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 또 강제 수갑 채운 경찰… 장애인단체 “제도 개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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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3개 장애인단체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및 불법체포를 규탄하고, 경찰청장에게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3개 장애인단체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및 불법체포를 규탄하고, 경찰청장에게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 폭행 등 과잉진압· 연행한 경찰들 “규탄”
  • 인권위 권고에도 발달장애인 대응 매뉴얼 미적
  • 장애특성별 초기대응 훈련 의무화 촉구

[더인디고 조성민]

발달장애인임을 인지하지 못한 경찰의 부당한 강제연행 사건이 또 발생하자 장애인단체들이 재발 방지책 등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3개 장애인단체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및 불법체포를 규탄하고, 경찰청장에게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이 제시한 대안은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경찰청에 권고한 발달장애인 현장 대응 매뉴얼을 조속히 이행하는 것, 여기에 장애특성별 초기대응 훈련(First Response Training) 의무화 등이다.

지난 1월 31일 새벽 1시경, 경기도 평택에서 혼자 생활하는 발달장애인 신모(35살)씨는 이웃집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3명에 의해 신체적 폭행에 이어 강제연행을 당하는 일을 겪었다. 사건은 2월 25일 언론을 통해 신씨 집안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등을 함께 보도하면서 구체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월 31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0시 56분경 발달장애인 신씨가 문을 열자 제압하고 있다. /사진=CCTV화면 캡처
▲1월 31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0시 56분경 발달장애인 신씨가 문을 열자 제압하고 있다. /사진=CCTV화면 캡처

당시 영상과 보도 내용에 따르면 반려견을 목욕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던 신씨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경찰을 속옷 차림으로 맞이해야 했다. 앞서 이웃 주민이 신씨를 동물 학대로 오인해 112에 신고를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신씨는 청소와 반려견을 목욕시키느라 경찰들이 누른 인터폰 소리를 못 들었다고 한다. 그러자 경찰은 문을 세게 두드렸고, 이후 실갱이를 벌이던 도중 2명의 경찰관은 신씨의 목을 강하게 압박, 바닥에 눕힌 후 별다른 고지 없이 수갑을 채웠다.

▲속옷 차림인 신씨가 바지를 입을 때도 한 경찰관이 손으로 미는 장면이 확인됐다. /사진=CCTV화면 캡처
▲속옷 차림인 신씨가 바지를 입을 때도 한 경찰관이 손으로 미는 장면이 확인됐다. /사진=CCTV화면 캡처

집안까지 들어온 경찰관은 남녀 각 1명이었다. 속옷 차림인 신씨가 바지를 입으려고 할 때도 경찰은 손짓을 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이어갔다. 신씨가 넘어진 빨래대를 정리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자 경찰은 ‘앉아있어라’, ‘말 계속 안 들을 거냐’며 어깨와 가슴을 몇 차례에 걸쳐 가격하고 침대에 눕혀 목을 조르는 등 폭행 등도 이어갔다.

▲신씨가 넘어진 빨래대를 세우려 할 때, 또 반려견을 쓰다듬으려고 일어날 때마다 경찰관은 신씨를 침대로 밀치다 나중에는 침대에 눕혀 누르는 듯한 장면도 그대로 촬영됐다. /사진=CCTV화면 캡처
▲신씨가 넘어진 빨래대를 세우려 할 때, 또 반려견을 쓰다듬으려고 일어날 때마다 경찰관은 신씨를 침대로 밀치다 나중에는 침대에 눕혀 누르는 듯한 장면도 그대로 촬영됐다. /사진=CCTV화면 캡처

원곡법률사무소, 재단법인 동천 등 신씨의 변호 대리인단은 해당 사안이 현행범 체포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 데다 엄연히 발달장애인에게 폭력을 가한 것으로 봤다. 이에 형법 제124조(불법체포, 불법감금) 및 125조(폭행, 가혹행위)와 장애인복지법 등 위반으로 지난 2월 25일 해당 경찰들을 상대로 고소했다.

장애인단체들이 해당 사건을 규탄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한 데에는 유사 사건이 앞서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5월 11일에도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고씨는 경찰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이상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뒷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을 당했다.

인권위는 이 사건에 대해 지난해 12월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강압적으로 뒷수갑을 채운 경찰의 행위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박탈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경찰청장에게 강제 발달장애인 대상 현장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배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인권위 개선 권고도 수개월째 이행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단체들은 “발달장애인의 신체의 자유와 존엄성이 침해되는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큰 분노와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단순 교육 차원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청장에게 ▲일선 지구대와 경찰서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애특성별 초기대응 훈련을 의무화할 것 ▲발달장애인에 대한 물리적 제압 최소화와 장애인 호송 시 장비 사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것 ▲모든 수사관들의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제도에 대한 인식과 신속하고 효율적인 전담 경찰관 투입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 서한을 전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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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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