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장애인 부산대회’ 첫발 뗐지만… 장애계 협력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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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1. 아태장애인 10년과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사진 왼쪽부터 조성민 대표(더인디고), 장향숙 대표(부산장애인여성연대), 김동호 정책위원장(한국장총), 김미연 부위원장(UN장애인권리위원회), 이혜경 정책연구부장(한국장애인개발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부산시 관계자
▲세션1. 아태장애인 10년과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사진 왼쪽부터 조성민 대표(더인디고), 장향숙 대표(부산장애인여성연대), 김동호 정책위원장(한국장총), 김미연 부위원장(UN장애인권리위원회), 이혜경 정책연구부장(한국장애인개발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부산시 관계자
  • 부산시, 29부산장애포럼통해 추진과제 검토
  • CRPD와 자카르타 선언에 따른 한국·지자체 과제 논의
  • 디지털 혁명과 장애도 부산대회 주요 의제될 듯
  • MOU 체결한 DPI와의 협력 관건

[더인디고 조성민]

내년 8월에 열릴 ‘2023 세계장애인 부산대회’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부산시는 부산장애인총연합회와 29일 오후 벡스코에서 ‘세계장애인 부산대회(2023. 8. 7~11, 부산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사전 준비 차원의 부산장애포럼을 개최했다.

‘국제 환경의 변화와 장애인 인권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주제로 ‘아태장애인 10년과 한국의 과제’, ‘디지털 혁명과 장애’라는 세션을 마련함으로써, 향후 부산대회에서의 논의 주제와 방향 등을 가늠케 했다.

부산 장애인단체 관계자와 당사자 100여 명이 참석해, 대회 준비과정뿐 아니라 이후 지역사회 풀뿌리 조직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앞서 시는 지난해 6월 3일 한국장애인연맹(DPI)과 대회 개최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날 DPI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회를 불과 8개월 앞둔 상황에서 시와 DPI 간 대회 주관이나 방식 등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대회 준비과정부터 참여한 관계자들마다 의견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부산지역을 포함한 전 장애계가 함께 참여하는 대회여야 한다”는 주장과 “DPI 주도의 주관행사여야 함에도 시와 지역단체가 개입하면서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 부산대회 계기로 CRPD와 아태10년(23~’32) 이행 전략 모색

어쨌든 시가 부산포럼과 내년 부산대회를 통해 장애인 인권을 추구하는 국제도시로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도다.

기조강연을 맡은 김미연 UN장애인권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예상치 않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전쟁 등 글로벌 위기 속에서 전 세계 장애인은 무방비였고, 결국 인권의 위기를 맞이했다”며,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시대에 따라 새로운 기술의 도전 역시, 장애인 편에 서야 함에도 과연 어떻게 변화할지 잘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장애 개념의 대전환이 이루어지는 국제사회 흐름 속에서도 이 같은 새로운 위기와 함께 복합적이고 교착적인 차별은 여전하다”고 전제한 뒤, “장애인 인권과 권리실현을 위해서는 국제사회 협력뿐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된다”며, “특히, 협약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 권리(제19조)로 요약된다. 그런 만큼 탈시설에 정책 수립과 이행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지난 10월 19일부터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유엔에스캅(UNESCAP) 제3차 아태장애인10년(’13~’22) 최종평가회의에서는 ‘자카르타 선언’이 채택됐다. 앞으로 10년(’23~’32) 동안 인천전략 등을 지속해서 이행하겠다는 내용이다. 동시에 지역 장애계 역시 지난 10년의 성과를 평가하며, ‘CSO 선언’을 발표했다.

앞서 에스캅 회원국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012년 인천 송도에서 지역내 장애인 약 7억 명의 현안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3차 10년’의 행동계획인 ‘인천전략’을 채택한 바 있다.

