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편인가?”… 장애인 ‘국선변호’ 사각지대, 개선 논의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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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대한변호사협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박주민·권인숙 등과 함께 27일 국회 도서관에서 ‘실효성 있는 장애인 국선변호 법률지원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대한변호사협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박주민·권인숙 등과 함께 27일 국회 도서관에서 ‘실효성 있는 장애인 국선변호 법률지원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 국선변호인, 장애이해와 소통 한계… 인권교육 제기
  • 피해자 국선변호사 역시 맥락보단 장애정도초점
  • 장애인복지법 국선변호 임의조항개정 시급
  • 수사단계인 피의자 진술조력·형사공공변호 도입도 쟁점

[더인디고 조성민]

형사사건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된 장애인 당사자가 자기 변론이 어려우면 국선변호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지만, 형식에 그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선변호제도’는 지난 2006년 3월 도입됐다. 장애인이 피의자든 혹은 피해자가 됐든 변호인 조력을 받게 되면서 “내 편이 있다”는 안심도 생기지만, 진행 과정에서 신뢰가 상실되기도 한다. 수사 초기 단계가 재판 시점에서야 ‘늦은 조력’으로 인해 사건 초기부터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도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그 유형과 특성에 따른 맞춤 조력을 받지 못하다 보니 일부 법원이 선정한 ‘국선변호인’이나 검사가 선정한 ‘국선변호사’는 “내 편인가?”라는 의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제33조)’에 따르면 피고인이 청각 및 언어에 장애가 있거나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성폭력·아동·장애인 학대범죄 피해자나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을 위해서는 ‘검사의 국선변호사 선정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해 국선변호사를 선정하도록 돼 있다. 특히, 장애인학대사건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피해장애인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규정이 신설되면서 지난 2021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박주민·권인숙 등과 함께 27일 국회 도서관에서 ‘실효성 있는 장애인 국선변호 법률지원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은 ▲헌법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제12조)’ ▲UN 장애인권리협약의 ‘법 앞의 평등(제12조)’와 ‘사법에 대한 접근(제13조)’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에서의 차별금지(제26조)’ 등에서 보장하는 장애인의 평등권과 방어권 등을 국선변호 지원을 통해 어떻게 확보할지를 처음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피고인 지원 국선변호인의 개인 문제보다 제도·정책적 개선 중요

발제를 맡은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최근 20대 발달장애인들의 보이스피싱 수거책 연루사건 등을 접하며 경험한 국선변호제도의 한계와 개선책 등을 제시했다.

▲김성연 사무국장 ⓒ더인디고
▲김성연 사무국장 ⓒ더인디고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수사단계부터 당사자와 가족이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을 몰라 상담소나 국선변호제도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연계되더라도 진행 상황을 잘 공유하지 않거나 아예 단절하는 변호인도 있고, 경찰 조사 후 검찰 송치까지 이르면 원점으로 돌리기엔 이미 시기가 늦는다. 특히, 접근 시점을 떠나 장애인 당사자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소통도 없이 “공소사실 인정 여부”만 확인한 후,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으로 인한 선처” 정도만 호소하는 형식적 절차지원으로 끝나기도 한다.

김 사무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사법행정절차 등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은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가 고려되지는 않아 법 앞에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차별’”이라고 전제한 뒤, “이 과정에서 ‘국선변호제도’ 역시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이를 국선변호를 맡는 변호사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제도나 정책의 개선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해결책으로 ▲국선변호인(사)에 대한 장애인권교육 ▲장애 전담(문) 변호사 지정 ▲장애인 국선변호 가이드라인 제작·배포 ▲장애지원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국선변호 활용 ▲국선전담변호사 확대 및 보수 현실화 등 5가지를 제시했다.

피해자 지원 국선변호사’… ‘연대의 파트너십장애인복지법 개정

장애여성 성폭력 피해자 측면에서의 국선변호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장애여성공감 변은희 성폭력상담소장 역시 “피해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해 사실과 △장애 정도가 심해 ‘항거불능 상태’라는 2가지를 동시에 입증해야 한다”며, “즉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역시 ‘장애정도’ 혹은 ‘취약성’으로 해석하다 보니 성폭력 사건의 본질인 불평등한 사회적 위치나 권력관계 등 복합적인 문제는 수사단계부터 쟁점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선변호사는 ‘장애여성과 소통하기 어렵다’는 책임 전가 대신 ▲피해자 주체성 중심의 접근과 ▲피해자-상담소-변호사 간 공동연대, ▲이 같은 인식과 현장상황 등을 감안한 국가책임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애인복지법 시행(2021년 6월) 이후 장애인학대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 비율은 전체 사건의 0.3%, 2022년은 0.5%에 불과했다. 국선변호사를 의무화하는 아동범죄 사건과 대조적이다. ⓒ자료집 캡처
▲장애인복지법 시행(2021년 6월) 이후 장애인학대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 비율은 전체 사건의 0.3%, 2022년은 0.5%에 불과했다. 국선변호사를 의무화하는 아동범죄 사건과 대조적이다. ⓒ자료집 캡처

변협 장애인권소위원회 나동환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상 학대범죄 피해자의국선변호사 선정은 아동범죄 피해자와 달리 의무가 아닌 임의 사항”이라고 전제한 뒤, “수사기관에선 경찰 조사에 동석하는 ‘진술조력인’ 또는 신뢰관계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 국선변호사 선정 고지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선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이어 ▲법률구조공단 주관 ‘피해자 국선변호사 전문화교육’시 내실 있는 장애이해 교육, ▲법원에서 국선변호사(인) 모집 시 장애인 사건 희망을 체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피해자만이 아닌 피의자 조력인제도또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도입 검토

인천지방법원 권형관 판사는 “장애인복지법 개정 이외 장애인 피해자 진술조력뿐 아니라 피의자와 피고인에도 진술조력인 제도를 도입해 수사에서 변호인 상담, 재판종결 단계까지 일관된 조력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도개선 방안을 추가했다.

또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대근 법무정책연구실장 역시 제안 내용 등에 공감하면서도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를 위한 국선변호, 즉 형사공공변호제도를 통해 장애인 법률구조를 실질화할 필요가 있다”며 “2018년 기준 OECD 35개국 중 한국을 제외한 34개국 중 29개국(85.3%)이 이미 피의자에 대해서도 형사공공변호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형사공공변호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의 하나로 2021년 7월 법무부가 입법예고를 했지만, 여러 쟁점으로 여전히 논의 중에 있다.

서혜선 법무부 인권국 여성아동인권과 검사는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는 35명, 비전담은 약 600명이 활동 중”이라며 “토론 내용을 포함해 국선변호사 측도 요구 사안이 있는 만큼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장애인 국선변호의 실효성을 위한 첫 토론회인 데다, 정부나 법조계 관계자 역시 현장의 목소리에 공감한 것에 의미가 있어 보인다. 동시에 이날 토론회에선 제도개선부터 실무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국선변호는 장애인의 평등권 보장 방안 중 하나에 불과해, 지속적인 논의와 합의를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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