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33] ④ 김유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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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연대 서울지부 광진회 김유미 회원이 11일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제33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모연대 서울지부 광진회 김유미 회원이 11일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제33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올해 중2 사춘기의 절정에 들어가 있는 자폐성장애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딸은 어려서부터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움직임이 많습니다. 불안감이 너무 높아 강한 자극과 감각 추구 행동을 계속해야만 불안감이 조금은 줄어드는 아이입니다. 지금도 학교 수업 시간에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 그 자체가 아이에게 가장 큰 도전입니다. 앉아있다 힘들면 갑자기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고 그게 안 되면 옆 친구나 선생님을 물어뜯어 문제행동이 나오는 그만큼 움직임이 많은 딸입니다.

학교가 끝나는 오후에는 심리치료실과 수영장에 가서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많이 움직이고 뛰게 해주며 스트레스를 풀어줍니다. 주말에는 걸어 다니며 소리 나는 물건들을 죄다 손으로 두드리고, 특히 엘리베이터 계단에 서서 빙글빙글 돌기. 엘리베이터 문 두드리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저희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요. 아이가 태어나고 평균 3년마다 이사를 해서 벌써 6번 이사를 했고 이번 달에 또 7번째 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저희의 기가 막힌 6번째, 7번째 이사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가 지난 26일 학교 근처라 접근성은 좋았지만, 터미널 근처 올림픽대교가 바로 앞이라 일년내내 감기가 낫지 않고 이유 없이 두통과 알레르기가 심했습니다. 공기 좋고 장애인체육센터, 특히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수영장을 매일 이용할 수 있고 성내천이 바로 집에 있는 아파트 2층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예전보다 월세는 더 높았지만, 분노 조절이 힘들 때 언제든지 수영장에 데려가서 놀아주면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풀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내천 산책로라 새벽에도 아이가 잠안자고 짜증 나면 언제든 데리고 나와 돌아다닐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사했지만, 그 꿈은 하루 만에 와장창 무너졌습니다!!

이삿짐 정리가 채 끝나기도 전인 데다 에어컨을 설치하고 있는데 아랫집 여자가 올라와선, ‘어젯밤 늦게까지 아이 소리가 크게 들리던데 조용히 해 달라’고 또 ‘발망치도 시끄러우니 슬리퍼를 신어달라’고 했습니다. 이사 하루 만에 층간소음으로 찾아온 게 이해가 안 되지만, 그때는 그저 ‘조금 예민한 아랫집이다’ 생각했습니다. 또 딸이 장애아이고 그동안 아파트 살면서 늘 겪었던 민원이기에 덤덤하게 부부 슬리퍼 2개와 놀이방 매트 6개를 주문해서 거실과 주방, 안방에 깔았습니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했고 매일 악몽같은 지옥의 날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인터폰은 남과 밤에, 그리고 주말에도 시도 때도 없이 울렸고 이틀에 한 번씩 올라와서 시끄럽다고 복도에서 벨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지난 12월 31일 밤 TV로 제야의 종소리를 보고 12시40분쯤 불 끄고 안방에 아이랑 들어가 침대에 누워있는데 복도에서 문을 크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을 끄고 안방에 세 식구가 침대에서 20분간 벌벌 떨면서 그 여자가 돌아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뒤로도 한 달간 경비실을 통해 백번 넘게 전화하고 경찰도 네 차례나 부르고, 결국 저희는 이사 온 지 한 달 만에 아이가 극도로 불안해해서 다른 1층 집으로 이사 가기로 했고 드디어 이번 달 말에 7번째 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물론 장애아이들이 밤늦게까지 못 자고 뛰거나 돌아다니는 게 잘한 것도 아니고 공동주택에서 매번 이해해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같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조금은 배려와 이해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쫓겨나다시피 이사를 하는 게 정말 최선이었을까 너무 속상하고 눈물이 납니다. 아직도 이 사회가 장애아동을 키우는 가정에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고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장애아이를 공동주택에서 키운다는 게 늘 층간소음을 야기하는 죄인이라는 이유로 부모들이 고개 숙이고 늘 미안하다 사과하고 돌아다녀야 하고 남들에게 늘 민폐고 피해만 주는 존재다 이렇게 이분법적 사고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고 조금만 이해해주며 배려해주며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꿈꿉니다.

-2023년 4월 11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33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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