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출근길, 전장연 ‘시민권 열차’ 탑승 요구 vs 오세훈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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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 첫 출근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전 8시부터 지하철 선전전을 재개하며 5분 내 열차 탑승을 시도했지만, 서울교통공사와 경찰 측의 저지에 막혀 장시간 대치를 이어갔다. ©전장연
▲2023년 새해 첫 출근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전 8시부터 지하철 선전전을 재개하며 5분 내 열차 탑승을 시도했지만, 서울교통공사와 경찰 측의 저지에 막혀 장시간 대치를 이어갔다. ©전장연

  • 전장연 법원, 5분 내 지하철 탑승수용
  • 시장 조정안 거부. 1분 지연도 무관용
  • 삼각지역서 막힌 장애인권리출구조차 없어!

[더인디고 조성민]

2023년 새해 첫 출근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하철 선전전을 이어갔지만, 서울교통공사 측의 완강한 저지로 탑승조차 거부됐다.

먼저 휴전을 제안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일 ‘단 1분만 늦어도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직후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20일 오 시장의 휴전 제안을 받아들여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2월 24일 전장연이 요구한 올해 장애인권리예산 1조 3044억원 중 0.8%인 106억만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1박 2일간의 지하철 행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에 전장연은 2일 오전 8시,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서울역 방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3년에도 ‘지하철 선전전’은 매일(주말, 공휴일 제외) 오전 8시 지하철 승강장에 시민들과 만나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열차 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킬 경우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뒤 “1시간 이상 지하철 시위를 진행하던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대신 5분 내 탑승하는 ‘선전전’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유감스럽지만, 5분 이내로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권리예산’이 반영된다면, 무엇인들 수용하지 못하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전장연 회원들은 새해 세배와 함께 시민을 향해 “‘지하철 행동’은 장애인권리예산과 입법을 향한 ‘권리투쟁’”이라고 전제한 뒤, “비장애인만 타는 ‘시민권 열차’에 ‘탑승’시켜달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브레이크 없는 ‘무정차’ 폭력을 시민의 힘으로 막아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전장연 2일 오전 8시 ‘2023년에는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함께 나누어 달라’는 피켓을 들고 시민을 향해 호소하며, 세배하고 있다. ©전장연
▲전장연 2일 오전 8시 ‘2023년에는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함께 나누어 달라’는 피켓을 들고 시민을 향해 호소하며, 세배하고 있다. ©전장연

하지만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전 입장을 밝히는 동안, 교통공사 측은 시위 중단과 퇴거 방송을 1분 간격으로 반복했다. 삼각지역장은 전장연 회원들을 향해 “역 시설 등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 광고물 배포. 연설행위, 철도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철도안전법에 금지하고 있다”며 “퇴거 불응 시에는 부득이 역사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방송했다.

전장연은 “오세훈 시장은 법원 조정안을 수용하라”며 맞섰지만, 교통공사와 경찰 측의 저지로 단 1명도 지하철에 탑승하지 못한 채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대치를 이어갔다.

한편 법원은 지난해 12월 19일 교통공사가 전장연과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해, 전장연은 시위를 중단하고, 5분 넘게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킬 경우 회당 500만 원을 공사에 지급하는 조건을 달았다. 반면 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조정한 바 있다. 법원의 강제 조정은 한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할 경우 정식 재판이 진행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5일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 재개를 선언하자, 26일 자신의 SNS에 무관용 원칙을 밝혔다. /사진=오세훈 시장 페이스북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5일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 재개를 선언하자, 26일 자신의 SNS에 무관용 원칙을 밝혔다. /사진=오세훈 시장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휴전을 제안했던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26일 “시위현장에서의 단호한 대처 외에도 민·형사상 대응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법적인 조치를 다 하겠다”며 자신의 SNS에 ‘무관용 원칙’을 밝혔다.

어제(1일)는 한 방송사에 나와서 법원의 조정안에 대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5분까지의 지하철 지연 시위를 허용하는 결과가 된다.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2일)부터 지하철을 연착시키게 되면 저희는 지난 1년 동안 손해 본 것이 한 6억원 정도다. 민사소송에 이어 서울경찰청과도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며 “무관용”을 거듭 강조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엄포와 실제 지하철 탑승 거부 조치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화물연대 파업을 ‘북핵 위협’에 빗댄 강경 대응 주문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또한 ‘불법시위’를 때릴 경우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을 반영한 것 때문인지,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누가 기득권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이 “기득권과의 타협을 통해 쉬운 길은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연일 “지구 끝까지” “무관용” “비타협” 등의 주문이 쏟아지면서, 전장연이 1년 넘게 지하철 투쟁을 전개하며 촉구하는 ‘장애인권리예산’, ‘장애인권리입법’ 역시 출구조차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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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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