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장애인 국정과제는 아직도 “검토 중”… 전장연, 지하철 시위 “재개”

0
279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새 정부의 장애인 정책과제 등을 발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새 정부의 장애인 정책과제 등을 발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 인수위, 4대 분야 10여 개 정책과제 발표
  • “충분한 검토도 없이 장애인의 날 생색내기” 지적
  • 전장연 “21일 오전 7시, 2·3·5호선 지하철 출근”

[더인디고 조성민]

윤석열 정부 출범 20일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장애와 비장애와의 경계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장애인 정책’을 발표했다.

안상훈 사회문화분과 인수위원은 19일 오후 브리핑에서 “인수위는 어제(18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 등 3개 단체와의 간담회, 앞서 지난 3월 29일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현장에서 만났다”고 운을 뗀 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기반으로 국정과제를 구체화하고 이를 달성할 세부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현장의 수많은 장애인과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정과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인수위의 발표는 오늘(20일)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생색내기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새 정부 출범 20일 앞두고 중점과제 약속도 없고 체감도도 떨어져” vs 세부사업과 예산 추계 과정이라 검토 중은 불가피할 수도

대체로 윤 당선자의 8대 공약 22개 과제를 재설명한 것에 그친 데다 찬반 논란을 떠나 후보 시절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마저 “검토 중”이라고 하는 등 알맹이 없는 브리핑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됐던 이동권 관련해서는 ‘2023년까지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의무 교체’하고, ‘지하철 역사당 1개 이상에 엘리베이터 설치’ 등 몇 가지를 내세웠지만, 작년 12월 ‘교통약자법’ 개정으로 의무화됐거나 서울시 약속 등에도 담겨 있어서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특히,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19일부터 1박 2일간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삭발식과 단식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브리핑룸에 있던 한 기자가 이에 대해 질문하자 안상훈 인수위원은 “한 번에 달성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착실하게 주간·방과 후 서비스 확대부터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설명이 부족해 보이자 배석한 보건복지 전문위원이 나서면서 “광주시를 중심으로 2024년까지 24시간 시범사업이 예정된 만큼 이후 평가를 통해 2025년에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예산제 도입을 위해선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와 충분한 예산 마련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또 다른 기자의 질문에는 “장애유형이 다양하고 여러 입장이 갈리는 만큼 이를 논의할 기구는 필요할 수 있겠으나 TF 형태로 할지, 아니면 상설화할지 ‘검토’ 해보겠다”고 말했다.

전장연의 요구사항 중 탈시설 예산이 빠진 것에 대해선 “여러 차례 장애인과 현장 관계자들과 간담회 결과 다양한 시각과 장애유형별 상황도 다르고, 또 부가적 문제도 있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등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18일 인수위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수위가 다양한 장애인과 단체들의 의견을 검토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어떠한 소통 과정이 있었는지 의아하다”며, “갑작스러운 일정 제시로 단 한 차례 만난 데다 장애계가 대선 과정에서 요구했던 다양한 공약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도 없이, 기존 공약 중심의 ‘마이웨이’ 식 발표 아니냐?”고 꼬집었다.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현재 국정 전반에 대한 ‘대과제’와 이를 이행할 세부 과제 및 사업별, 연도별 예산을 추계하는 과정 아니겠냐”며 “이 과정에서 주무 부처 및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치는 만큼 확실하게 답변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장애인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새 정부의 중점과제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최소한 시범사업을 도입하겠다는 식의 약속은 할 수 있었음에도 두리뭉실한 발표에 그쳐 아쉽다”고 말했다.

전장연 추상적 검토 등 무책임한 브리핑”… 21일 지하철 시위 재개

한편 전장연도 20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인수위 브리핑은 21년째 외치고 있는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시민권을 보장하기에 너무나 동떨어지고, 추상적인 검토에 불과하고, 내년에 반영돼야 할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21일 오전 7시부터 경복궁역(3호선), 시청역(2호선), 광화문역(5호선) 세 곳에서 동시에 ‘제27차 출근길 지하철을 탑니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8일 오전 8시, 전장연의 장애인 지하철 시위 현장인 경복궁역을 찾아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무릎을 꿇었다. ©더인디고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8일 오전 8시, 전장연의 장애인 지하철 시위 현장인 경복궁역을 찾아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무릎을 꿇었다. ©더인디고

전장연은 특히 “개인예산제보다는 권리예산이 먼저”라며 “장애인 일자리, 발달장애인 주간 및 방과 후 서비스 확대 등은 21년 동안 양당이 번갈아 집권하며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탈시설 예산과 이동권에 있어서 마을버스와 시외저상버스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점, 지역 간 이동권 차별 해소를 위한 ‘운영비 지원에 대한 국비 지원 근거 마련’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었던 점, 장애인 콜택시 법정대수 도입을 새 정부 임기 끝날 때 100% 달성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브리핑”이라고 직격했다.

전장연은 그 밖에도 “최저임금기준에 적용되지 않는 최중증 장애인과 탈시설 장애인 등을 위한 공공일자리 기준 마련이나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및 예산 지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19, 보건복지 등 4대 분야 10여개 정책과제 내세워

한편 인수위가 19일 밝힌 장애인 정책과제는 ▲보건복지(보건복지부) ▲이동권(국토교통부) ▲ 고용(고용노동부) ▲문화체육예술(문화부) 등 4대 분야 10여 개로 압축된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상훈 사회문화분과 인수위원이 장애인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상훈 사회문화분과 인수위원이 장애인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우선 보건복지분야는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검토와 민관협의체 구성 △ 돌봄체계 강화 일환으로 ‘활동지원 서비스’, 발달장애인 주간·방과 후 서비스 확대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지정 확대,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방문재활치료 서비스 연계 및 건강보험 적용 검토 등 장애인 의료지원 확대 등을 내세웠다.

이동권 분야는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의무교체하고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 △장애인 콜택시는 2027년까지 100% 도입률 달성과 대중교통 이용 곤란 지역 중심 법정 대수 상향, 장애인 콜택시 광역이동과 24시간 운영 및 운영비 지원 검토 △지하철 역사당 1개 이상 엘리베이터 설치, 이용객이 많은 역에는 역사당 2개 동선 단계 추진 등 장애물 없는 교통환경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용 분야에서는 장애인의 유망산업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장애인에 적합한 민간, 공공부문에서 새로운 직업모델 개발 △디지털 전환시대에 필요한 디지털훈련센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체육 분야에서는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 박물관·미술관 등 편의시설 개선 △장애인 비장애인 사회통합형 체육시설 확대 △무장애 관광도시 사업 추진에 이어 장애예술인을 위해서는 △전용 공연장·전시장 조성 및 국공립 공연·전시장 대상으로 공연 및 전시 활성화, △장애예술인 작품의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__________________

[관련 기사]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aafbe54123@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