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식 신임 상임대표… IL센터 미래, ‘법적 지위와 역량 강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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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식 신임 상임대표...IL센터 미래, ‘법적 지위와 역량 강화’에 달렸다
▲진형식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신임 상임대표는 IL센터들의 미래는 '법적 지위'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이를 대비한 '역량 강화' 가 한자연의 중점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더인디고
  • IL대학 부활, 인포메이션 플랫폼을 통한 활동가 ‘역량 강화’ 역점
  • 운영 안정화, IL센터 ‘법적 지위’ 목적… ‘지도와 감시’ 통한 투명 운영 필요
  • 기존 연합단체 가입보다 연대의 문 열어두고 ‘제3의 길’ 모색
  • 탈시설, 명분 아닌 장애당사자 ‘지역사회 안착’ 등 방법론 고민해야
  • 젊은 조직 한자연의 새로운 시작, 낡은 틀에 갇힌 장애운동의 전기 마련 기대

[더인디고 = 정리 이용석]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 진형식 신임 상임대표는 장애운동 1.5세대 그룹에 속하는, 소위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 운동 과정에서 지역 운동을 이끈 현장 활동가다. 그런 만큼 명분 중심 활동보다 지역사회에서 장애당사자들의 실제 삶과 부대끼며 투쟁해 왔던 진형식 대표에게는 20여 년의 자립생활운동은 자산이면서 동시에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장애계 전면에 나선 이유는 대체 뭘까? 더인디고는 지난 3월 21일 강서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찾았다. 진 대표가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반겼다. 가벼운 수인사를 마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진 대표에게 물었다.
(이하, 모든 인터뷰 내용은 독자들의 가독성을 위해 존칭을 생략했다.)

한자연 내실 다지기, 활동가 역량 강화 절실

더인디고 : 상임대표 선거에 나선 이유는 현 체제의 개혁 필요성일 텐데,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진 대표 : IL센터들이 역량 있는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없는 구조에 갇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장은 복지 일자리 등 단기적 자원이 대부분이어서 IL센터들의 활동에 한계에 부딪쳤고, 장기적 인적 자원 양성 필요성을 느꼈다. IL대학의 부활을 통해 행정·운동·정치적 역량의 교육을 통해 활동가들을 양성해야 한다. 마땅한 자원도 법적 지위도 없는 IL센터들이 지역에서 능동적 활동성을 갖게 위해서는 역량 있는 인적 자원뿐이다.

더인디고 : 무력해진 한자연 체제의 극복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진 대표 : 우선 IL대학을 부활시켜 평생교육 시스템과 연계할 생각이다. 장애당사자들의 참여를 독려해 IL운동의 활동가로써 양성하고, 각 IL센터들이 정보 교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이번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했던 파이브 존(Five Zone) 운영의 핵심인 인포메이션 플랫폼(Information platform), 즉 중앙과 개별 센터들 간의 수평적 정보 공유 플랫폼을 통해 각 IL센터들이 운영 행정과 정부의 복지정책을 포괄하는 각종 정보들 및 의견들을 공유하도록 센터 간 정보 민주주의 토대를 갖출 것이다. 이러한 정보 환경의 선진화는 그동안 외부 연구진에 의존했던 각종 연구사업을 한자연이 주도하고 각 센터들이 직접 참여해 이행할 수 있는 R&D 존이 될 것이다. 한자연 정보체계의 아카이브(archive)화는 황백남 전 대표가 추진해 왔던 정책들을 이어갈 수 있는 정책·정보의 가교는 물론이고, 대외협력 체계의 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전장연이나 협의회의 현장 투쟁과는 다른 한자연만의 색깔을 가진 연구·개발·토론 중심의 운동성 현실화될 것이며, 올 8월에 있을 ‘2023년 부산세계장애인대회’에서 한국 IL운동의 역동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3의 길 모색하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규정한 노동권이행 힘쓸 터

더인디고 : 한자연 내부적 국제협력 이외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최종견해 이행 방안 등 장애계 전체를 포괄하는 정책 방향성이 궁금하다.

진대표 :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바탕으로 노동권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장애당사자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는 만큼 임기 동안 IL진영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당사자들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원하는 가칭 장애인노동자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할 생각이다.

더인디고 : 장총련 탈퇴 이후에 어떤 연합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제3의 노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인가?

진 대표 : 기존 연합단체들 가입은 염두에 없다. 한자연의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이다. 현재의 장총련이나 한국장총 등 기존 연합단체들의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는 한자연 중심의 제3의 연대를 통해 다원화 구조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현재로써는 이해관계나 정책적 아젠다 등이 맞다면 한자협이나 한자총 등을 포함한 모든 단체들에게 연대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첨언하자면, IL센터들은 지역사회 현장중심 활동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장애당사자를 간의 융화를 촉진하는 IL센터들의 활동은 ‘탈시설’이라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중심의 장애운동 패러다임을 실천하는 기반이 된다.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일자리나 교육도 받는 실제적으로 안착된 생활을 위한 구체적 지원이 필요한데 IL센터들만이 유일하게 가능하다. 장애당사자주의가 장애유형별 우선주의가 아닌, 모든 장애유형을 포괄할 수 있는 당사자주의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고 장애당사자들의 삶이 지역사회에 안착하는 테제로써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결국 IL운동의 궁극적 목표가 아닌가?

