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비롯한 모두의 이동권이 보장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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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5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218 대구지하철 참사 21주기 토론회 “장애인 이동권과 노동자 시민의 안전”가 열렸다. 사진. ©박관찬 기자
  • 218 대구지하철 참사 21주기 토론회 열려
  •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을 통해 변화된 모습 잊어선 안 돼
  • 꾸준히 일어나는 이동권 사고, 정확한 문제 분석과 개선 필요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21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아는 사람은 슬프게, 또 마음 아프게 기억하고 있는 날, 2월 18일은 대한민국에는 정말 비극의 날이다. 바로 21년 전 대구에서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던 날이기 때문이다. 가슴아픈 참사의 의미를 잊지 않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미있는 토론의 장이 열렸다.

지난 15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218 대구지하철 참사 21주기 토론회가 “장애인 이동권과 노동자 시민의 안전”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심상정, 배진교, 양경규 국회의원, 공공교통네트워크, 공권력감시대응팀, 공공운수노조,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생명안전 시민넷,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금지철폐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공동주최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방화로 인해 19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된 대규모 인명피해 사건이다. 이 사건은 전 세계 지하철 사고 사망자 수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최악의 철도 사고로 손꼽힌다. 그만큼 이 사건을 계기로 철도 안전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여겨진다.

“장애인 이동권 먼저 투쟁과 모두를 위한 이동의 자유”를 주제로 토론회 첫 발제자로 나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대구지하철 참사에 앞서 2001년 발생했던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관련 영상을 보여주며 ‘이동권’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계단 오르기가 힘들다며 지하철 승강기를 타는 사람들, 고상버스가 아니라 저상버스가 와서 안도하는 사람들,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지만 버스나 지하철을 탑승하기 어려워 휠체어 슬로프가 장착된 특별교통수단을 신청하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목도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이동권 투쟁을 통해 변화한 사회의 모습이다”고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통해 요구되고 성취되었지만 결국은 모두가 보장받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즉 장애인의 이동은 모두의 이동이며 대중교통이 모두의 교통이 되기 위해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사항인 것이다.

이제는 유명해진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두고 일부 정치인들의 갈라치기, 장애인에 대한 혐오,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요구에 대한 예산 문제나 도로문제 운운 등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장애인의 이동을 권리로 생각한다면, 장애인이 이동하지 못하는 물리적 현실을 개별적인 것이 아닌 분리된 것이라고 사고한다면 시민권의 관점에서 길은 반드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 예산 문제도, 도로 문제를 운운하는 물리적 근거도 실체 없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며, 이는 모두를 위한 이동의 자유에 한계가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했다.

다음으로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공공교통과 이동권의 간격을 줄여야 할 때”라는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김 위원은 이동권과 관련한 사건 중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2022년 4월 17일 양천향교역 사망사고를 언급했다. 이 사건은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남성이 엘리베이터가 아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출구로 나가려다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다.

김 위원은 “당시 언론에서는 에스컬레이터에 차단봉이 없었다는 등 다양한 추측을 내놓았지만 엘리베이터 입구의 폭이 상당히 좁았다는 문제가 더 중요했다”라며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 지침’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전면에는 휠체어 사용자의 승강을 위해 1.5mx1.5m 이상의 유효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양천향교역은 그렇지 않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이 언급한 지침은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것으로 2008년부터 적용되었는데, 양천향교역은 2009년 개통 약 5년 전인 2004년에 설계되어 언급된 지침에서 정한 내용과 관계없이 설계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지하철의 단차는 1.5cm, 연단은 10cm 이내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2004년 기준으로 오래된 부분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는 애초 노선이 기획될 때부터 하나의 기관이 아닌 구간별 관리주체가 바뀌는 부분에도 책임이 있다”며 “수도권 광역철도는 노선 및 구간별로 운영기관도 다르고, 각 호차마다 문이 열려 있는 시간도 다 다르기 때문에 특히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있고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지하철 이용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부를 비롯한 철도 관련 쪽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여전히 장애인을 비롯한 시민의 이동권은 위험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사고가 발생해야’ 대처를 하고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할 뿐, 정작 위험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다.

또 사고나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하철만 해도 각 호선별로 관리주체를 통합하는 한편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역사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 시민들 특히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가 이동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이동지원시스템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모든 지하철 역사의 편의시설 규격 등을 통일해야 할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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