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탈시설 장애인 3단계 전수조사에 전장연 “표적수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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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탈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작하자,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들은 27일 오전 서울 시청역 1호선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전수조사를 구실로 ‘거주시설 양립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장연 표적수사’”라며 비판했다. /사진=전장연
▲서울시가 탈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작하자,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들은 27일 오전 서울 시청역 1호선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전수조사를 구실로 ‘거주시설 양립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장연 표적수사’”라며 비판했다. /사진=전장연

  • 잘살고 있는지업무 차원의 지원조사주장
  • 상반기, ‘향유의집이어 지원주택’… 최종 전체 확대
  • 전장연 탈시설 왜곡 단체 편든 거주시설 양립정책” 지적
  • “UN 가이드라인 따른 지원조사·3차 추진계획 세워야
  • 오 시장과 면담 후 조사?… 지하철 행동, 새 국면 맞나!

[더인디고 조성민]

서울시가 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그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차원의 구체적인 조사내용이나 사전 설명도 없는 상황에서 지난 21일, 22일 일부 언론에서 ‘전수조사’가 알려지자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시는 탈시설 장애인에게 ▲탈시설 과정의 적정성과 ▲만족도, ▲건강 상태 등을 조사한다. 제3차 탈시설 추진계획(2023~2027)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조사 대상은 탈시설 정책이 시작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 1600여 명 가운데 사망자와 서울 외 지역 거주자를 제외한 1000여 명이다. 또한 전수조사와 별도로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이 운영하는 ‘향유의집’ 출신 40여 명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난 17일부터 조사를 시작했다는 내용 등이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준)는 27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전수조사를 구실로 ‘거주시설 양립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장연 표적수사’”라며 비판했다. 이어 “예고도 없이 전화를 걸어 탈시설 장애인을 괴롭히는 전수조사가 아닌, 거주시설 장애인을 포함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묻는 ‘권리조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본지도 지난 24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시 탈시설지원팀에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등록되지 않은 번호’라며 오후 내내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상황에서 오늘(27일) 오전 재차 연락한 결과 팀 관계자는 “24일은 사무실 이전 때문”이라며, 그동안 언론 보도와 관련해선 “대체로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장연의 주장에 대해선 경찰도 아닌데 표적수사라는 말은 인정하기 어렵다, “기존 종단연구에도 불구하고, 탈시설 하신 분들이 어디에서’ ‘현재 잘 사시고 계시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등을 추가 확인하기 위해 업무 차원에서 조사하는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향유의집을 집중조사하는 이유에 대해선 3단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제한 뒤, “1단계는 이번 주까지 향유의집을 나온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다음 주에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이어 2단계는 지원주택, 그리고 3단계는 지금까지 탈시설 장애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확대한다”며, “2단계부터는 민간조사원을 투입해서라도 상반기 안에 모든 조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에둘러 해명했다.

이어 조사 방법이나 문항 등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업무 차원에서 하는 일을 굳이 보도자료 등을 통해 내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오세훈 서울시장은 탈시설을 대놓고 거부하고 있고, UN 장애인권리위원회가 논란을 막기 위해 제시한 탈시설가이드라인도 위반하고 있다”며, “특히, 거주시설을 이용하며 시설의 이권을 유지해 온 일부 사람(단체)들의 손을 들어주는 표적수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장연은 지난 2월 2일, 오 시장이 박경석 대표와 단독 면담을 가진 이후 곧바로 만난 김광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 등을 지목했다. 이들이 오 시장에게 전수조사와 거주시설 서비스 확대 요구 등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표적수사와 관련해선 ‘프리웰’ 법인과 지하철 시위 등과 관련해 오세훈 시장과 갈등을 빚는 전장연을 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프리웰은 2021년 4월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인 ‘향유의집’을 완전히 폐쇄하는 등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대표적인 사회복지법인이다. 이 법인에서 일하던 한 종사자(현재 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고문)가 프리웰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2차례(2019년 12월, 2020년 8월)나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향유의집 폐쇄 과정에서 자신이 부당해고 당했을 뿐 아니라 강제적 탈시설을 통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인권위가 이에 대해 모두 기각하자, 해당 사건은 지난해 인권위 국정감사 때 등장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전수조사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서울시의 탈시설 조사 연구 등은 이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장애인개발원을 통해 종단연구를 진행했다”며 “종단연구를 결과를 바탕으로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공개하고 조사한다면 이해하겠지만, 탈시설 반대하는 장애인단체들을 앞세워 ‘다 조사하겠다’는 식은 결국 탈시설 자체가 범죄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008년에는 탈시설 관련해 처음이라 욕구조사는 할 수 있다 치더라도, 시는 2012, 2017년 계속 묻기만 하며 희망 고문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700명이 탈시설을 희망했지만, 개별계획은 수립하지 않았다”며 탈시설가이드라인에 따라 욕구와 상관없이, 의사 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이나 아동 등도 탈시설을 권리로 인정하고, 지원조사를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중 활동가들이 오세훈 시장은 UN장애인권리협약 준수, UN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이행하라고 적힌 스티커를 승강장 바닥에 붙이고 있다. /사진=전장연
▲기자회견 중 활동가들이 오세훈 시장은 UN장애인권리협약 준수, UN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이행하라고 적힌 스티커를 승강장 바닥에 붙이고 있다. /사진=전장연

한편, 서울시 탈시설 정책은 오세훈 현 시장이 지난 2009년 8월,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장애인 거주시설 장애인의 사회정착 지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3년 전국 최초로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 1차 계획(2013~2017)’을 수립한 데 이어, 2차 추진계획(2018-2022)을 통해 △주거우선(housing first), △당사자의 주거 계약, △주거유지지원서비스 등을 원칙으로 한 ‘지원주택’이 도입됐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3차 추진계획(2023~2027)과 관련해 “UN이 권고한 탈시설가이드라인에 따른 탈시설 장애인의 삶의 질과 지역사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이행을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하튼 전장연은 3월 23일까지 지하철 탑승을 멈추는 대신 승강장에 머물며 출근길 선전전을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논란으로 지하철 행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장애계의 한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울시의 전수조사에 대한 방침이 명확하지 않다”며, “조사는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전수조사의 목적이 온전히 탈시설 장애인 지원이라면, 조사기법이나 항목 조정 등의 구체적인 조사내용 등을 공개하고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경석 대표와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에서 서울시가 ‘탈시설 장애인 지원에 과도한 예산이 소요된다’고 언급한 데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서니, 그 저의가 의심스러운 것은 당연하다”며, “잠잠했던 지하철 시위에 서울시가 다시 기름을 부은 것은 아닌지 참 딱하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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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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