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뒷짐에 교육권 위협받는 장애학생들

0
393
▲경기도 모 중학교에 설치된 통합교육지원실 ⓒ더인디고
▲경기도 모 중학교에 설치된 통합교육지원실 ⓒ더인디고

  • 특수교육법 상 특수학급 설치 기준 유명무실
  • 학교장의 특수학급 설치 반대, 다반사
  • 교육청은 내부 지침으로 편성기준 좌지우지
  • 전북교육청, 문제 되자 사후약방문격 삭제
  • 교육부 ‘맞춤형 특수교육’ 새 학기부터 “우려”

[더인디고 조성민]

새 학기가 이미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에 특수학급이 설치되지 않아 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받는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교실(공간)이 부족하다’ 혹은 ‘교내 전반에 경사와 턱이 많다’는 이유로 특수학급이나 편의시설 설치 등을 미뤄온 것이 다반사다.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은 1인 이상 6인 이하면 1학급을 설치해야 하고, 6인을 초과하면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하도록 했다. 또한 교육장 또는 교육감이 특수교육대상자를 특수학급에 배치할 때는 장애정도·능력·보호자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에 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장이 특수학급 설치를 반대해도 교육청과 교육부가 제재할 수단은 없다. 이처럼 교육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특수교육대상자와 부모 등 몫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경기도 고양의 한 ㅊ초교는 교장의 반대로 특수학급을 설치하지 않아 현재까지 학교 측과 학부모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해당 학교는 올해 5명의 특수교육대상자가 추가로 입학해 모두 16명이다. 이미 특수학급 2개 반이 있지만, 원칙대로라면 1개 학급을 더 늘려야 한다. 하지만 지난 1월 장애인단체들이 해당 학교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제기했지만, 학교장은 끝내 특수학급 설치를 거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입 학생들은 통합·특수학급을 오가며 수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고양의 ㅊ초등학교 전경. /사진=특수교육대상자 부모 제보
▲경기도 고양의 ㅊ초등학교 전경. /사진=특수교육대상자 부모 제보

학교장뿐 아니다. 일부 교육청들은 특수교육법이 정한 기준보다 더 엄격한 특수학급 편성 내부 지침을 통해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A 학생(전주 ㅈ초교, 특수교육대상자)의 부모는 올해 2학년 새 학기부터 자녀가 특수학급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 줄곧 요청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장이 ‘공간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하자 지난 6개월간을 설득했고, 마침내 전북교육청에 특수학급 설치 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전북교육청이 해당 학교 특수학급의 학생 기준이 내부 지침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한 것. 전북교육청은 내부 지침을 통해 특수학급 편성요건(신설 기준) 기준을 특수교육 학생 수 3명 이상이고 3년 이상 유지 가능 학교로 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13일 오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지역장애인 단체들이 A 학생의 부모와 함께 전북교육청을 찾아 책임을 추궁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전북교육청은 사건이 번질 조짐을 보이자 지난 8일 서거석 교육감의 지시로 이미 ‘특수학습 신·증설 자체 기준’을 이미 삭제했음을 내밀었다. 또 서 교육감은 단체활동가와 부모를 만나 ㅈ초교에 특수학급 설치를 약속하기도 했다. 다행이지만 이 새 학기가 시작된 터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장애인단체와 학부모 등이 전북교육청의 특수학급 편성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 8일 해당 기준을 삭제했다며 관련 자료(사진)를 근거로 내밀었다. /사진=부모연대
▲13일 장애인단체와 학부모 등이 전북교육청의 특수학급 편성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 8일 해당 기준을 삭제했다며 관련 자료(사진)를 근거로 내밀었다. /사진=부모연대

취재 결과 전북교육청만이 아니었다. 충남교육청의 올해 특수교육 운영계획에 따르면 특수학급 신·증설 기준에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2명 이상이고, 향후 2년 이상 학생 유지 가능성 검토하겠다는 기준을 뒀다.

충남교육청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부 지침은 ‘신설’ 기준이며, 신설 학급이더라도 관계 부서와 협의를 통해 최대한 학생의 교육권 보장 차원에서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논의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해당 지침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2023 충남 특수교육 운영계획. 자료=충청남도교육청
▲2023 충남 특수교육 운영계획. 자료=충청남도교육청

부모연대 조경미 국장은 “특수교육법에서 1명 이상으로 규정했음에도, 교육청이 내부 지침으로 별도 기준을 세운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 “법 위반인 만큼 전수조사를 통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22년 기준, 전체 장애학생 10만 3695명 중 72.8% 수준인 7만 5462명은 일반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은 특수학급에서 공부하지만, 여전히 1만 7000여 명은 일반학급에 다닌다. 또한 지난 5년간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이 확대됐지만, 편도 1시간 이상 통학하는 특수학교 학생도 6.6%에 이른 데다, 특수학급의 학교급별 불균형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맞춤형 정책’을 전매특허처럼 내세워 왔다. 교육부도 지난해 11월 장애 유형과 정도 등에 따른 국가책임 맞춤형 특수교육 실현을 위한 6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정부의 5개년 계획을 토대로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각각 계획을 마련해 추진한다. 반면 교육부는 매년 시도교육청의 이행사항 등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수학급 설치와 관련해 교육부가 교육청과 학교장 재량에만 맡긴 채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현 정부 역시도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새 학기에도 반복되고 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 관련 기사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bd1efd72d1@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