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 수업? 무너진 농교육… 청각장애인들 윤 대통령에 호소

1
264
▲농아인협회는 19일 오전 11시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무너진 농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농아인협회
▲농아인협회는 19일 오전 11시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무너진 농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농아인협회

  • 대통령실에 농인과 가족 3만 서명 전달
  • 한국수어로 배우고 학습하는 교육환경 만들어 달라!”

[더인디고]

#대학생인 농인 A씨는 “선생님들은 수어를 쓰지 않고 주로 칠판에 판서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으며, “수어를 하는 선생님의 경우 알 수 없는 수지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해 못 알아들은 내용을 다시 설명을 요청하면 화를 내고, 알아듣지 못한다고 혼을 내서 다시는 질문을 할 수 없었다”고 학교생활의 고충을 토로했다.

#직장인인 농인 B씨는 학창 시절 선생님이 “너희들이 말을 잘하면 나도 수어를 잘할게, 너희들이 먼저 말을 잘해 봐”라는 황당한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구화하는 친구는 마치 모범생처럼 취급하며 은연중에 구화를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농아인협회가 무너진 농교육을 바로 세울 것을 촉구하는 농인과 가족 등 3만 인의 ‘서명서’와 ‘정책제안서’를 19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채태기 한국농아인협회 회장(사진 왼쪽이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농인과 그 가족 3만인 서명운동’의 서명서와 정책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
▲채태기 한국농아인협회 회장(사진 왼쪽이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농인과 그 가족 3만인 서명운동’의 서명서와 정책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

앞서 농아인협회는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려 중앙 일간지 1면에 ‘무너진 농교육과 청각장애학생의 교육을 바로 세워줄 것’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이어 농교육의 전면적인 재구조화와 수어 중심 농교육 환경을 위한 3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한 바 있다.

농아인협회는 이날 19일 역시 오전 11시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무너진 농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청각장애학생의 교육현장은 농인의 고유성과 교육의 방향성을 잃은 채 위기에 처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무너진 한국 농교육과 농학생의 교육권을 바로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농아인협회에 따르면 통합교육 정책에 따라 청각장애 학생의 80.3%는 일반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음성언어 중심의 교육환경에서 수어통역, 문자 등의 교육 편의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또래 학생과의 교류나 상호작용 할 수 있는 프로그램조차도 지원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특수학교인 청각장애학교의 환경도 마찬가지다. 전국 14개 국·공·사립학교는 수도권에 절반인 7개교가 집중되어 있다. 문제는 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학생들이 있음에도 이들 학교에서조차 제대로 된 수어를 사용하는 교사들이 드물다는 지적이다. 이들 교사 대부분은 구화 중심 교육과 수어로 볼 수 없는 수지한국어를 사용하는 탓에 결국 한국수어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일부 학생들은 인공와우와 보청기 등 청력보조장치를 사용하지만, 음성언어 구사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고, 한국어를 제2언어로 읽고 쓰는 능력을 키우는 이중언어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청각장애인교육 붕괴의 원인에는 교사의 전문성 부족도 큰 몫을 한다는 의견다. 현재 특수교사 양성체계는 2001년 개편되어 장애영역별 교사 자격제도가 아닌 특수교육의 보편성에 기반한 교사 양성체계다. 그 결과 수어 등 청각장애와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교사도 청각장애학교에 배치가 가능해진 것. 농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는 시급히 현 교사 양성체계와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자 농아인협회는 “그동안 정부에서 발표한 특수교육 정책은 발달장애 정책이라 할 정도로 청각장애 등 소수 유형의 특수교육 대상자는 소외되어 왔다”며 “청각장애학생들이 또래와 동등하게 교육받고 학교생활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현 교육현장의 위기를 시급히 바로잡아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통령실에 전달한 요구안을 보면 ▲농학교와 일반학교(통합교육)의 농(청각장애)교육 실태조사 ▲수어중심의 농교육 환경 조성 ▲특수교사 양성체계를 개편하여 전문성 갖춘 교사 배출 ▲청각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등 기존 주장 등을 재차 강조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 관련 기사

“농교육 붕괴는 교육부 안일한 행정”… 농아인협회, 작심 비판!

thevom@naver.com'
더인디고는 80대 20이 서로 포용하며 보듬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인터넷 저널입니다. 20%의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쪽빛 바닷속 살피듯 들여다보며 80%의 다수가 편견과 차별 없이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할 수  있게 편견의 잣대를 줄여나가겠습니다.
승인
알림
662dd3d2c8d5d@example.com'

1 Comment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shinroy@naver.com'
shin
6 months ago

농교육 정상화!! 농인에게 모국어로 교육을~ 한국수어학교 설립 시작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