하게 다져온 ‘정상’이라는 테두리가 소위 ‘비일반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장애인, 성소수자 등의 사회적 소수자에게는 무엇을 의미했을까. ‘정상범주’를 규정짓는 순간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라는 말이 갖는 실체는 무너지고 만다.
며칠 전은 한가위였다. 한가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둥그런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보름달도 아름답지만 나는 손톱 모양 달도, 단무지 모양 반달도 좋아한다. 요즘 하늘이 맑아 운이 좋게도 만끽할 수 있었던 밤하늘의 달은 매일 밤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었다. 달의 모양이 둥글지 않다고 해서 달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누구도 주장하지 않는다. 손톱달은 손톱달대로, 반달은 반달대로, 또 한가위의 보름달은 보름달대로 다양한 아름다움을 뽐내며 하얗게 어둠을 밝힐 뿐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