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중증정신질환자 31만명… 인권위 “지역사회 통합 대책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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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외부 전경 ⓒ더인디고

  • 정신장애인 재활시설 전국 350곳… 극소수 이용 불가피
  •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 지역에 편중
  • “복지부, 인권증진 기반 법령개정과 시설 확대해야”
  • “지자체에 실태조사 실시 및 서비스 확대 권고”

[더인디고 조성민]

중증정신질환자 수가 약 31만 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관련 재활시설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정신장애인 인권증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증진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장관과 17개 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17개 시·도에 최소 1개 이상의 위기쉼터·지역사회전환시설 설치와 운영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고, ▲전국 226개 시·군·구에 최소 1개 이상의 이용형 정신재활시설을 설치·운영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정신재활시설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정신건강복지법’과 하위법령에 정신재활시설의 시설 및 서비스에 대한 최저기준과 인권지킴이단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인력배치기준을 개선하고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입소형 정신재활시설의 입소기간 제한을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

17개 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정신재활시설 등 정신장애인 복지 수요와 공급현황, 수요에 대한 대응계획에 대해 실태조사를 추진해, 그 결과에 따라 정신재활시설을 증설하고 정신장애인 서비스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20년 ‘정신재활시설 운영·이용실태 및 이용자 인권실태조사’와 2021년 ‘선진사례를 통해 본 정신장애인 지역사회통합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실태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에게 회복 지향의 주거, 복지, 고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은 정신재활시설이 유일하다. 하지만, 2020년 기준 전국의 정신재활시설은 350개소, 입소 및 이용정원은 716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재활시설도 절반이 서울·경기지역에 편중돼 있어, 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은 정신의료기관 퇴원 후 갈 곳이 없거나 이용 가능한 시설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정신장애인의 42%가 ‘퇴원 이후 자신의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고 밝혔지만, 자신의 주거지에서 낮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주간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등 이용형 시설은 전체 정신재활시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인권위는 “약 31만1000명으로 추정되는 중증정신질환자 수 대비 약 2.3%, 등록정신장애인 수 10만 3000명 대비 약 6.9%로 매우 부족한 수준”이라며 “특히, 정신장애인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고스란히 가족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정신의료기관에 치료 목적보다 ‘갈 곳이 없어서’, ‘돌봄이 필요해서’ 입원하게 되는 일명 ‘사회적 입원’으로 이어져, 장기입원율 하락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인권위는 전 세계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위기쉼터 또는 병원에서 가정으로 연계해주는 ▲중간집(half-way house) 유형의 지역사회전환시설, ▲지원거주서비스(주가와 복지를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확산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규정도 없고, 시설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입소형 정신재활시설의 시설기준이나 운영기준에도 세부 시설별 구체적 기준이 없거나 시설관리 운영에 관한 기본 사항만 규정돼 있는데, 이는 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장애인복지법‘ 제60조의3에 근거해 ‘서비스 최저기준’이 명시되어 있고, 같은 법 제60조의4에서 시설이용자의 인권 및 서비스 질 개선을 견인하기 위해 인권지킴이단 설치·운영을 의무화한 것과 견주어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입소형 정신재활시설은 입소기간을 2~5년으로 제한함에 따라, 기간 내 정신장애인이 회복 후 주거, 일자리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도 봤다. 그 결과 시설 이용기한이 지나면 더 열악한 주거환경인 고시원, 노숙인 시설 등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이번 권고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성찰하고,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적 삶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책무를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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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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