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은 활동지원 산정특례, 올해만 2913명 대상…“정부 무대책”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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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9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시한부 고지받은 산정특례 대상자 지원대책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 가짜 장애인등급제 폐지 후 종합조사 우려 “현실로”
  • 7월부터 기존급여 단계적 종료… 발달장애인 절반↑
  • 장애계·국회 압박에도 복지부 “이의신청으로 해결”
  • 부모연대·한자협의회 “복지부가 만든 지옥”
  • “윤석열 정부, 해법은 개인예산제 아닌 권리예산”

[더인디고 조성민]

#1. 3년간 산정특례로 유예됐던 월 100시간이 곧 삭감되면 지금과 같은 활동을 하며 발언을 할 수 있을지,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왔다.
동정과 부담과 미안함이 아닌 당당한 요구를 위해 활동지원제도를 쟁취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했다고 자랑하면서 오히려 개인의 존엄을 무시해 왔다. 그렇다고 시설과 집에 갇힐 수는 없기에 끝까지 투쟁하겠다. –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진은선 소장

#2. 30대의 중증의 자폐성장애인 딸에게 주어진 활동지원은 월 94시간이다. 더 받을 수 있을까? 작년에 갱신조사를 했지만, 단 5분 만에 발달장애인과 관련 없는 질문만 하더니 시간은 그대로 주어졌다.
하루 고작 3시간이지만, 마음 편히 자유할 수 있고 또 파트타임으로 생계도 꾸릴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번에 딸의 수급자격이 박탈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60대 엄마

▲김은선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소장 ⓒ더인디고
▲진은선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소장 ⓒ더인디고

오는 7월부터 활동지원 산정특례 유효기간이 단계적으로 종료됨에 따라 장애인단체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 올 한해만 2913명 직격탄, 재난 같은 현실 맞이할 수 있다

당장 올해 활동지원 시간이 하락하거나, 수급자격이 박탈되는 장애인은 무려 2913명에 달한다. 이 중 발달장애인이 절반 이상인 1501명이다. 산정특례 종료 시점인 7월 한 달 동안 169명의 장애인이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직격탄을 맞는다.

하지만 앞으로 43일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자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은 무책임한 보건복지부(복지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의회)는 19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시한부 고지받은 산정특례 대상자 지원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9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시한부 고지받은 산정특례 대상자 지원대책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9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시한부 고지받은 산정특례 대상자 지원대책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이들은 “복지부가 수요자 중심 복지라는 미명하에 산정특례를 통해 3년간 유예시켰지만, 그 기간이 도래하는 7월부터는 지옥과 같은 삶이 펼쳐질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 정부가 유효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더욱 심각한 것은 수많은 당사자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복지부의 무책임함으로 인해, 당사자와 가족들은 예상 못한 재난처럼,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1일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면서, 활동지원서비스는 기존 인정조사에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종합조사)’라는 새로운 판정체계로 급여량을 판정했다. 하지만 갱신 과정에서 서비스 시간이 하락하거나 등급외 판정을 받은 이들이 대규모로 발생하자, 복지부는 이들에 대해 기존 시간을 3년 동안 1회 보전해주는 ‘산정특례’를 임시로 시행했다.

또한 활동지원 수급자격 유효기간은 3년이다. 기존 수급자도 유효기간 만료 시 재판정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장애계 가짜 등급제폐지·종합조사표 반발”… 복지부 고시개정위원회 구성, 해결책 찾자

종합조사 도입 당시 장애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종합조사표의 높은 의학적 기준(ADL)과 당사자 참여구조가 없는 조사 과정이 장애등급제 폐지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 충분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상자 확대가 중증장애인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복지부는 장애계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종합조사고시개정전문위원회(고시개정위원회)’를 통해 해결점을 찾자고 맞섰다. 하지만 고시개정위원회는 결론을 못낸 채 몇 차례 회의만 하고 소득 없이 끝났다.

