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모(毛)퓰리즘’에 가려진 희귀·난치질환자들, 여야 대선후보에 “살려달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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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다발 위에 놓인 약들/ⓒ더인디고
▲돈다발 위에 놓인 약들/ⓒ더인디고
  • 1회당 1억원… 원샷에 완치 가까운 약은 25억원
  •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급여적용 확대 촉구
  • 희귀질환 대상·산정특례·의약품 및 급여 확대돼야
  • 문재인 케어에도 불구 약값 수억 원에 ‘절망’
  • ‘건강보장성 확대’ 후보 안 보여… 탈모약 더불어 대선 이슈될까!

[더인디고 조성민]

20대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초고가의 치료비 등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 확대가 공약으로 채택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이나 희귀난치성 질환 종류와 상관없이 급여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도 과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탈모약에 건강보험 추진을 내걸자 ‘돈이 없어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과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 간의 거친 설전까지 오가는 터라 논란은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모(毛)퓰리즘(털毛와 포퓰리즘을 합친 신조어)’, ‘퍼주기’ 등 비판을 쏟아내는 반면, 다른 쪽에선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핀셋정책’ ‘소확행’ 공약이라는 평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을 통해 급여 중심의 본인부담 상한제와 비급여 약제의 급여화, 급여 범위 등을 확대함으로써 환자의 본인 부담을 줄여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병원비와 약값으로 치료를 포기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도 있다. 정부의 신약 급여 등재 및 급여 확대 속도가 고통과 절망에 빠진 환자의 절박함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2020년 10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의료급여 비수급 빈곤층(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은 2018년 기준 73만 명으로 생계급여 비수급 빈곤층(기준 중위소득 30% 이하) 34만 명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빈곤 가구 38%는 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해야 하지만 병·의원을 방문하지 못하거나 치료를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기사] 의료급여 비수급 빈곤층 73만 명…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위해 방안 모색해야

특히 국내 희귀질환자 중에는 병원비도 문제지만, 수억 원씩 드는 치료비로 인해 결국 원하지 않는 죽음을 택할 때가 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근육장애인협회 등 장애인 단체들은 12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환자 치료제 급여적용 확대를 위해 대선후보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하루하루가 무섭다. 해외에서는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의 상당수가 안락사를 선택한다고 들었다. 나도 그런 선택을 하게 될까 두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 척수성근위축증을 판정 받은 노금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이 기자회견에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구장애인차별폐연대
▲최근 척수성근위축증을 판정 받은 노금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이 기자회견에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구장애인차별폐연대

혹한의 날씨 속에 노금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은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회당 1억 원이 넘는 치료비로 인해 하루하루가 무섭다”며 “엄습해 오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절규했다.

82년생 노금호 부회장은 1986년 근디스트로피(muscular dystrophy, MD) 진단을 받았다. 20대부터 이동권 등 장애인 운동 현장에서 활동하던 그는 전동휠체어 컨트롤러 조작조차도 쉽지 않자 작년 검사에서 상세 불명의 척수성근위축증으로 다시 진단을 받았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운동 기능에 필수적인 생존 운동신경 세포 단백질 결핍으로 전신의 근육이 점차 약화되는 질병이다. 5번 염색체 내 돌연변이가 원인인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이다.

이전에는 별다른 치료제가 없었지만, 2016년 최초 치료제인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가 개발되어 2019년 4월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하지만 보험이 적용되려면 2018년 10월 약제 급여기준 소위원회가 정한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즉 5q(5번 염색체 위치 돌연변이)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로서 ▲SM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을 받은 경우 ▲만 3세 이하에 SMA 관련 임상 증상과 징후가 발현된 경우 ▲영구적 인공호흡기(1일 16시간 이상, 연속 21일 이상)를 사용하고 있지 않아야 한다.

노 부회장은 이 세 가지 중 ‘3세 이하 발병’을 입증하지 못해 SMA 진단 후 첫 1년은 6회, 다음 해부터는 3회씩 투여하는 스핀라자를 회당 1억 원 이상의 치료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담당 의사의 ‘만 3세 이전에 임상 증상과 징후가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소견서까지 제출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보험 적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비단 노 부회장만이 아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전근배 대구장차연 정책국장에 따르면 현재 질병관리청에 등록된 환자(G12.3, G12.9 등)는 질병코드로 짐작할 때 200명 내외로 추산된다.

