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형 선거공보 면수제한 합헌’…장애계, “헌재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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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를 손으로 읽고 있다.
ⓒPixabay
  • 한시련, “해당 조항은 후보자 등에 대한 정치 정보취득 기회 박탈”
  • “점자형 선거공보 비용 국가부담이므로 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 제한한다 볼 수 없어”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결정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는 헌재의 결정은 시각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8일 성명을 냈다.

앞서 헌재는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를 제한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시각장애인이 낸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에 따르면 판결에서 ▲해당 조항이 개정되면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점자형 선거공보에 핵심적인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시각장애인이 선거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존재하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본지 9월 4일 기사 ‘헌재, 시·청각장애인의 공직선거법 헌법소원 기각(https://theindigo.co.kr/archives/9031)’ 참조

한시련은 “점자형 선거공보는 다른 선거홍보물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선거인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유일한 매체이자 핵심적 수단이다.”면서 “그럼에도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은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로 한정하여 그 내용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없게 한다. 점자는 일반 활자와 동일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약 2.5배 내지 3배 정도의 면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시각장애선거인의 후보자 등에 대한 정치적 정보취득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게 제한했다. 또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시각장애 선거인에게 불리한 결과, 즉 실질적인 불평등을 초래하여 선거권 행사 영역에서 차별이다.”고 성토했다.

한시련은 헌재가 청구 기각 사유로 국가의 과도한 비용 부담을 든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이 국가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므로,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로 제한할 필요가 없어 해당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 또한 국가가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을 전액부담하므로, 선거공보 면수의 상한을 늘리는 것일 뿐 더 많은 양을 제작하라는 것이 아니고,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해당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점자출판 시설 및 점역 교정사의 부족으로 현실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국가가 과도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시련은 “시각장애인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보호해야 할 헌재가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운 현실을 우려한다.”면서 “입법자의 선거제도 형성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시각장애인의 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결정은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고 규탄했다.

관련하여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 위헌확인’의 헌법소원을 기각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보장하는 시각장애인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시각장애로 인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이고도 가시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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