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울지 마! 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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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풍선이 하늘 위로 올라간다. ⓒ픽사베이
▲많이 풍선이 하늘 위로 올라간다. ⓒ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본의 아니게 요즘 난 사람들을 울리고 다닌다. 글로 영상으로 공유한 나의 결혼스토리가 사람들에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감동으로 작용하는가 보다. 힘든 이야기는 힘드니까 울고 기쁜 이야기는 감격스러워서 운다. “눈물이 찔끔 나네요.” 정도는 약과이고 “자꾸 눈물이 흘러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어요.”라는 댓글도 찾기 어렵지 않다.

지난주 교실에선 내 결혼 발표 영상을 함께 보던 아이 중 하나가 라이브로 울음을 터트리기까지 했다. “선생님 저 결혼식 꼭 갈 건데 너무 울음이 날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라고 말하는 녀석의 목소리는 이미 잔뜩 떨리고 있었다.

“윤서야 고마워! 근데 너 벌써 울고 있니?”라고 할 때 그 녀석의 상태는 이미 오열이 되어버렸다. “울지 마. 괜찮아”하며 등 토닥거려주기도 하고 몇몇 친구 녀석들은 “얘 왜 이러니?” 하며 분위기 전환을 위한 우스갯소리도 늘어놓았지만, 윤서의 꺼이꺼이 울음소리는 쉽게 그쳐지지 않았다. 내가 써 놓은 글도 다 보고 영상까지 시청했다는 녀석은 이미 내 상황을 온전히 빙의해서 이해하고 있었다.

“선생님 얼마나 힘드셨어요?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라고 훌쩍이며 말할 땐 내 볼마저 실룩거렸다.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 앞에서 나마저 펑펑 울어버리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것 같아 잠시 자리를 비우고 마음을 수습해야만 했다.

내가 사는 이 땅에서 장애인이 결혼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해 보니 그렇다. 장애인이라 그런 것이 아니고 이 땅에서라 그렇다. 난 나 스스로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결혼 아닌 다른 상황에서 나의 장점들은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다. 이런 내가 이만큼 힘들게 결혼하는 거라면 자신감 없는 장애인들에게 그것은 오르지도 못할 나무로 여겨질 수 있다.

장애가 결혼에 이어서 최악의 조건이라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실체도 없다. 유리하거나 더 나은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나쁜 면 가진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이해받지 못할 만큼의 악조건은 아니다. 전염되는 것도 아니고 100% 유전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상황에서 불편한 것도 아니고 늘 우울하거나 힘든 것도 아니다. 자기 일 잘하면서 신나게 즐겁게 살아가는 내가 그 증거이고 사람들은 그것에 박수를 보내며 동의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내가 결혼의 상대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고약한 술버릇 가진 이나 용서받지 못할 과거 가진 이들 이해는 가능하지만, “장애인은 안 된다.” 하는 것은 그저 사람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편견의 발현일 뿐이다.

제자를 울려 버린 못난 교사에게 오늘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난 누구보다 화목한 가정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아내의 모습을 만들 것이다. 시각장애 가진 이가 수학도 하고 강의하고 방송도 재미있게 하는 것을 보여줬던 것처럼 시각장애인과 함께 사는 여인이 얼마만큼이나 행복할 수 있는지 온 세상에 보여줄 것이다. 장애인과의 결혼을 반대하던 이들의 생각이 얼마나 근거 없는 허상이었는지 내 삶으로 증명해 보일 것이다. 윤서가 결혼하게 될 땐 적어도 장애 때문에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을 수 있도록 먼저 걸어가는 교사로서 의지를 가지고 행복할 것이다.

“장애인과 결혼하기로 했어요. 괜찮을까요?”

“그게 무슨 문제야? 안승준 행복하게 사는 것 못 봤어? 그 부인이 국민 부러움녀라는 거 몰라?”

윤서에게 이런 날을 선물하고 싶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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