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탈시설지원법] 법 발의, 의의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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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탈시설위원회 간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탈시설위원회 김지윤 간사

[김지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탈시설위원회 간사]

장애인 인권침해와 탈시설 운동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장애인 역시 인권의 향유 주체로서 어떠한 형태로든 차별받지 않고 자유를 실현해야 하지만, 24시간을 시설에서 거주하는 중증장애인의 권리 침해는 생활 전반에 걸쳐 만연하다. 1987년 부산 헝제복지원, 1996년 평택 에바다복지회, 2003년 양평 성실정신요양원, 영화 도가니의 실제 사례였던 2005년 광주 인화학교, 2008년 김포 석암재단, 2012년 원주 귀래 사랑의 집, 2017년 대구 희망원, 2020년 현재 진행형인 무주 하은의 집까지 지역사회로부터 고립되고 국가의 규제가 부실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비리와 인권침해는 다양하고 충격적인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는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할 의무를 짐에도, 장애인 생활 지원에 대한 책임은 가족 혹은 시설의 민간 영역에 전가되어 왔다. 막대한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의 경우, 그에 대한 정부 지원과 규제 기준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수많은 장애인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요구하는 장애인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빗발쳐 왔다.

탈시설의 법적 근거 미비

탈시설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에도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결정적 이유는 국가적 차원의 대응, 즉 전국적으로 탈시설을 견인하고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서울, 대구, 전주 등 몇몇 지방자체단체의 경우 비리법인을 처분하고 시설 거주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며 탈시설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이를 시행할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장애인 인권침해를 방기하거나 체계적인 탈시설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는 탈시설을 추동해야 할 중앙정부가 오히려 예산 증대, 규제 완화 등 시설보호정책으로 일관해 온 결과물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국정과제 42번으로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조성’을 실천과제로 채택하였고,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에 탈시설 정책을 포함,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추진계획(2019~2022)’에 ‘장애인 자립생활 및 지역정착 지원모델’ 개발을 포함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내년도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예산은 2% 증액되는 데 비해 장애인거주시설 운영 예산은 올해보다 10.1%나 증액된, 5804억 3600만 원에 이른다. 탈시설과 관련된 직접적인 예산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역사회전환지원센터(탈시설지원센터)’ 1개소 설립의 책정이 유일하다.

탈시설지원법의 의의와 내용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등 68인의 국회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이는 오랜 기간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해 힘써온 장애계와 시민사회의 성과로써, 15년간 탈시설 운동을 이끌어 온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장애인 단체들은 같은 날 국회 앞에서 본법의 발의를 환영하고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탈시설지원법은 모든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탈시설 하여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이 거주하는 시설의 인권침해 실태를 적극적으로 조사하여 인권침해가 발생한 시설과 그 운영법인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향후 10년 내에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을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탈시설지원법은 그간 그 개념의 해석에 있어 논란이 되었던 ‘탈시설’의 정의를 법적으로 명확히 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즉, 본 법 제2조 제5항에서 “탈시설이란 … 장애인이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본 법에서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생활시설은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신건강증진시설을 포함한다.

전체 4장 총 54개 조항으로 구성된 탈시설지원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장 총칙은 장애인의 권리(제4조), 자기결정권의 보장(제5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제6조), 탈시설기본계획수립(제8조), 국무총리 소속 탈시설지원위원회(제9조) 등 탈시설 지원 과정에서 보장되어야 할 장애인의 권리와 국가의 책무를 밝히고 있다.

탈시설지원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제2장 장애인 탈시설 지원과 제3장 인권침해시설에 대한 조치 등, 그리고 제4장의 벌칙으로 구성된다. 탈시설 지원과 관련하여 이를 수행할 조직으로서 중앙 및 지역 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제13조-14조), 탈시설의 절차(제15-24조), 탈시설 이후 정착 지원책으로서 장애인주치의(제25조 제3항), 공공임대주택의 우선제공 및 주거유지지원서비스(제26조), 탈시설 지원 전문인력 양성(제28조), 그리고 장애인 거주시설의 단계적 축소 및 폐쇄(제32조)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인권침해와 관련해서는 인권침해 생활시설의 조사 주체와 방법(제33-40조), 인권침해 생활시설에 대한 조치로서 시설폐쇄 명령(제41조), 설립허가 취소(제42조), 보조금지급중단(제43조), 남은 재산의 처리(제47조), 그리고 인권침해시설 거주 장애인의 보호(제49-50조) 등이 규정되었다.

탈시설지원법의 전망

탈시설지원법은 장애인 생활지원 서비스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의 「장애인복지법」 및 「사회복지사업법」과 비교하여,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을 강조하고 장애의 정도나 유형이 아닌 개인의 욕구와 필요에 따른 개인별지원서비스를 제공하며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 지원체계를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법안이다. 올해 4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장애계의 다양한 입법 촉구 운동이 계획되고 있지만, 탈시설지원법의 제정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탈시설을 빙자한 시설 소규모화와 지역사회 내 장애인에 대한 배제와 혐오의 시선이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대규모 집단 수용 ‘시설’이 갖는 구조적 특징들은 장애인 개개인의 개성과 고유한 특성에 맞춘 지원 서비스 제공을 불가하게 한다. 이미 탈시설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제19조에서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을 규정하였고,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효과적인 탈시설 전략 개발을 대한민국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스웨덴, 뉴질랜드 등은 이미 시설폐쇄법을 제정하고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와 경험의 총합으로써 탄생한 본 법안이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 서비스 구축의 근간이 될 수 있도록 탈시설지원법의 성안 및 제정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지윤 간사는 법학과 장애학을 공부했습니다. 상호의존(interdependence)에 입각한 장애인 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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