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의 자충수… ‘정당한 편의제공’ 소극적 해석에 행심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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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코리아를 상대로 차별진정한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기각결정을 하자, 인권위심판위원회는 인권위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재결했다. ⓒ더인디고 편집
▲스타벅스 코리아를 상대로 차별진정한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기각결정을 하자, 지난 2022년 12월, 인권위심판위원회는 인권위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재결했다. ⓒ더인디고 편집

  • 스타벅스 DT 차별진정 기각 신중했어야
  • 부기보드? 효과 큰 대체 수단이 편의제공!
  • 인권위 행정심판위, 기각결정 취소결정
  • 장애계 “인권위 신뢰 회복하라” 뼈아픈 일침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제공’을 협소하게 해석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에 제동을 건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20일 ‘인권위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드라이브스루(DT) 이용 과정에서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를 이유로 차별진정한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의 기각 결정은 잘못이라고 재결(裁決)했다.

행심위는 인권위가 기각 결정할 때는 현실적인 대체 수단의 존재 여부와 효과, 정당한 편의제공의 목적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향후 관련 업계 서비스 접근성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관련해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대구차별상담네트워크)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진정을 추진한 장애인단체들은 인권위를 향해 뼈아픈 일침을 가했다.

이들 단체는 8일 성명을 통해 “어떤 공적 기관보다 인권 감수성이 높아야 할 인권위가 장애인 편의성의 관점에서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부실한 인식과 조사, 부적절한 결정을 한 것은 유감”이라며, “이번 차별진정 사건을 재조사해 즉각 시정 권고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인권위는 빠르게 확산하는 비대면·무인 시스템 사회 속 장애인차별에 대한 대응과 장애인차별시정기구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대구의 한 스타버스 DT를 이용하려던 청각, 언어장애인들은 화상상담 시스템으로는 주문이 어렵자 2021년 4월, 스타벅스 코리아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판단은 예상과 달랐다. 인권위는 그해 8월 “정당한 편의제공은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반드시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다”면서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재화를 향유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편의제공을 한 것이고, 이는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또한 “▲주차 후에 매장에 들어가거나, ▲운전을 시작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미리 주문 후 DT를 이용할 수도 있고, ▲스타벅스 측이 대구, 경산지역 26개 DT 매장에 필담이 가능한 ‘부기보드(썼다 지우기를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는 전자노트)’로 주문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한 만큼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인권위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한 진정인과 장애인단체들은 같은 해 11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대리인을 맡은 나동환 변호사는 “편의를 제공하는 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내용으로 지원한 것만으로는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인권위가 정당한 편의 제공의 의미를 오해한 위법·부당한 것”이라고 공개 반박했다.

행심위 역시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 사전 주문 방식은 애초 DT 시스템과 거리가 있어 대체 수단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또한 화상수어채팅 등 더 효과가 높은 대체 수단이 현실에 존재하기에 부기보드의 비치만으로는 ‘동등한 DT 이용’이 충분히 보장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DT는 동종·유 사업계에서 점차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스타벅스의 DT 운영방식이 장애인의 서비스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까지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4조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직접·간접 차별과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 등을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편의제공은 당연히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평등권을 보장받을 권리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법이나 시행령에서 ‘열거적으로 규정’한 데다,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을 이유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지적이 지속돼 왔다.

장애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행심위의 기각결정 취소에 대해 “정당한 편의제공은 당사자가 원하는 방식이어야 하며, 무엇보다 향후 관련 업계의 서비스 접근성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결정이어서 의미있다”면서, “앞으로 정당한 편의제공을 소극적으로 해석했던 인권위의 관행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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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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