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남매 둔 시한부 어머니 “살려달라” 호소에 경기도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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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사(좌) 및 도의회청사(우) ⓒ더인디고
▲경기도청사(좌) 및 도의회청사(우) ⓒ더인디고

  • 김동연 발달장애인 정책, 기대? 기만적!
  • 인수위 발표 후 8개월째, 동행 돌봄은 검토 중
  • 주거유지 대책 논의, 5주 만에 파행지사 면담 추진

[더인디고 조성민]

“죽을 때는 경기도청 앞에서 죽겠다. 경기도에 우롱당한 기분이다”

20대 발달장애인 남매를 돌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 김모 씨가 21일 경기도 관계자들과 면담한 자리, 그리고 이후 더인디고와 전화 통화에서도 분통을 터뜨리며 한 말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공약 ‘동행 돌봄’이 연이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방치될 자녀 걱정에, 도에 눈물 호소… 5주 만에 분노로 바껴!

21일 오후 2시, 경기도청 회의실에서 김 씨를 비롯한 장애인단체와 경기도 장애인자립지원과 관계자 등 10여 명이 마주했지만, 면담은 30여 분 만에 끝이 났다. 지난 1월 16일 경기북부청사에서 만난 이후 꼭 5주가 지났음에도 도가 내빈 것은 빈손에 불과했다.

▲21일 오후 2시, 전날에도 항암치료를 받았다는 김 씨는 경기도 장애인자립지원과와 면담에 앞서, 본지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는 등 도의 답변에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인디고
▲21일 오후 2시, 전날에도 항암치료를 받았다는 김 씨는 경기도 장애인자립지원과와 면담에 앞서, 본지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는 등 도의 답변에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인디고

앞서 오전 11시에는 최근 의정부에 거주하는 아버지와 발달장애인 아들이 소양호 한 선착장에서 숨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도청 앞에서 추모와 함께 도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도를 향한 책임 추궁도 있었지만, 5주 동안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만큼 나름의 기대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씨와 복수의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은 면담 후 본 지와 전화 통화에서 “의미 없이 끝난 회의였다” “분노” “기만”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시 본지도 면담 배석을 시도했지만, 회의 시작 전 도 관계자의 반대로 자리를 떠났다. 이후 일부 입수한 녹음 파일에서도 관련 내용 등이 확인됐다.

이날 면담은 김 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매가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방안에 대해 도가 답을 내놓기로 한 자리였다.

갑작스러운 제안도 아니었다. 해당 정책은 모두 작년 6월 말, 김동연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내건 ‘동행 돌봄’ 일부다. 이어 김 씨가 작년 8월 암 말기(다발성 간 전이) 판정을 받자마자 경기도와 의왕시를 찾아다니며 주택과 돌봄이 결합한 ‘주거유지서비스’를 요구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당시 김 씨는 “자신이 죽는 것보다 자녀들이 무방비로 방치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며 “시와 도에 절실함과 두려움으로 매달렸고, 특히 김 지사의 발달장애인 공약에 희망을 걸었다”고 한다.

▲작년 8월, 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 김씨는 16일 오후 자신의 발달장애 남매가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게 해달라며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주거유지 정책 수립을 호소했다. ⓒ더인디고
▲김씨는 지난 1월 16일 항암치료 중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발달장애 남매가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게 해달라며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주거유지 정책 수립을 호소하고 있다. ⓒ더인디고

하지만 첫째(딸, 94년생)는 이달로 끝나는 365 쉼터에, 그리고 둘째(아들, 98년생) 역시 내달까지 활동지원서비스 300시간을 한시적으로 추가 지원하는 것 이외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시·도 모두 이후의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검토’ 혹은 ‘어렵다’는 말만 반복이었다. 항암치료 중인 김 씨가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 면담에도 자처해 참여한 이유기도 하다.

5주 만에 답 달라? 이미 작년 6, 김동연 지사 동행 돌봄에 담긴 약속!

특히, 지난 1월 16일에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발바닥행동 등 장애인단체가 문서(경기도 발달장애인 주거 유지 지원대책 요구안)로 전달하며, 김 지사 면담도 함께 요청했다. 이날(16일)부터 3주 안(항암치료로 병원 입원을 고려한 일정)에, 도 실무차원에서 먼저 답을 내놓기로 한 것이 2주가 더 걸린 셈이다.

