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병원에 갇혔나?’, 영국 학습장애/자폐성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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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병원에 갇혔나?, 영국 학습장애/자폐성 장애인들의 호소
▲1970년대부터 장애인 탈시설정책을 시행했던 영국은 최근 학습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사람들의 병원 입원이 많고 그 기간도 지나치게 길다는 버밍엄 대학교의 보고서가 발표되어 '미래세대는 현재의 상황을 야만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unsplash
  • 2000여 명 입원 중, 절반이 2년 이상…10년 이상도 350명
  • 서비스 비용, 지역사회 복귀 지원보다 치료 비용으로 소진돼
  • 영국은 장애인 탈시설 정책 이행 국가…과거 회귀도 우려
  • 연구진들, 미래 세대는 현재 상황을 ‘야만적’이라 기억할 것…‘경고’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최근 영국의 더가디언은 “수천 명의 학습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치료를 이유로 병원에 갇혀 있으며, 일부는 수년간 장기 입원해 있다”고 폭로했다.

더가디언 지난 3월 14일 버밍엄 대학교의 인권단체인인 체인징 아워 라이브스(Changing Our Lives)의 보고서를 인용해 “약 2,000명의 학습장애 또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2년 이상 입원하고 있고, 350명은 10년 이상 장기 입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버밍엄 대학교의 존 글래비스 보건 및 사회 복지학과 교수는 “학습장애 치료를 위해 10년 이상 입원해야 하는 등 치료 기간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긴 이유는 병원에서 학습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그 가족, 그리고 일선 종사자들의 경험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탓”이라면서, “이 서비스에 할당된 대부분 비용은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는 데 사용되기보다는 병원 치료에 쓰인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 존 글래비스 교수팀은 학습장애/자폐성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의료적 진단 결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 ▲지원을 위한 명확한 서비스 체계, ▲형사 사법 시스템과 사회 복지 간 칸막이, ▲지역사회 기반 치료 옵션에 대한 무지,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적 지원 부족 등의 사회적 장벽 제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Foka Wolf 전시회의 한 부분, 왜 우리는 병원에 갇혀있는가? ⓒ 더가디언

이번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던 전시회에서는 학습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감춰진 모습을 통해 ‘우리는 왜 병원에 갇혀 있는가’라며 영국 사회에 되묻고 있다.

1973년 대표적인 발달장애인 수용시설인 다렌스파크 병원의 폐쇄를 결정하고, 거주공간을 마련해 1986년부터 이주작업을 시작으로 장애인 탈시설을 본격화했던 영국이 다시 시설 중심 장애인 복지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사람들은 병원에서 나와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데, 어려운 요구가 아니다. 우리는 예전 정신병원 등 수용시설의 반인권적 상황을 공포에 떨며 기억하지만, 미래 세대는 현재 상황을 야만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존 데이비스 교수의 경고를 전하며 더가디언은 영국 사회의 삶이 보류되고 있는 사람들의 소식을 매조졌다.

학습장애란 학습 능력의 획득, 학습기능이 곤란한 것이 주 증상으로 ADHD, 자폐성 장애, 지적장애 등과 마찬가지로 아동기 때 발견되는 정신질환이며, 국제질병분류기호(ICD-10)에서는 학습숙련의 특정 발달장애(Specific developmental disorders of scholastic skills)로 분류하고 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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