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 ‘방문진료’로 물꼬 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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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 ‘방문진료’로 물꼬 틀 수 있을까?
▲서울특별시 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센터장 이규범)이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주치의들의 현장 경험을 담은 에세이집<지역장애인과 함께 성장하는 '우리는 장애인건강주치의입니다>를 펴냈다. ⓒ 더인디고 편집
  • 지난 8월 서울시 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장애인주치의사 에세이집 발간
  • ‘방문진료’ 참여한 의사 경험 통해 지역사회 주치의제 필요성 확인
  • 탈시설 이후 장애인 당사자의 삶에서 건강 관리 중요성 짚기도
  • 의료비 지원, 돌봄 연계, 포괄수가제 도입 등 제도 개선도 언급
  • 주치의, 의료전문가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의 ‘매개자’로 역할 확장
  • 당사자들,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어야 주치의 찾을 것

[더인디고=이용석편집장]

2017년 12월 장애인건강권법 시행 이후 3년째 시범사업만 이어져 오고 있는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들의 현장 체험을 담은 에세이집 “우리는 장애인건강주치의입니다”가 지난 8월 출간되었다.

서울특별시 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센터장 이규범)에서 펴낸 이번 에세이집에는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홉 명의 의사(일반관리 6명, 주장애관리 3명)들이 현장에서 겪은 지역사회 장애인들의 건강 관리 상황과 실태를 통해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의 개선점을 짚으면서도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탈시설 장애인들 건강 관리, 지역사회 주치의들이 관심 가져야

거주시설에서 수용된 삶을 살아 지역사회로 나온 장애인들의 주치의로 활동하고 있는 주치의들은 탈시설의 중요성과 이들에 대한 촘촘한 건강관리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탈시설 이후 지원주택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주치의로 1년째 활동하고 있다는 홍종원(건강의집 의원) 주치의는 장애인들이 자기표현이 이유가 장애 때문이 아니라 사회환경적 억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지역사회에 자립하는 것은 자신의 욕구를 탐색하고 때로는 실수도 하며 다양한 생활을 경험하며 살아갈 힘을 축적하는 도전일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강옥림(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조합 살림의원) 주치의는 탈시설 이후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고령장애인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생활하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조금이라도 더 삶을 이어가는 게 좋았을까 아니면 본인만의 공간에서 자유를 누렸던 삶이 더 좋았을까 고민했지만 여전히 그 답을 찾을 수 없다”면서 탈시설 이후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삶과 지역사회에서의 쉽지 않은 건강 관리 현실에 대한 고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건강 문제는 더 많고 더 복잡하고, 특히 중증 장애인일수록 더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 이충형(서울봄연합의원) 주치의의 현실 인식으로 이어진다.

방문진료’, 의료 소외계층의 의료접근 해결책 될 수 있어

4년간 방문진료를 해왔다는 정혜진(우리동네30분의원) 주치의는 방문진료는 단순히 물리적 접근성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심리적 의료 소외계층의 의료 접근을 가능케 하지만, 지금은 의뢰자도 참여 의사도 적은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주장애관리 주치의로 활동하고 있는 손홍석(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정신의학과 주치의 또한 ‘방문’이라는 ‘환대’를 통해 사회적 위축이나 정서 및 행동상의 어려움 때문에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지적·자폐·정신장애인들의 방문진료도 제도적 정책적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장우(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주치의는 호흡장애를 겪는 와상 중증장애인들에게 주치의의 방문진료는 최후의 보루라면서 “방문진료가 제도의 전형적 모델은 아니지만 당사자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기’를 위한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에세이집 “우리는 장애인건강주치의입니다”에 참여했던 장애인건강주치의들 ⓒ “우리는 장애인건강주치의입니다” 갈무리

장애인주치의, 제도 보완이 정착화의 관건

2012년부터 지역 장애인들에 대한 방문진료를 해왔다는 추혜인(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조합 살림의원) 주치의는 장애인시설 촉탁의를 장애인건강주치의로 등록하도록 하는 것, 일반건강관리와 주장애관리 주치의들 사이의 정보 공유, 주치의 등록 주체를 개인에서 의료기관으로 확대, 장애인 복지정책 정보 제공, 포괄수가제 적용 등의 개선점을 지적했다. 민한나(서울봄연합의원) 주치의도 의료적 활동과 함께 돌봄, 자조모임 활동과 같은 지지 체계도 반드시 필요하며, 시각장애인 주치의로 활동하고 있는 김응수(중앙대학교 광명의원) 주치의는 현재의 장애인주치의제도는 전신질환에 대한 평가항목이 잘 정리해 통합적 관리를 가능하지만 비용 부담, 의사의 주치의 동록 어려움, 진료시간에 비해 낮은 수가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건강권법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관련 제도 없이 지지부진해 장애계의 비난이 거세다. 제정 당시 비장애인에 비해 조사망율이 5배에 달할 만큼 열악한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장애인의 건강 상태는 되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건강권법의 대표적인 제도라 할 수 있는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는 3년째 시범사업만 해오고 있다보니 2021년 현재 이용자 또한 대상자의 02%(2,154명), 활동주치의는 67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주치의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의 현장 체험을 담은 에세이집은 향후 주치의제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역사회에서의 주치의의 역할이 사회적 고립으로 고착화되는 장애인들의 삶에 사회적 연결고리 역할을 통해 장애인건강주치의가 단순히 건강관리 전문가 아닌 지역사회와의 상호관계를 잇는 매개자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고무적이다.

다만, 현재의 시범사업이 고령의 재가장애인 방문진료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방문진료가 제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맞춤한 수단은 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각자의 일상생활 패턴이나 건강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주치의를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가 보편적인 장애인건강관리제도로 안착하기 위한 당국·의료인·장애인 당사자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장애인주치의들의 에세이집 ‘우리는 장애인건강주치의입니다’를 펴낸 서울시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지역에는 2022년 현재 58개 병의원들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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