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절차 마친 장애인, 유엔 개인진정 지원은 누가? ‘인권위’ vs ‘시민단체’ 주장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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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장애인연맹 주관으로 개인진정제도 지원 체계 구축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더인디고
▲19일 한국장애인연맹 주관으로 개인진정제도 지원 체계 구축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더인디고
  • 선택의정서 ‘개인진정제도’ 지원체계 첫 논의

[더인디고 조성민]

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가 빠르면 연내 비준이 예상되는 가운데, 개인진정제도의 실효적 방안을 위한 논의도 구체화 되는 모양새다.

개인진정제도는 국내법과 정책 및 제도 등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보완하고 차별을 받은 장애인 당사자의 피해 구제를 보장하는 권리구제 수단이다. 국내 구제절차를 거쳤어도 피해를 구제받지 못할 경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유엔위원회)에 마지막으로 호소할 수 있는 피해구제 절차인 셈이다.

장애인 개인이나 그룹 혹은 대리인이 유엔위원회에 진정하려면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법률적, 언어적 어려움으로 인해 관련 지식이나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개인이 직접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또 유엔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통상 5년 내외 걸리는 기간도 문제다. 개인진정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조직이 필요한 이유다.

관련해 우리나라도 국내 구제절차를 마친 장애인이 선택의정서 비준 이후 개인진정에 나선다면 후 누가 지원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19일 한국장애인연맹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개인진정제도 지원 체계 구축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이냐 아니면 시민사회단체냐를 놓고 두 의견이 강하게 부딪혔다.

황재훈 (유)로고스 변호사는 “인권위가 맡아야 한다”면서 근거로 “▴개인진정제도의 활용 건이 많지 않다는 점 ▴별도의 조직 구성 시 예산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점 ▴인권위가 CRPD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황 변호사는 국내 차별에 따른 진정을 인권위에 할 수 있도록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8조를 개정하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어 그럴 경우 “이미 진정 절차 등 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 ‘접근성’이 가능하다는 것과 기존 법령을 개정해서 개인진정 접수 기간 명시를 통해 ‘신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그 이외에도 관련 연구, 조사, 홍보, 교육하고 번역 등을 지원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말뭉치 사업 단장은 황 변호사의 의견에 대체로 찬성을 하면서도 “유엔 결정를 국가가 일행할 수 있도록 특별한 ‘이행법률’을 만들어 법적 기속력은 부여하지 않지만, 법무부장관이 법률에 의해 그 이행을 조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소영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는 “공공의 성격을 띠는 인권위가 국가의 협약 위반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피해자를 지원할지, 개인진정 접수 기간을 법으로 정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인권침해 여부 검토와 승인, 번역 등까지 추진하려면 신속성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그러면서 “협약 제33조(국내적 이행 및 감독)에 근거한 시민단체 중심의 독립 모니터링 메커니즘(IMM, Independent Monitoring Mechanism)을 지정하자”는 안을 내놨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당 조항에 따라 협약 모니터링은 인권위가 맡고 있지만, 협약에서 명시한 시민단체는 없다.

토론자로 참여한 조성민 더인디고 대표도 “정권에 눈치를 보던 역사적 사실, 인권위 위원들의 성향과 감수성에 따라 장애인 차별 진정 결정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지원기구가 갖춰야 할 ‘독립성’, ‘신뢰성’, ‘진정인과의 ‘긴밀성’, 국가마다 공공조직이 지원하는 사례, 즉 ‘일반성’, 또한 국내구제 절차 진행 중 또는 바로 개인진정을 접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지만, 인권위의 특성상 ‘신속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호주도 인권위가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유엔위원회에 청원한 개인진정사건은 장애인 당사자 조직과 공익변호사그룹 간 파트너십으로 진행됐다”며 “시민사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은 인권위 관계자의 입에서도 나왔다. 현정덕 장애차별조사1과 조사관은 “인권위는 행정처분 등 행위 기구가 아닌 인권침해 조사를 하고 권고나 기각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장애인차별금지법 38조뿐 아니라 인권위법 제30조(조사대상)도 개정해야 한다”며 “인권의의 특성상 관련 지원을 위한 법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 조사관은 “특히, 독립기구이지만 예산과 인력 등은 행자부 통제와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는 점, 또 독립된 사업을 수행하면서 지원업무를 맡는 것은 적절지 않다”면서 “개인진정을 할 때 인권위 진정제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데, 해당사건을 인권위가 기각 결정을 했다면 본 취지와 상충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 변호사는 “시민사회 중심의 별도조직을 구성할 경우 예산이나 지속성에 대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일부 토론자들은 “인권위에도 별도의 공무원을 충원해야 하는 만큼 예산의 문제는 별반 다를 게 없다. 또 정부가 시민단체나 공익변호사 그룹 등에 예산 지원을 통해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토론에서는 당장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은 아니지만 선택의정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또 해외사례 조사와 함께 장애계와 전문가, 국회 등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모았다.

한편 우리나라는 개인진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선택의정서는 아직 유보한 상태다.

지난 8월 10일 보건복지부는 ‘개인진정제도’를 포함하는 선택의정서 비준을 외교부에 의뢰했다.

본지가 외교부 조약과에 확인한 결과 조약과에서는 관련 조항 검토 및 번역을 완료했고, 현재 법제처에서 검토 중에 있다. 법제처에서 법리적 검토 등이 완료되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전달된다. 다행히 국회는 정부에서 비준 의뢰 이전에 이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지난 3월,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고, 국회는 6월 만장일치로 결의한 상태라 국무회의에서 승인만 된다면 국회 비준은 시간문제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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