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정신질환자 범죄, ‘사법입원’이 해답이라면 준비는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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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정신질환자 범죄, ‘사법입원제도’가 해답이라면, 준비는 되었나?
▲정부는 ‘묻지마 범죄 사전에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묻지마 범죄 관리·감독 대책’ 중에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중증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픽사베이
  • 정부, ‘묻지마 범죄’ 대응책으로 ‘사법입원제도’ 도입 발표
  • 사회적 이슈에 떠밀린 제도, ‘정신질환자=예비범죄자 낙인화 우려
  • 2019년 대법원, ‘신중검토’우려…보조인 등 지원 인프라 선행되어야
  • 당사자·가족·전문가 등 논의 거쳐 ‘국가책임 포괄적 제도’로 개선해야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지난 17일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발생한 ‘묻지마 범죄 사전에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묻지마 범죄 관리·감독 대책’이 논의되었다. 이 자리에서 법무부는 대응책으로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신설과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중증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사법입원제’ 도입과 함께 정신질환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으로 2025년부터 정신건강검진 주기 단축과 조기 발견을 통한 치료 및 지자체장에 의한 행정입원 강화 및 외래치료지원제도 내실화 등 제도개선을 내놨다.

이로써 지난 3일 서현역 사건이 발생하고 나흘 만에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법관의 결정으로 중증 정신질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열흘 만에 정부는 구체적인 제도 개편을 공식화한 셈이다.

당사자들, 사회적 이슈 쫓는 섣부른 제도 도입우려

하지만 ‘사법입원제도’ 역시 절차만 다를 뿐 강제입원이라는 점에서 도입 여부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이슈에 따라 언론의 부추김에 사람의 신체를 강제로 구속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정부의 섣부른 결정이 자칫 논란만 야기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뉴스검색분석 사이트 빅카인즈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사법입원‘이라는 키워드는 지난 5월 1일부터 8월 1일까지는 단 한 건도 검색되지 않았으나 서현역 사건이 벌어졌던 8월 2일부터 8월 22일까지는 62건이 검색되었다.

이와 관련해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 일동은 지난 16일 마인드포스트에 낸 기고를 통해 서현역 사건 이후 모든 언론들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잠재적 범죄자인 것을 암시하며 왜곡된 프레임을 씌우고 있으며 정부도 사법입원 검토를 운운하며 “중증 정신질환자들을 격리, 감금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법입원제도 특성상 미국이나 독일처럼 “절차조력인 등 당사자의 인권 보호 장치를 갖춘 상태에서 공감과 경험이 많은 판사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고, “당사자의 삶보다는 의료권력 하에 사법입원의 판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우려했던 2019년에 비해 준비는 갖췄나?

이들의 주장은 지난 2019년 안인득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이 터지자 당시 자유한국당의 김재경 의원은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대한 대법원의 ’신중검토‘ 의견과 비슷하다. 당시 대법원은 해외 각국마다 강제입원에 대한 절차, 심사기구 등은 매우 다르고, 어떤 특정한 방식의 강제입원 방식이 해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 그리고 판사 1인당 입원심사 사건이 많을 경우 심리 자체가 형식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사법입원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판사, 재판보조인력, 보조인, 호송인력 등 인적자원 및 물적자원 확보를 위한 지원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법입원제도‘는 법원 또는 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한 준사법기구가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큰 중증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인 만큼 충분한 검토와 제도를 시행할 인프라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서현역 사건 이후 범인인 최원종이 조현성 성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가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는 제도 마련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입원제도절차 등 개선 필요국가책임의 포괄적 제도보완해야

현행 정신질환자 입원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사법입원제도‘ 도입 찬반여부와 상관없이 이견은 없어 보인다. 지금의 제도는 의학적 필요에 따른 입원의 신속성도, 환자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까다로워진 강제입원 절차는 인권 측면에서는 적합할 수 있지만 정작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가족들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확대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은 진작에 있어 왔다. 이렇다보니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제때 입원시키지 못해 가족들만 고통을 겪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의 정신건강복지법에서 규정한 응급입원이 어렵다보니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일부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일으켜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자는 2012년 2천 880명, 전체 11.9%였는데, 2019년에는 4천 748명, 19.1%로 크게 늘었다. 반면 2017년 전후 10년 동안 대학병원 정신과 보호병동은 18% 감소했다. 병원 입원을 통한 치료 대신 범죄 이후 교정시설에 감금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고착화 될 수도 있어 정신질환자의 인권 상황이 오히려 나빠졌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위험하니 빨리 가두자는 논리로써의 ’사법입원제도‘가 ‘정신질환자=예비범죄자’라는 낙인의 공고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를 통한 제도적 체계, 그에 따른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족의 입원 설득이 불가능한 자·타해의 위험이 심한 중증 정신질환들이나 가족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신속한 응급입원이나 행정입원 절차를 정비하고,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 및 투약을 받을 수 있으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해 보인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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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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