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CRPD 최종견해를 받아 들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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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카예사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부의장
로즈마리 카예사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 / 사진 = 더인디고

  • 장애인권리위원회, 국가심의 방식 바꿔야
김동호 정책위원장
▲김동호=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국가보고에 대한 심의는 UN 장애인권리위원회(위원회)의 모든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당사국 정부의 협약 이행상황 보고와 위원들의 질의로 진행된다. 3시간씩 두 번의 세션이 열려 총 6시간 동안 방대한 양의 장애인 정책과 제도가 토의된다.

이에 앞서 민간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보고받는 ‘비공개 브리핑(Private Briefing)’이 1시간 30분 동안 개최되어 위원들의 당사국의 정책과 민간단체의 주장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기회가 있긴 하다.
하지만 위원들이 당사국의 협약 이행 수준을 파악하고 깊이 있게 분석하여 유효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전체적으로 과정과 시간이 너무 단순하고 부족하다.

한국에 대한 심의 1차 세션(22년 8월 24일 오후)을 보며, 위원들이 한국에 대한 보고서 자료를 충분히 검토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위원들의 질문은 애매모호 하거나 포괄적 실태나 현황을 단순히 묻는 정도에 그쳤다. 정부보고서와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 민간단체 보고서에 이미 답이 있는 질문들이 많았다. 보고서에 기술된 내용에서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파고 들어가 당사국이 개선해야 할 지점을 짚어 주는 토론은 진행되지 않았다.

회의는 ‘개회/의장 인사/당사국 정부대표 인사/ → 당사국 정부의 총괄보고 → 국별 담당 위원의 기조발언 → CRPD 제1조~제10조에 대한 위원 질의 → 정부 일괄 답변 → 제11조~제20조에 대한 위원 질의 → 정부 일괄 답변 → 제20조~제33조에 대한 위원 질의 → 정부 일괄 답변 → 국별 담당 위원의 최종 발언’이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른 나라도 같은 방식이다. 위원별로 3분이라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활발한 토의는 원천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심의가 ‘심도 있게 토의가 되는 회의’가 아닌 형식적인 회의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UN의 입장과 사정이 있을 것이다. 협약 당사국이 177개국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 국가들의 심의를 모두 처리하려면 우선 시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CRPD 심의 회의도 일반적인 국제회의 처럼 일괄 발언과 답변의 단순한 방식으로 철저히 시간 관리 되며 진행되게 한다.

위원들은 상임이 아닌 데다 일 년에 두 번 약 20개국을 심의한다. 심의가 임박해 제출되는 정부, 국가위원회, 민간단체 등 이해 관계자들의 막대한 양의 보고서를 모두 읽고 분석해야 한다. 대상 국가 정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는 애당초 어렵다. 나라별 담당 위원이 2명씩 있어 다른 위원들의 부담을 덜어 주긴 한다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위원들이 각국의 보고를 소화하기에는 버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회의 기간에는 민간단체들이 위원의 질문과 정부의 답변에 대응하는 소위 ‘로비문서’를 직접 또는 이메일을 통해 다연발로 발송하니, 문서와 자료가 쏟아지는 상황이 가히 공포스러울 것이다. 위원들이 느낄 중압감이 짐작된다.

장애인권리위원회 사무국이 지원 역할을 한다지만, 역시 제한된 인원으로 한계가 있다.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니 2년 또는 3년에 한 번씩 하게 되어 있는 심의가 통째로 묶여 진행된다. 한국의 다음 심의는 4차, 5차, 6차가 합쳐 진행될 예정이다. 협약에 명시되어 있는 심의 주기가 이렇게 지켜지지 않으면 위원회의 상시적인 모니터링 기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없다.

위원회의 모니터링이 정상화되고 효과적으로 진행되려면, 위원회가 상시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나라별 담당 위원이 상시 담당 당사국을 모니터링하여 위원회에 보고하는 방식을 기본 틀로 하고, 여기에 이슈별 담당 위원을 두어 그 이슈에 대해서는 각국 담당위원들과 협의하는 교차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가령 성년후견제, 특수교육, 장애인고용정책, 접근성, 사법접근성, 장애인시설수용 등 이슈별로 담당 위원이 정해지고 이 위원들은 당사국의 공통된 문제와 차별적 상황을 고려하여 나라별 담당 위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국가별 모니터링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운영방식이 가능하게 하려면, 인력이 충원되어야 한다. 위원의 숫자도 늘리고, 무엇보다도 위원을 지원하는 보좌 인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위원들을 상임화 하고, 보좌 인력을 충원하면 상시적인 위원회 가동이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재원인데, 예산을 감축해 가는 UN이 혀를 내두를 것이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UN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오히려 새롭게 재원이 투입되어야 할 이유를 내밀면 개편이 탄력을 받게 되지 않을까. 위원회 국가심의 기능의 한계를 목도하며, 장애인의 목소리가 커지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생각해 봤다. UN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어쨌든 과중한 자료와 정보에 휩싸여 있는 위원들에게는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해 로비하여야 한다. 위원회 기능의 한계를 얘기하는 것은 민간단체의 분발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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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주류화정책포럼대표. 장애현장과 중앙부처(보건복지부), 국제기구(UNESCAP) 등을 두루 거친 정책 전문가이다. 현재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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