▲진형식 대표(오른쪽)는 IL센터의 법적 지위 중요성 뿐만 아니라, 노동권, 탈시설,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이행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정책 참여를 위한 한자연의 활동 방향성과 그에 따른 계획도 차근차근 밝혔다. 천상 IL운동 현장 활동가인 진 대표는 장애계와 장애인 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분명히 갖춘 ‘준비된 활동가’이기도 했다. 왼쪽은 인터뷰를 진행한 더인디고 이용석 편집장 ⓒ 더인디고

탈시설, 명분보다 지역사회 안착 중요…‘법적 지위센터 운영의 안정성과 투명성 위해 반드시 필요이종성, 최혜영 등 당사자 국회의원의 긍정적 답변 받은 지금이 적기

더인디고 : 기왕에 탈시설 문제가 언급되었으니 진 대표의 생각이 궁금하다.

진 대표 : 장애당사자의 삶이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적 고민없이 단순히 물리적 탈시설을 강행할 경우, 지역사회의 거부와 배타적 태도는 더욱 심화된다. 실제 서울 동대문구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탈시설 로드맵 시범사업을 시행하려고 했으나, 지원주택을 장애인거주시설로 오해한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을 철회했다. 님비현상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탈시설 정책에 대한 당면한 문제를 간과한다면 되레 탈시설 정책의 ‘지역사회 안착’이라는 목표는 상실한 채 논쟁의 불씨로만 남을 듯해 우려스럽다. 아이러니한 점은 지역사회에 탈시설 장애당사자의 안착을 위한 연계 지원은 장애인단체의 역할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장애인단체들은 주장만 할 뿐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더인디고 : 주요 쟁점인 IL센터의 장애인복지시설 법적 지위에 대한 질문이다. IL센터의 법적 지위 요구는 결국 안정된 운영이 목적인가?

진 대표 : 당연하다.

더인디고 : 그러니까 종사자들의 임금이나 센터의 운영비 등을 보조금으로 지원받아 안정된 운영체계 마련이 법적 지위의 목적이란 의미인가?

진 대표 : 보조금 지원 대상이 되기 위한다기보다는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갖겠다는 거다.

더인디고 : 같은 의미 아닌가?

진 대표 : 아니다. 법적 지위가 없으니 예산을 받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정부가 자립생활 관련 예산을 IL센터에 주고 싶어도 법적 지위가 없어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인디고 : 하지만 IL센터들이 법적 지위를 가질 경우 현재까지의 소장 1인 중심의 센터 운영이 불가능할 텐데 우려하는 센터들은 없는가?

진 대표 : 있다. 그래서 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법적 지위는 ‘권한과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도와 감시’ 안에서 IL센터를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선언임을 강조하고 싶다. IL센터 운영에 필요한 행정체계나 준비를 갖춘 평가체계 등 공적 영역에서의 역할이 커진 만큼 그에 따른 준비도 있어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규모가 작은 군소 센터들에게 행정운영이나 평가체계를 대비한 컨설팅 등을 한자연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단, IL센터의 법적 지위에 따른 규제는 최소여야 하는데 예로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운영하는 편의시설지원세터와 같은 최소 규제를 염두해 두고 있다.

더인디고 : 확인 결과 소위 심사도 받지 못한 채 계류가 되어 있는 상태다.

진 대표 : 이번 IL센터의 법적 지위를 위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발의는 국민의힘의 이종성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또한 흔쾌히 공동발의했던 사안이다. 또한 선거가 끝난 후 만난 자리에서도 흔쾌히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업무를 시작하면 촘촘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

6차 종합계획에 빠진 자립생활, 한자연 역량 부족인정대안 마련할 것

더인디고 : 마지막 질문이다.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자립생활 관련 정책이 포함되지 못했는데, 대안은 있는가?

진 대표 : 결국 한자연이 정책적 설계나 개발 또는 아젠다 설정의 실패가 범 장애계의 제6차 종합계획 논의과정에서 한자연이 배제된 이유인 듯하다. 조급한 대안보다는 일단 언급했던 파이브 존(Five Zone) 운영이 체계를 갖추고, 권리보장위원회를 독립구조를 마련해 시도연합회장들을 당연직으로 하는 책임성을 부여할 방침이다. 또한 각 센터별로 2인 정도의 인적 자원을 지원 받는 방식으로 활동을 강화할 생각이다.

두 시간이 넘는 인터뷰에도 진 대표의 단호한 음성을 잦아들지 않았다. 탈시설이나, IL센터의 법적 지위 문제 등 껄끄러웠을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과 향후 한자연이 나아갈 방향을 거침없이 제시했고, 때때로 장애계 현안에 대한 언론의 입장을 되묻기도 했다.
다른 장애인단체들에 비해 한자연은 젊다. 늦게 활동을 시작한 단체여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역 구석구석 자생해 젊은 장애당사자 활동가들이 끊임없이 활동폭을 지역사회 곳곳으로 확장해 가는 방향성에서 그렇다. 각 시도는 물론이고 동네마다 IL센터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진 대표는 천상 IL운동 활동가다. 그런 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 역할론’이 장애인활동지원 중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듣는 IL운동의 변화를 이끌어 장애운동의 낡은 틀 대신에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더인디고는 주목할 것이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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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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