▲최용기 한자협의회 회장(사진 오른쪽) ⓒ더인디고
▲최용기 한자협의회 회장(사진 오른쪽) ⓒ더인디고

이에 대해 한자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3년 동안 산정특례 문제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 외쳤지만, 정부 관계자 누구도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심지어 권덕철 복지부 장관에게 산정특례 문제 대책을 내놓으라 했더니, ‘이의신청하면 된다’는 답변뿐이었다. 하지만 이의신청은 지금도 할 수 있고, 하더라도 반영이 제대로 안 될 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회 최혜영·장혜영 의원, 1년 전부터 경고”… 정부는 무대책

지난 2021년 10월,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종합조사표의 산정특례 종료시점 종료에 따른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또 장애등급제 폐지의 본래 취지에 맞게 개인별 장애유형과 정도, 욕구와 사회환경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복지부가 종합조사표의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당시 최혜영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서 여실히 종합조사표의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갱신조사로 기존 인정조사 기본급여 하락 및 탈락 인원 현황(‘19년 7월~’21년 6월). 자료=최혜영의원실
▲갱신조사로 기존 인정조사 기본급여 하락 및 탈락 인원 현황(‘19년 7월~’21년 6월). 자료=최혜영의원실

종합조사가 도입된 2019년 7월부터 2년만인 2021년 6월까지, 수급자격 갱신을 신청한 5만7370명 중, 급여가 하락한 장애인은 8333명(14.5%)으로 나타났다. 평균 22시간, 최대 241시간까지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감소한 것. 특히, 인정조사 1등급이었던 중증장애인의 급여가 하락한 경우는 전체의 17.2%로 조사됐다.

앞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지난해 7월 “기존에 월 391시간 서비스를 받던 장애인 12명은 월 150시간으로 변경돼 최대 월 241시간까지 감소했다. 전체 하락자 7662명 중 수급자격이 박탈되는 장애인도 총 477명으로 나타나는 등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갱신신청 후 종전 인정조사 급여액 대비 증감자 현황 /자료=장혜영의원실(보건복지부 제출자료 재구성)
▲갱신신청 후 종전 인정조사 급여액 대비 증감자 현황 /자료=장혜영의원실(보건복지부 제출자료 재구성)

게다가 종합조사표에 장애유형별·환경적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의학적 기준의 높은 문항과 배점 비율이 발달장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사실로 드러났다.

현행 종합조사표의 조사항목 및 종합점수 산정방법에 따르면, 신체적 어려움을 판단하는 일상생활동작(ADL)과 수단적 일상생활동작(IADL)의 문항수가 21문항에 점수는 438점인 반면, 정신적 장애인 등과 관련이 높은 인지행동특성 항목의 문항수는 단 8문항, 점수는 94점에 불과하다.

실제 장혜영 의원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서비스 시간이 하락한 전체 장애인 7662명 중 발달장애인이 50.4%(3865명)에 달했다. 서비스 탈락자 477명 중의 61.2%(292명)도 역시 발달장애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복지부 관계자 면담있지만 기대 어려워결국 윤석열 정부 기재부에 달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더인디고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더인디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오는 24일 복지부 염민섭 장애인정책국장과 이 문제로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앞서 정권이 바뀌기 전 염 국장은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현 윤석열 정부에선 뭐라 말할지, 기획재정부가 결국 돈으로 장난치는 상황에서 큰 기대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개인예산제’를 도입하겠다면 이 활동지원 문제 해결이 순서다. 줄 양도 안 만들어 놓고 뭘 선택하라고 하냐”며 “현재 활동지원 1조7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의 권리예산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전장연의 요구에는 바로 오늘과 같은 산정특례문제, 65세 이상 활동지원, 그리고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등이 포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9년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당시 제대로 싸우지 못한 것이 통한”이라며 “장애인권리예산이 반영될 때까지 죽음을 각오하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모연대와 한자협의회는 정부를 향해 “이미 3년 동안 배정되었던 예산을 삭감할 이유가 없고 또 종합조사표의 문제에서 기인한 만큼 ▲산정특례 대상자의 기존 시간을 지속해서 유지하고, ▲개인의 사회적 환경과 필요를 반영하는 방식의 종합조사표 개선 ▲최소한 종합점수의 세부내역에 대한 알권리 충족 등 종합조사 내 당사자의 참여 구조를 보장해야 한다”며 “더이상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과 지역사회 인프라로 장애인과 가족을 기만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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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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