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 항소심 “차별 맞고, 위자료 안줘도”… 한시련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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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더인디고
▲서울고등법원 ⓒ더인디고
  • 서울고법, 1심 일부인정대체택스트 제공해야
  • 시각장애인 10만 원씩 지급명령은 취소!
  • 한시련 협소한 법 해석, 시장 친화적 판결대응 검토

[더인디고 조성민]

시각장애인들이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차별을 겪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1심에서 인정됐던 위자료 배상은 인정하지 않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판결 결과에 대해 “유감”이라며 “향후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부장판사 김인겸)는 시각장애인 963명이 SSG닷컴(이마트), 이베이코리아(G마켓), 롯데쇼핑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각 운영사에 서비스를 개선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중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화면 낭독기를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상품 광고와 상세 내용 등의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는 부분은 유지했다. 다만 소송을 제기한 시각장애인들에게 위자료를 10만 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은 취소했다.

아직 판결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근거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부 언론사 등에 따르면 재판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웹 접근성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 ‘지능정보화기본법’상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는 대체 텍스트를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하지만, 사기업은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도 포함됐다. 실제 상품을 직접 등록하는 업체들도 협력을 끌어내는 문제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9일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유감”이라며 “2심 재판부가 해당 법률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협소하게 해석한 데다, 여전히 기업 등 시장의 편을 드는 보수적 판결이 지배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이 장애인의 삶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해 온 것은 맞지만, 여전히 선언적인 부분이 많은 만큼 법 개정과 더불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이 절실하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한편 지난 2017년 9월, 임홍주 당시 정보격차해소운동본부장 등 시각장애인들은 해당 쇼핑몰을 상대로 1인당 200만 원씩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체 텍스트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정보 이용에 차별받고 있다는 취지였다.

관련해 1심 재판부는 지난 2021년 2월 피고인 쇼핑몰 운영사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한 차별행위라고 판결했다. 다만 대체 텍스트 추가 제공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 1항에 따라 위자료는 원고 1인당 10만 원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쇼핑몰 측은 곧바로 “수많은 상품에 텍스트가 제대로 입력돼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모든 상품의 대체 텍스트 입력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된 것도 아니다”며 곧바로 항소를 제기한 바 있다.

이날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6년이 흘렀다. 하지만 ‘차별’만 인정됐을 뿐 원고 개인으로 볼 때는 소액의 손해배상마저 취소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은 허탈하다는 분위기다.

이연주 사무총장은 “소송을 벌여온 지 햇수로 7년이다. 그동안 어떠한 개선 노력도 하지 않은 피고 회사들이 2심 판결이 났다고 해서 6개월 안에 시정할지도 의문”이라며, “위자료를 떠나 먼저 판결문을 면밀하게 분석한 후 상고나 항의 시위 등 관련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까지 또 소송이 지연되면서 자칫 쇼핑몰 운영사에 시간만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2심 재판부의 판결 근거로 유추해 볼 때 여전히 장애인차별에 따른 손해배상 인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시행령에는 ‘접근성 보장된 웹사이트’를 제공하라는 규정은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기준은 없다는 협소한 해석 때문이다. 게다가 대법원에서 원심을 뒤집는 판결도 쉽지 않은 만큼, 실제 상고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쇼핑몰 운영사 측에서도 ‘6개월 내 개선이 불가하다’며 상고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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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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