“3세 이전의 진료기록을 찾아낸 것은 기적”, “원샷 투여에 25억 원… 완치도 가능한 ‘졸겐스마’ 개발, 국민청원 등장”

척수성근위축증으로 2019년부터 11회 차 투여를 받는 안석희 한국근육장애인협회 간사도 “보험급여가 되지 않았을 때는 스핀라자 투여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진단을 받고 몇 달 동안 여러 병원에 연락한 결과, 3세 이전의 진료 기록을 기적처럼 찾아내 보험급여를 받게 됐다”면서 “그 기록을 찾지 못했다면 가족 모두 큰 좌절과 아픔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핀라자를 주기적으로 투약받고 있는 안석희 한국근육장애인협회 간사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대구장애인차별폐연대
▲스핀라자를 주기적으로 투약받고 있는 안석희 한국근육장애인협회 간사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대구장애인차별폐연대

그러면서 “SMA는 진행 병이라 스핀라자로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해 주는 것에 불과해 매년 3회씩 평생 꾸준히 투여해야 한다”고 덧붙엿다.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근육병 아기들이 세계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1회 투여에 약 25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에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2021년 9월 7일 '근육병 아기들이 세계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2021년 9월 7일 ‘근육병 아기들이 세계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국민청원 화면 캡쳐

자신을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생후 12개월 아기의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은 “스핀라자는 더 나빠지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투여해야 하지만, 졸겐스마는 1회 투여만으로도 완치에 가까운 원샷 치료제”라며 “돈이 없고, 연령 제한으로 못 맞는 아이들이 없도록 보험을 넓고 시급하게 적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전근배 국장은 “노 부회장의 경우 1980년대 건강보험 관련 자료가 남아 있기라도 한 것인지, 최근 기술로 받은 진단을 당사자에게 3세 이전임을 입증하라는 심평원의 판단은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참여단체들이 촉구한 공약은 ▲스핀라자 보험적용 현행 제한 기준 폐지 및 급여적용 확대 ▲스핀라자 외 SMA 치료제 등의 보편적 적용 ▲희귀난치성 질환자 치료제에 대한 자부담 경감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한 정책 마련 ▲전 연령대에 걸친 SMA 환자지원 등이다.

▲대구장차연 등은 1월 12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치료제 급여적용 확대를 위한 대선후보 면담요청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대구장애인차별폐연대
▲대구장차연 등은 1월 12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치료제 급여적용 확대를 위한 대선후보 면담요청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대구장애인차별폐연대

전 국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여야 대선후보에게 면담 신청을 보냈지만, 7일 민주당 선대위 포용복지국가위원회로부터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전부”라며 “나머지 각 당과 후보들은 적극적인 검토와 공약으로 채택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이종성 장애인복지지원본부장은 더인디고와 전화 통화에서 “아직 관련 내용을 듣지 못했다”며 “연락이 오면 언제든 만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희귀질환 등록 수 1100여 개, 관련 희귀·난치질환자 80만 명… 제도개선과 건보재정은 어느 후보가 책임질까?

앞서 지난 7일, 희귀질환 관련 8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여야 대선후보를 대상으로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4대 환자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그 결과는 오는 20일 발표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 단체가 요구한 4대 환자 정책은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신속등재 도입 ▲환자투병통합지원 플랫폼 설립‧운영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를 환자중심으로 혁신 ▲환자기본법 제정 등 4개 항이다.

이에 대해 희귀난치질환자 지원을 위한 재단 ‘유미회’ 장경찬 사무국장은 “희귀질환자는 장기적인 치료와 고가의 치료비 부담으로 환자 본인과 함께하는 가족 또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매우 힘들다”며 “2016년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되고 산정특례의 확대로 많이 개선은 됐지만, 여전히 한정적인 대상선정, 희귀질환 지정 및 산정특례 적용의 한계, 희귀질환의약품 보험급여의 어려움, 희귀의약품 급여 관련 지원정책의 부재 등 개선돼야 할 문제들이 산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는 헌법 제10조에 나와 있는 모든 국민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차기 정부의 우선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문제다.

이용석 한국장애인연맹 정책실장은 “여야 유력 대선후보 공약이 아직 미완성 단계”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각 후보마다 공공의료 확대 혹은 요양·간병비 건보 급여화 등 의료정책은 눈에 띄지만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결국 들어가는 돈에 비해 표로 연결되는 환자 수가 적기 때문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건강보장성을 높인다는 것은 돈의 문제인데, 탈모 건보 적용도 논의되는 마당에 재정 적자가 두렵다면, 일반 세금이나 복권기금, 지자체 긴급재난비 등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관련기사] 최혜영 의원, ‘복권기금’으로 희귀난치·중증질환 치료비 지원 추진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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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81@naver.com'
이상만
2 years ago

♿(장애인)건강 🏥(병원) ♿(장애인)의사가 맡지말아야 한다 안그러면 우리 쟁애인들 위험이커다 절박도 무조건 따라 잡아야한다 나이도 이제 안먹었으면 좋겠다

wwwk81@naver.com'
이상만
2 years ago

특히 문재인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그리고 심씨등 우리 ♿(장애인) 건강보험 적용도
꼭 해주셨으면 좋으시겠내요. ~~~^^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