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로 폐쇄 여부 앞둔 영덕사랑마을, 항소심 선고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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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등법원 ⓒ영덕사랑마을대책위원회
▲대구고등법원 ⓒ영덕사랑마을대책위원회

  • 1심 법원 반복적 학대한 시설 폐쇄, 정당
  • 시설 법인 측 소송·집행정지 등으로 버티기?
  • 2심 선고 당일에도 재판 연기내달 14일 재개
  • 장애계 후속 조치 없는 영덕군 행정, 사태 악화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 학대 등 반복적인 인권침해로 장애인 거주시설 영덕사랑마을 폐쇄 여부를 다투는 항소심 선고가 애초 3일에서 내달 14일로 연기됐다.

대구고등법원은 영덕사랑마을 운영법인인 경상사회복지재단 측이 선고를 앞둔 당일, 재판 연기를 신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 연기에 대해선 원고인 재단 측이 준비가 덜 되었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자세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덕사랑마을은 영덕군 소재의 유일한 장애인거주시설로 2015년 설립 직후부터 거주인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거나 학대 등을 반복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은 2019년 8월, 시설 직원의 내부고발로 처음 알려지게 됐고, 영덕군청은 2021년 10월 18일에야 시설폐쇄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재단은 같은 해 12월 영덕군수를 상대로 시설 폐쇄처분 취소와 집행정지 행정소송(2021구합25631)을 제기했지만, 1심인 대구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차경환)는 지난해 8월 이를 기각했다. 영덕군의 행정처분이 정당하다는 것.

당시 1심 판결문에 의하면 재판부는 ‘인권침해의 결과는 비교적 중하지 않더라도 해당 시설에서 인권침해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설폐쇄 명령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영덕군 내에 중증 장애인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시설이 부족해 전원이 수월하지 않고, 거주인과 가족 역시 해당 시설에서 거주하기를 희망할지라도, 이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시설 이용자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또한 영덕군이 법에 따른 행정절차를 밟은 것도 판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영덕군은 원스트라이크 아웃 대신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제44조의7, 별표 5의5)과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 제26조의2(별표 4)에 따른 행정 절차(1차 개선명령, 2차 시설장 교체, 3차 폐쇄처분)를 준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 만큼 항소심 역시 원심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원고인 재단이 재판을 연기하면서 6주의 시간이 또 걸리게 됐다.

지역 장애인단체들은 행정처분 명령 이후 1심에서도 진 재단 측이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이어가며 시간을 벌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영덕군에 대해서도 역시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후속 조치 없이 방관만 한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확보를 위한 ‘영덕사랑마을대책위원회’는 3월 3일 오후 1시,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상사회복지재단이 제기한 학대시설 영덕사랑마을 시설폐쇄 불복 소송 기각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영덕사랑마을대책위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확보를 위한 ‘영덕사랑마을대책위원회’는 3월 3일 오후 1시,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상사회복지재단이 제기한 학대시설 영덕사랑마을 시설폐쇄 불복 소송을 기각할 것을 촉구했다. ⓒ영덕사랑마을대책위원회

이날 2심 판결에 앞서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확보를 위한 ‘영덕사랑마을대책위원회(대책위)’는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 사태의 책임자인 경상사회복지재단은 시설 폐쇄처분 후 1년 5개월 동안 집행정지와 항소 등을 제기하며 후속 조치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더 큰 문제는 영덕군이 시설폐쇄 명령뿐 아니라 1심 법원의 기각 결정에도 거주인 분리, 전수조사, 운영진과 법인에 대한 처분 등 후속 조치를 방치하면서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며, “결국 이번 사태는 안하무인 법인 운영진과 영덕군의 소극적 행정이 만나 최악의 상황을 빚어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더인디고와 전화 통화에서 항소심 재판이 연기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힌 뒤, “앞으로 한 달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합치면 지금까지 1년 반이다. 특히 영덕군은 인권침해를 당한 거주 장애인 단 1명도 전원조치를 하지 않는 등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봐주기 행정으로 인해 시설 측은 선고 당일인 3, 거주인과 가족까지 동원하며 인권침해를 부정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관계자는 또 “1심에서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군 관계자들이 2심 선고 당일 참석한 데 이어, 오는 13일 탈시설 TF 회의도 갖기로 했다, “과연 어떤 내용을 들고 회의에 참석하느냐에 따라 대책위의 대응 역시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학대를 반복하는 시설은 마땅히 폐쇄해야 하고, 인권침해와 운영 비리를 저지른 자들에게 거주인들의 삶을 맡기면 안 되는 것이 1심 판결에서 확인됐다”며 “법인이 아무리 기를 쓰고 막으려 하고, 또 영덕군 행정이 미온적으로 일관해도, 이 원칙과 진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오는 2심 선고 결과에 기대를 나타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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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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