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이동을 위한 학교여야”… 국회 찾은 청소년들, 장애학생 교육권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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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동권증진 컨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와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최혜영 의원실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학교 내 이동권 실태와 대안 등을 논의했다. ©무의
▲장애인이동권증진 컨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와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최혜영 의원실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학교 내 이동권 실태와 대안 등을 논의했다. ©무의
  •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진학 과정·재학 중 차별사례 쏟아져
  • 무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학교 내 차별 실태조사 발표
  • 장애·비장애청소년 편의증진 등 모두의 교육권 실현해달라
  • ·중등교육법에 장애학생 권리 명시한목소리
  • 무의 장애학생·학부모 위한 학교 내 차별 대처 지침 제작예정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학생들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해 온 청소년들이 이번엔 국회를 찾았다.

초중고교 내 편의시설 미비와 장애학생을 위한 다양한 지원 등의 부족으로 교육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국회 차원의 법제도 정비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장애인이동권증진 콘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와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는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최혜영 의원실과 공동으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학교 내 이동권 실태조사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실제 지난 10월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1만1943개 초중고 중 2063개교(17.3%)에 승강기와 경사로, 휠체어리프트 등 장애인 이동 관련 편의시설이 없거나 적정하게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에서 재학 기간 내내 차별·배제당하는 장애학생들

관련 내용은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총장이 장애학생과 학부모 14명을 상대로 설문 및 심층 인터뷰를 통한 교내 장애차별 실태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김 총장의 발표에 의하면 응답자의 90%는 ‘장애판정 후 특수교육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교육청에서 미리 연락받지 못했고 직접 문의해 알아봤다’고 답했다.

학교 진학 시에도 직간접적인 차별을 당하는 것은 마찬가지. 응답자 95%는 ‘진학 전 교육기관의 차별 혹은 거부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반응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한 응답자는 학교 측의 ‘100년 학교 역사상 장애인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노골적인 입학 거부도 들어야 했다.

▲국회 간담회에서 학교내 차별 사례를 발표한 청소년들(사진 뒷줄 왼쪽부터 울산 현대 청운고 천원영, 최민기 학생, 앞 가운데 거꾸로캠퍼스유지민 학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무의
▲국회 간담회에서 학교내 차별 사례를 발표한 청소년들(사진 뒷줄 왼쪽부터 울산 현대 청운고 천원영, 최민기 학생, 앞 가운데 거꾸로캠퍼스유지민 학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무의

장애청소년 유지민 양의 부모인 무의 홍윤희 이사장은 “사립고등학교 3곳에서 ‘편의시설이 없어 다니기가 불편할 것’이라는 식의 안내를 받고 진학해도 찬밥 신세일 것 같아 포기했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결국 홍 이사장은 자녀 고교 진학 전 엘리베이터가 있는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해야 했다.

또한 응답자 전원은 ‘재학 중 정당한 편의 제공과 교육지원을 받지 못해 학업수행과 교육과정 참여에서 차별과 불이익이 있었다’고 답했다. 입학 후에라도 법적으로 이동권 보장을 위한 편의시설 등을 설치해야 함에도 특수학급 전일제 수업을 강요하거나 장애인 학생만, 재학 중에 계속해서 1층 교실에 배정하는 식이다.

예체능 수업에서 필요한 교실 이동이나 실기 배제는 심각했다.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일반학교 또는 특수학교에 배치된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해 적절한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하게 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잘 이뤄지지 못한다.

안전교육에서의 차별과 배제 역시 마찬가지다. 응답자 전원은 학교 안전교육에서 배제당하거나 방치된 경험이 있었다. 학부모 역시 각 교육청에서 발간한 학생 안전 매뉴얼 존재를 대부분 알지 못했다.

김 총장은 지난 9일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 성명에 등장한 ‘장애학생이 생존수영교육에서 배제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안전시설 인프라 역시 부족하다. 전국 초·중·고교 1만 1943곳 중 2075곳(17.4%)은 각종 재난 상황에 대비한 장애인 경보 및 피난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고(10.4%), 설치기준에 어긋난 부적정 단순설치(7%)로 나타났다.

학교에서의 차별, 청소년·부모·교사 등이 쏟아낸 사례 들어보니

이 같은 사실은 장애당사자와 비장애 학생 3명의 증언에서도 드러났다.