당시 장애계가 제안한 내용 자체가 21일 면담의 주요 안건이기도 하다. 다만 김씨의 건강을 고려해, 자녀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대책을 수립하되 3월 중에는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또 올해 상반기 내 장애인지원주택 및 돌봄주거서비스 등 주거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31개 자치구 중 50% 이상에서의 시행한 내용 등을 담았다. 주거유지 서비스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서울시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고, 올해 5년 차로 접어들며 201개의 지원주택이 마련됐음을 사례로 제시됐다.

▲부모연대와 김씨(사진 왼쪽)가 경기도 관계자에게 김동연 지사 면담을 제안하는 문서를 전달하고 있다. ⓒ부모연대
▲부모연대와 김씨(사진 왼쪽)가 지난 1월 16일 기자화견 이후 경기도 관계자에게 김동연 지사 면담을 제안하는 문서를 전달하고 있다. ⓒ부모연대

하지만 이날 도 자립지원과 책임자는 ‘주거유지 서비스’ 등의 중장기적 방향은 물론 당장 시급한 김 씨의 남매에 대해서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 씨와 관련해선 “의왕시와 쉼터를 알아보며 지원할 것”과 “활동지원서비스는 3월 이후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의왕시와 검토 중”에 있으며 “다만 추경 통과 전까지는 확답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지원주택 등 주거서비스에 대해서는 “장애인단체가 제안한 방향에 공감”하며 “서울시를 방문해 내용을 확인”했고, “정부 쪽에도 알아보며 제도개선(조례?)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계획”이나 “검토 중” 등의 미 확정적 단어들은 30여 분 내내 반복됐다.

시에 떠넘기고 검토만 남발하는 면담, 의미 없어김 지사 직접 만나겠다

이에 대해 면담에 참여했던 윤진철 부모연대 사무처장은 “경기도가 의왕시 업무를 뒷받침하겠다는 식은 결국 책임을 미루는 꼴”이라며 “김 씨의 사례를 계기로 5주 만의 면담이다. 하지만 사실상 정책 발표 후 8개월째 접어들었다.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2015년 서울시에 발달장애인 정책을 요구하며 농성했을 당시에도 책임지지 못하는 실무 공무원들과는 의미 있는 결실로 연결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박원순 시장의 의지와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됐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더 이상 해당 부서와 이야기는 어려움을 재차 확인했다. 곧바로 도지사 면담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8월에 도·시 관계자와 만났을 당시 들었던 이야기를 오늘도 그대로 들었다”며, “특히, 더 화나는 것은 김동연 지사가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힘들 때 얼마든지 연락하라는 핫라인(010-4419-7722)’으로도 전화했다. 하지만 콜센터로 연결됐고, 긴급사항이 아니어서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가도 외면하는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안전한 삶을, 그나마 경기도가 나서겠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더 이상 정치인도 공무원의 말도 믿기 어렵게 됐다”며, “약을 더 먹더라도 악착같이 싸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주거유지 서비스 해법을 못 찾나 안 찾나!

본지가 경기도 지역 복수의 장애인 전문가들과 해당 이슈를 논의한 결과, 답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 ‘경기도 지원주택 공급에 관한 조례’는 그 대상이 정신질환자와 노숙인으로 한정돼 있다. 장애인이 빠진 셈이다. 하지만 장애인을 포함 소요 예산 등에 대해 도의회와 논의하여 추진하면,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중장기 로드맵은 물론 당장 시범사업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또한 도가 2019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경기도형 자립지원주택인 ‘누림하우스’가 수원, 안산, 양주 지역 등에 총 4호가 있다. 김 씨의 딸이 일시적인 쉼터를 전전하기보다는 누림하우스 등을 이용하면서, 필요한 활동지원과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도 자립지원과장이 지난 1월 초 새로 업무를 맡음에 따라 업무 공백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도가 적어도 이날 관련 대안 등을 제시하며, 더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 최소한 ‘동행 돌봄’에 신뢰를 보였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의견이다.

어쨌든 최근 김 씨의 사례에 이어 경기도에서 또 참사가 시작됐다. 과연 김 지사의 동행 돌봄은 작동하는 것인지, 당분간 의심의 눈초리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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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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