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취임사에서 강조된 ‘자유시민化’… ‘장애시민’도 포함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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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지성주의’로 ‘장애시민’의 ‘자유시민化’ 가능할까?
▲지난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통해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 KBS 유튜브채널 갈무리
  • 우리 사회,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민주주의 위기 봉착
  • 반지성주의 이겨내고 모든 구성원이 ‘자유시민’이 되어야
  • ‘자유시민’ 연대로 이외의 시민들에게 ‘새로운 자유의 기회’ 약속
  • ‘장애시민’의 ‘자유시민’化… 민주주의 가치 실현

[더인디고=이용석편집장]

지난 10일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향후 5년 동안의 국정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약 10분 간 진행된 취임사의 주요 내용은 ‘반지성주의와 자유 시민’, ‘과학과 기술’, ‘지속가능한 평화 추구’로 함축할 수 있다.

먼저 윤 대통령은 전 세계 위기로 “팬데믹 위기, 교역질서의 변화와 공급망의 재편, 기후변화, 식량과 에너지 위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의 후퇴” 등과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다”고 우려했지만, 구체적거나 가시적인 해결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취임사 말미에 “과학과 기술, 혁신에 의한 도약과 빠른 성장”을 언급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통해 사회 이동성이 제고되어야만 사회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해소할 수 있다는 모호한 전망만을 내놨다.

■ 사회적 갈등은 사회화와 입장차를 좁히기 위한 합의 과정이어야

특히 우리 사회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공동체 결속력 와해로 인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가장 큰 원인으로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를 지목했다. 즉,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는 것이다. 반지성주의는 지성의 결여가 아니라 지성에 대한 혐오다. 대중의 무지나 맹목 때문이 아니라 지식인·전문가 등 기득권자들의 위선과 거짓말을 겪은 대중이 이들을 의심하고 공격하는 경향이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라는 책의 저자인 호프스태터는 그래서 매카시즘(반공주의 광풍)과 1952년 아이젠하워를 미국의 대통령을 만든 대중의 정서를 반지성주의라고 개념화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다양한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조정과 타협의 근거가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일 리 없고 더구나 민주주의의 원칙도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는 사회적 갈등을 사회화하고 제도화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또한, 보편적 가치로써의 ‘자유’를 언급하면서,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면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유시민’이어야 강조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우리 사회에서 ‘자유시민’의 조건은 첫째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수준)와 둘째,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의 보장이다. 그리고 ‘자유시민’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이외의 시민’들은 현재의 ‘자유시민’들이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는 것인데, 이 속뜻은 ‘자유시민’이라는 기득권 계층의 지배 구조하에서의 시혜적 복지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 장애시민의 자유시민화, 시혜적 복지 아닌 새로운 자유의 보장

특히, 윤 대통령은 ‘자유시민’들의 연대를 통해 ‘이외의 시민’들에게 ‘새로운 자유의 기회’를 줄 것을 약속하고 있다. 새로운 자유의 기회 역시 “더 나은 삶을 지향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공동체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등의 질문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어떤 자유를 어떻게 허용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가’하는 궁극의 고민은 여전히 미궁이다. 예컨대, 장애 시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지하철 시위가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하는 반지성주의적이라고 한다면, 이 행위를 멈추기 위해서는 억압과 통제가 아니라 ‘자유시민’들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자유의 기회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새로운 자유의 보장이야말로 ‘장애시민’의 ‘자유시민’화를 위한 첫걸음이며, 그래야만 스스로 주장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의 올바른 작동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취임사에서 복지, 노동, 통합 등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감한 키워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취임사 말미에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통해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했을 뿐이다. 이 다짐이 그저 정치인의 허언(虛言)이 아닌,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대통령으로서의 약속이라는 점을 애써 기억해 둘 일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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