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발달장애인 강제 연행은 “차별”… 경찰청에 매뉴얼 마련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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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더인디고
  • 뒷수갑 사용은 신체의 자유 침해
  •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조력 받을 권리 박탈은 “차별”
  • 피해 장애인의 심리치료 실질적 보상해야

[더인디고 조성민]

도주를 우려해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강압적으로 뒷수갑을 채운 것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자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박탈한 장애인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더인디고가 입수한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경찰의 부당한 발달장애인 강제 연행에 대해 이처럼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사건 후 피해 발달장애인 A씨가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등 피해가 막대하다”면서 “경찰청장은 A씨에게 심리치료와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발달장애인 대상 현장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여 배포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 인권위 진정 등에 참여했던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에 의하면 “A씨는 파출소로 강제 연행된 이후부터 잠을 못 자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는 자해를 반복할 정도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두 달 뒤, 피해 가족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A씨를 무리하게 체포·연행한 것은 인권침해이자 장애인 차별이라며 해당 경찰들과 파출소장 및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피해자 가족이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발달장애인을 무리하게 체포·연행한 경찰의 인권침해 및 장애인차별행위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비마이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피해자 가족이 7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발달장애인을 무리하게 체포·연행한 경찰의 인권침해 및 장애인차별행위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비마이너

인권위가 사건기록과 CCTV 영상을 종합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을 외국인으로 오인한 신고자(중년 여성) 등과 7분 이상 사건 발생 장소에 있었음에도 어떤 협박이나 위협을 가하거나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다. 또 체포 순간에도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정도였을 뿐 경찰들을 벗어나는 수준의 이탈을 시도한 사실이 없었다.

한편 경찰청이 2017년 10월에 개발한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 조사가이드’에 따르면 지적・자폐장애인의 경우 낯선 환경에서 불안 등으로 어색한 행동을 할 때는 시간을 주고 기다리도록 적시돼 있다.

이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A씨가 장애 특성상 낯선 환경에서 보일 수밖에 없었던 시선을 회피하고 손을 뿌리치거나 몸을 뒤로 빼는 행위를 도주 행위로 오인해 뒷수갑을 사용했다”면서 이는 “경찰장구의 과도한 사용, 즉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헌법 제12조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한 “발달장애인법 제3조 제2항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6항이 보장하는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받을 권리, 특히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경찰이 “당신 딸이 그렇게 신고하면 당신은 수갑을 안 채워요”라는 말을 한 것’에 관해서는 A씨의 아버지가 매우 불쾌할 수는 있지만,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했다. 또한 ‘경찰이 A씨의 어머니에게 “장애인 아들을 목걸이도 없이 밖에 내보내면 어떻게 하냐”라는 발언했다’는 진정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앞서 작년 11월 11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국회 예결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해당 경찰들의 뒷수갑 체포와 피해 가족에 대한 언행이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11일 열린 정기국회 예결위에서 강선우 의원(사진 오른쪽)이 김창룡 경찰청장(사진 왼쪽)에게 발달장애인 뒷수갑 체포 사건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2021년 11월 11일 열린 정기국회 예결위에서 강선우 의원(사진 오른쪽)이 김창룡 경찰청장(사진 왼쪽)에게 발달장애인 뒷수갑 체포 사건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당시 김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질의에 대해 “파출소를 찾은 부모에 대한 경찰의 언행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상당히 엄중하게 생각하고, 경고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뒷수갑 체포에 대해서는 “관련 교육(실시)과 또 현장 등에서의 법 집행 부분까지 점검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윤진철 사무처장은 인권위의 이번 판단에 대해 “발달장애인에게 수갑을 채워 강제 연행하고, 또 경위를 파악하고자 파출소를 찾은 가족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경찰들에게 징계를 권고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이 제대로 매뉴얼을 개발해서 배포뿐 아니라 정기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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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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