유지민 양(17, 전 대안학교 거꾸로캠퍼스 학생)은 장애인이자 학교밖청소년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사립학교에 지원하고 싶었지만, 장애인은 안 왔으면 하는 눈치를 줘 포기했다”며 “다수의 사립고등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교육기본권을 누릴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학교 체육시간 때는 일부 교사가 ‘평가할 방법이 없으니 교실에 남아 있으라’고 말했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유 양은 “미인가 대안학교에 진학하면서는 특수교육대상자 자격과 교육청 치료비 지원 등도 자진 포기해야 했다”며 “장애청소년은 모두 교육청 등록 학생이라는 가정하에 치료비 지원 등을 하는 것 같다”고 ‘칸막이 행정’을 꼬집기도 했다.

비장애 고교생들의 교육증진권 모임을 조직하고 교육감 면담을 한 사례도 소개됐다.

간담회에서 최민기(19), 천원영(18) 울산 현대청운고 학생은 지난 5월 8개 사립고 소속 1306명이 모인 학교 내 교육기본권 증진 학생모임 ‘모이자’(모두의 이동이 자유로운 학교를 위하여)를 주도했다.

당시 ‘모이자’는 성명을 내고 ‘모든 학생의 교육권 증진을 위해 장애편의시설 설치’를 주장했다. 비장애 학생들이 일시적 장애나 중도장애로 학교시설을 이용 못 해 교육권이 침해된 사례를 발견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울산 노옥희 교육감과 면담을 하고 ▲엘리베이터 설치가 안 된 학교에 우선 설치와 관리감독강화, ▲장애학생 입학 시 편의제공 답변서 의무화, ▲장애학생 입학전형 확대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박현주 특수교사는 종합토론을 통해 “학교 건물 중 일부에만 승강기나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어도 ‘설치 적합’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장애학생들은 장애인화장실 숫자가 적어서 4층에서 1층까지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특별활동실이 있는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학습권을 침해받는다. 또 전기세를 아낀다며 엘리베이터를 잠그는 사례도 잦다”며 “편의시설 부족은 학생 모두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N 장애인권리위원회도 지적한 장애학생의 권리·중등교육법 개정해야!

이에 대해 법무법인 디라이트 강송욱 변호사는 사립학교에서 장애학생 배제나 차별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의 개선을 제안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형수 사무총장, 강미정 팀장, 강송옥 변호사, 박현주 교사 ©무의
▲사진 왼쪽부터 김형수 사무총장, 강미정 팀장, 강송옥 변호사, 박현주 교사 ©무의

강 변호사는 “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장애인등편의법에 산재한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권리를 초·중등교육법에 통합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사립학교는 임의 이행을 기대할 수밖에 없어 편의시설 설치나 장애학생 지원이 미비한데 초중등교육법에서의 장애학생 권리보장을 강화하면 사립학교의 의무 이행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초중등교육법에 의하여 장애학생에게 보장된 특수교육을 위한 기본적인 청구권의 이행에 불응하는 학교의 행위는 이를 그 자체로 장애학생에 대한 고의적인 학습권 침해행위로 보아 아동 학대에 준하는 정도의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강미정 팀장은 “학교 내 장애학생 편의제공은 이미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한국에 권고했던 사항”이라고 전제한 뒤, “장애인 교육접근권 향유에는 획일화된 접근이 아닌 기능 수준, 복합장애 여부 등 개별 특성을 고려한 교육과정과 환경적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며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는 삶의 질 차원을 넘어 장애아동-청소년의 안전이라는 기본권 측면에서 보다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교사 역시 “초중등교육법에 장애학생 권리를 명시하는 것은 장애아동·청소년이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서만 교육받는 게 아니라는 시그널을 통해 진정한 통합교육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장애학생의 72%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번 행사를 마련한 무의 홍윤희 이사장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또 사립학교일수록 장애학생 편의시설이나 지원제도가 부실해져 교육권 침해가 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무의와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는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지원으로 ‘장애아동청소년·학부모를 위한 학교 내 차별상황 대처 가이드라인’ 제작과 교육현장 차별 사례 구제를 위한 전문가 풀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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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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