관련해 더인디고 조성민 대표는 “두 선언의 공통점은 인천전략의 지속적인 계승과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장애인 당사자, 특히 성소수자, 중복, 시청각장애인 등 소외된 장애인과 조직들의 ‘의미 있는 참여’를 중점 과제로 설정했다”면서도, “자카르타 선언은 포괄적 접근성 정책과 민간기업 등의 참여와 주류와 조치를 강조한 반면, 장애계는 탈시설 자립생활과 에스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이행기제 활성화 필요성 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이어 “빠른 시일 내 인천전략을 주도한 한국 정부와 민간차원의 지난 10년의 평가를 기반으로 향후 10년의 이행 로드맵을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내년 부산대회가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두 선언에서도 강조하듯, 풀뿌리 조직과 더 소외된 당사자들의 참여가 배제된다면, ‘인천전략’처럼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좌장을 맡은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도 “이번 부산장애포럼은 국제도시로서 부산시가 장애분야 국제개발협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내년 부산대회가 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국내적으로는 인천전략과 자카르타 선언, CRPD, 지속개발목표(SDGs) 등의 의제가 남의 나라 얘기처럼 여겨져 왔다. 이번 부산장애포럼과 내년 부산대회를 통해 그 전략적 의미를 다시금 새기고 체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션2. 디지털혁명과 장애를 주제로 사진 왼쪽부터 홍경순 수석연구원(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손학 대표(SCE Korea), 오준 2023 세계장애인부산대회 조직위원장(세션2 좌장), 김정호 이사(엑스비전테크놀로지), 김혜일 이사(카카오 디지털접근성파트)가 패널로 참여했다. ©더인디고
▲세션2. 디지털혁명과 장애를 주제로 사진 왼쪽부터 홍경순 수석연구원(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손학 대표(SCE Korea), 오준 2023 세계장애인부산대회 조직위원장(세션2 좌장), 김정호 이사(엑스비전테크놀로지), 김혜일 이사(카카오 디지털접근성파트)가 패널로 참여했다. ©더인디고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혁명과 포괄적 접근성 이슈도 부각

한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홍경순 수석연구원의 주제발표로 시작된 ‘디지털 혁명과 장애’ 세션에서는 패널들 모두 기술의 발전이 장애인의 삶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서도, “‘접근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소외와 격차는 더 깊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특히, 기술혁신을 추구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경쟁 시장경제’에서 모든 장애인을 고려한 개발은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며,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더불어 새로운 기기에 적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김정호 엑스비전테크롤로지 이사는 “최근 5년간 시각, 청각장애인 의사소통 지원 등 보조공학 업체들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못한 채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면서, “이는 휴대폰 등 IT기기 제조사 역시 기본적인 접근성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기본적인 사용은 가능하게 개발하지만 모든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충실히 제공하지는 않는다. 설사 제공하더라도 시장의 반응에 따라 제품 자체가 없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는 제조사에 의견이 전달될 수 있는 ‘참여’의 중요성과 동시에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유리처럼 반질반질한 최신 스마트폰에 ‘적응’하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준비에 고작 반년내용 논의 앞서 DPI와의 협력이 성공 관건

문제는 디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회 성과와 이후 추진 전략을 무엇으로 할지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5일간 약 80여 개국이 참여하는 실질적 세부 프로그램 설계는 더 시급한 과제다. 보건복지부와 부산시 매칭으로 분담하기로 한 예산 약 18억 원도 미확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개최인데도 부산지역 장애계에서는 이번 대회의 성과와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회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국장애인연맹이 구축 중인 ‘세계장애인대회부산2023’ 홈페이지 메인화면(11.30일자 기준)
▲한국장애인연맹이 구축 중인 ‘세계장애인대회부산2023’ 홈페이지 메인화면(11.30일자 기준)

게다가 DPI는 ‘대전환의 시대, 4차 산업혁명과 장애인’이라는 주제로 내년 3월에 대회를 개최하겠다며 홈페이지까지 구축했다. 대회 명칭도 MOU와 다른 ‘세계장애대회부산2023’으로 표기했다.

반면 부산시는 내년 8월 DPI 총회와 다양한 국내외 단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하나로 묶어 ‘세계장애인 부산대회’로 개최하겠다는 의도다. 성공적 대회 개최를 위한 첫걸음부터 갈등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DPI는 내년 세계장애인대회 개최를 앞두고 지난 11월 6일부터 11일까지 ‘질병과 전쟁 등 재난 관련 국제컨퍼런스’와 ‘아태발달장애인 미술 공모전 개막식’ 등 사전행사를 진행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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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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